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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말과 소통

2008-09-11기사 편집 2008-09-1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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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지도자는 단 한마디의 말로도 구성원의 마음을 움직이지만 실패한 실력가는 말로써 화를 자초한다. 지도자층뿐 아니라 오늘을 사는 갑남을녀들은 성공한 지도자의 탁월한 언변을 익힐 수는 없더라도 자신의 언행을 살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소설가 이경채 씨가 ‘설화, 역사를 바꾼 치명적 말실수’를 출간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이 책에서 조선시대 격동의 정국 속에 적절치 못한 언행으로 화를 자초한 인물들의 행적을 소상히 기록했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이외에도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우리 격언은 무수히 많다. 말의 중요성에 예외는 없겠지만 특히 정치지도자의 한마디 말실수는 치명적이다. 일순간 생각 없이 나오는 대로 내뱉은 말이 자신은 물론 나라를 어려움에 처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대중연설은 인물마다 나름대로의 스타일이 있다. 직설적인 구어체를 사용하는 연설은 남을 공격하거나 설득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그 말에 뼈가 들어 있거나 감정이 실리면 자칫 말꼬리를 무는 소모적 논쟁으로 번지기 쉽다. 명연설도 물론 중요하지만 평범하더라도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특별한 메시지가 담겨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 있어야 한다.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페일린은 훌륭한 수사를 구사하기보다 보통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연설로 단번에 열풍을 몰고 왔다. 그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자신은 평범한 하키맘(hockey mom:자식을 위해 뭐든지 하며 억척스레 사는 엄마)임을 강조했다. 쉽고 평이한 단어로 만든 그의 연설문은 간결하고 견고해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명의 알래스카 주지사가 말로써 단번에 일어섰다는 극찬까지 나왔다. 정치인에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줬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 말로써 가장 논란의 중심에 선 사람을 꼽자면 단연 노무현 전 대통령일 것이다. 그의 말은 반어법, 역설법이 뒤섞였다. 물론 그는 국회의원 시절 청문회에서 말을 잘해 떴다. 소위 ‘청문회 스타’가 된 것이다. 가감 없고 소탈한 언변에 지켜보는 국민들은 후한 점수를 줬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고 난 후 그의 발언은 심각하게 고민을 한 흔적이 없는 거칠다 못해 경박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니 대통령직 못 해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 “대통령도 해보니까 괜히 했다 싶을 때가 있다”는 표현은 진정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당시 모두들 정말 어떻게 되는 게 아니냐며 대통령의 거취에 신경을 곤두세웠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말 노 대통령의 이런 ‘말버릇’에 대해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은 한 언론사 기자의 질문에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국민이나 언론이 요구하는 대통령상과 간극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밖의 시각은 달랐다. 참여정부에 대한 공격의 상당수는 대통령과 참모들의 말이 자초했으며, 청와대 안에서 대통령의 말을 견제할 만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저께 밤 TV를 통해 국민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100분 동안 많은 말을 하면서 이해를 구하는 평범한 스타일이었다. 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해 차분히 설명을 했고, 특히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당에서는 국민과의 진정한 소통을 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한 반면 야당에서는 국민은 없는 대화였다고 혹평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곧 약속이다. 이 대통령은 경제는 이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지만 국민들은 아직 반신반의하고 있다. 말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답답하지만 그래도 믿고 기다리는 국민들에게 실언을 한 결과가 나타나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야만 진정한 소통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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