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칼렌바크(Ernest Callenbach)는 생태학적으로 이상적인 미래의 지구 모습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1970년에 ‘에코토피아’(Ecotopia)라는 제목의 소설을 내놓았다. 생태를 의미하는 에콜로지와 이상향을 의미하는 유토피아를 합성한 ‘에코토피아’는 인간과 환경이 완벽하게 조화된 생태학적 이상향을 지향하는 소설 속의 국가이다.

에코토피아는 급진적인 환경정책을 실현하면서 자연으로 환원될 수 없는 물건은 일절 생산하지 않는다. 식물에서 추출한 플라스틱을 사용하여 집을 만들고 학교도 세운다. 또 화학비료나 살충제 등을 전혀 쓰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 교통도 전기로 움직이는 전차와 전기자동차, 그리고 자전거를 이용한다. 공장도 모두 전기를 이용하여 제품을 만들고, 생산된 물건도 전기로 작동되는 컨베이어로 실어 나른다. 그러다 보니 엄청난 전기가 소모된다.

문제는 그 많은 전기를 어떤 에너지원을 이용하여 만들어내는가 하는데 있었다. 석유나 석탄, 가스를 이용하는 화력발전은 부존자원의 한계와 함께 여러 가지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문제점이 있었고, 풍력이나 태양광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로는 필요한 만큼의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없었다.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면서 원하는 만큼의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완벽한 에너지원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할 수 없이 그들은 차선책을 찾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상적인 환경제일주의 국가인 에코토피아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에너지원은 원자력발전이었다.

에코토피아의 에너지 문제는 비단 소설 속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만은 아니다. 지금 전 세계의 모든 나라가 에너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국민이 잘 살기 위해서는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되어야 하고, 경제가 발전되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하다. 그러나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는 공급 부족과 가격 폭등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거기에다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규제 강화에 따른 사용량 제한으로 에너지 문제는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동안 인류 에너지 문제의 해결대안으로 각광을 받았던 재생에너지는 경제성과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인류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에너지를 적정한 비용으로 공급하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에 기대를 걸고 원자력발전의 축소 내지는 단계적 폐지 움직임을 보이던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최근 다시 원자력발전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최근 고유가 상황의 지속과 교토의정서의 발효, 개발도상국의 폭발적인 에너지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거의 없고 발전원가가 저렴한 원자력발전을 확대 개발하는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원전 건설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가장 저렴한 경제적인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은 연료인 우라늄이 석유나 천연가스에 비해 월등히 저렴하기 때문에 초기 건설비는 많이 들지만 운영비는 매우 적게 든다. 우수한 경제성 외에 원자력발전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발생량이 가장 적게 배출되는 환경친화적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에너지의 97%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취약한 에너지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 온실가스 배출 증가량이 세계 10위인 우리나라가 원자력발전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급률은 고작 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비싼 돈을 주고 외국에서 사다 쓰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액은 950억 달러나 된다.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의 수출합계인 763억 달러보다 훨씬 많은 액수이다. 외화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두뇌와 기술만 있으면 소량의 우라늄으로 대량의 전기를 값싸게 만들 수 있는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적정한 수준까지 높여 나가야 한다. ‘에코토피아’가 국가 주력 에너지원으로 원자력발전을 선택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김종민 / 한수원(주) 원자력발전기술원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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