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어느 주택가. 주인이 이사를 한 빈집에 한 아이가 장난으로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깼다. 마을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제지하지 않자 그 집의 유리창들은 아이들에 의해 모두 파손됐다. 깨진 유리조각들이 거리에 흩어졌으나 누구도 그것을 치우려 하지 않았다. 마을이 점차 음산하고 지저분해지자 주민들은 이런 곳에서 살 수 없다며 이사를 했다. 주인없는 빈집은 늘어났고, 아이들은 빈집마다 돌을 던져 유리창을 부쉈다.이같은 악순환이 되풀이 되면서 결국 마을은 슬럼가로 변해 버렸다.

이것은 1982년 3월 미국의 범죄심리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발표한 ‘깨진 유리창 이론’의 배경이다.

건물 주인이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수리하지 않고 방치해 둔다면 건물 관리가 소홀하다는 것을 반증함으로써 절도나 건물 파괴 등 강력범죄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

이 이론은 1990년대 뉴욕경찰이 도입해 현실에 적용하며 생명력을 얻게 됐다. 당시 줄리아니 뉴욕시장과 함께 취임한 브래턴 뉴욕경찰청장은 뉴욕의 치안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깨진 유리창’ 접근법을 도입했다. 이전에는 사소한 행위로 눈감아주곤 했던 지하철 무임승차, 지나친 구걸, 노상방뇨 등도 체포사유가 됐다. 경범죄에 지나치게 강경하게 대처한다는 논란에도 불구 대다수시민들은 이 정책을 환영했고 범죄도 줄었다.

최근 검찰이 악질적인 무고 및 위증사범, 법질서 경시사범에 대한 강력대처에 나섰다. 대전지검은 3개월간 무고·위증사범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여 모두 54명을 기소했다. 검찰에 적발된 이들 중 김모 여인(46)은 16세 연하의 애인이 헤어지려고 하자 애인이 흉기로 자신을 위협하면서 성폭행하고 1000만원을 훔쳐갔다고 거짓 고소해 애인을 구속되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또 박모씨(67)는 빌려준 돈을 모두 돌려받았음에도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는다며 2차례에 걸쳐 허위 고소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와 함께 같은 기간 법질서 경시사범 30명도 구속 기소했는데 이들 중에는 무면허운전에 따른 집행유예 기간임에도 혈중 알코올농도 0.054%인 상태로 운전을 한 50대와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경찰관에게 욕설과 함께 주먹을 휘두른 50대 폭력전과 22범도 포함돼 있다.

검찰이 이처럼 무고 및 위증사범, 법질서 경시사범에 대해 강력 대처를 하게 된 것은 작은 무질서를 가볍게 여겨 방치할 경우 사회전체가 무법천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범죄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사회 전체 구성원이 큰 고통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엄정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송연순<사회부 사건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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