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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상대로 편가르기 하지 말라

2008-07-10기사 편집 2008-07-0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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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수입 파동으로 촉발된 사회적 갈등을 보고 있자면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갈등이 얼마나 깊은지 새삼 느끼게 된다. 사안에 따라 찬성을 할 수도 있고 반대 의견도 받아들여져야 하지만 이건 아예 완전 흑이 아니면 백을 강요하는 판이다. 민주정치, 민주사회에서의 이념과 신념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찾아볼 수가 없다.

쇠고기 수입 협상이 타결된 이후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부족한 잘못된 협상이라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촛불집회가 처음 시작됐다. 먹을거리를 걱정하는 주부들과 학생들이 참여해 ‘문화행사’ 집회를 벌였다. 노래도 부르고 풍물단이 신명을 돋우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쇠고기 문제는 온데간데없어졌다. 의회정치는 아예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고 거리 정치와 선동과 폭력, 디지털 포퓰리즘만이 난무했다. 쇠고기가 있던 자리에 진보와 보수진영 간의 뿌리 깊은 대결이 차지했다.

진보와 보수의 공방에 언론까지 가세해 총력 지원을 하고 있다. ‘자기편’을 방어해 주고 ‘상대편’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언론들은 진보와 보수로 나눠 자신들끼리 싸움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공방 정도가 아니라 밀리면 곧 죽음이라는 식인지 이판사판이다.

TV토론도 마찬가지다. 논리와 설득으로 상대의 이해를 구하기는커녕 아예 시작부터 전투적이다. 준비한 자료들을 들이대며 일방적으로 상대를 공격하기에 바쁘다. 자신들의 주장만 옳고 상대방의 의견은 전혀 받아들일 생각은 없으니 어떻게든 반박만 하려고 한다. 그러니 결론도 없고 합리적 대안은 더더욱 없이 자신들의 주장만 펼치다 끝이 난다. 언변이 좋은 토론자는 시원시원하게 상대를 몰아붙이니 칭찬을 받는 일 그 이상 남은 게 없다. 물론 최종적인 판단은 시청자들이 할 몫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기는 하다.

인터넷 공간은 또 어떤가. 포털들의 토론방은 자극적인 수준을 넘어 섬뜩하기까지 하다. ‘청와대 진격작전도’를 게시하지 않나 ‘전원 무장해서 서울을 접수하자’는 글이 버젓이 올라왔다. 주부들이 이용하는 한 카페에는 ‘이명박 대통령 암살’이란 극단적인 표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은 무자비하게 난도질해 씨를 말리려 한다. 합리적이고 이성적 토론의 장은 아예 기대하기 힘들다.

사회가 민주화·다원화된 만큼 이념과 사상도 성숙해질 만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진보좌파는 보수를 향해 기득권을 움켜쥐고 나라를 망친 부류로 매도한다. 보수는 곧 부패이기 때문에 개혁의 가장 우선 대상으로 삼는다. 반면에 보수는 진보를 향해 사회를 이분화해 국민 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세력으로 보고 있다. 정치적 신념과 이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오늘날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의 간극을 좁히는 일은 기대조차 하기 힘든 지경이다. 민주사회에서의 갈등과 대립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를 통해 타협과 조정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념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가 생기면 폭력으로 치달아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다.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과거와 같은 비타협적 자세는 버려야 한다. 다양화·민주화된 사회에서 편 가르기는 용인될 수가 없다. 내 생각이 틀리고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진보가 됐건 보수가 됐건 자기의 주장을 내세우며 일방적인 여론몰이를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허물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상대만 공격해대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국민들은 가려낼 줄 안다. 국민들을 너무 얕보지 말라는 얘기다. 이제 이념적 논쟁거리가 생기더라도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는 모습을 보일 때도 됐다. 언제까지 흑과 백으로 나누는 어리석은 짓을 계속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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