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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음 폐지, 전용카드결제를 도입하자

2008-07-01기사 편집 2008-06-3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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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어음제도는 수백 년의 전통을 갖고 있고, 나름대로의 강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논의할 때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신용’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으로부터 당하는 중소기업과 하청업체의 어음거래 관행이었다.

물품을 납품하고 1-2개월에서 4-5개월 뒤에 대금을 받는 어음제도는 중소기업 경영난의 핵심사항이었다. 하루하루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사채 시장에서 연간 26조 규모의 어음을 할인할 수밖에 없고, 비상장기업의 어음할인율은 20-30%를 넘기 일쑤여서 납품해 봐야 남는 게 없는 현실이었던 것이다.

현재 삼성이나 포스코처럼 어음제를 폐지하고 현금만을 지급하거나 구매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기업들과 거래하는 납품업체들은 대개 회사경영에서 큰 짐을 덜었다는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또 일부 금융권과 기업들이 기업구매자금대출이나 전자외상매출 채권담보대출 등을 활용해 기존어음제도를 대체해가고 있다. 이런 거래방식은 B2B방식으로 어음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거나 투명성 등을 담보해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금융권의 대출상품의 하나이기 때문에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들이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고, 대출이자부담이 여전하다. 바꿔 말해서 비상장기업의 어음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대체수단에 대한 합의과정을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 것인가, 또 대체수단에 필수적인 요소는 무엇인가. 우선 어음제 폐지 공론화과정에서 언제나 폐지 반대론자들이 거론하는 것이 경제가 좋지 않다는 상황론이었다. 그런 주장에 밀려 어음제 폐지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대체수단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더욱 어음제도의 부작용이 심각해져서 어음제를 폐지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최근 장기간 내수침체가 계속되고 원자재 값이 폭등하면서 중소기업들은 납품단가 인상요인이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대기업으로부터 단가인하 압력을 받고 있고, 어음만기도 연장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어음제도를 하루빨리 폐지하고 합리적인 대체수단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중소제조업의 64%가 하도급 관계에 있고, 5인 미만의 70~80%는 하도급관계에 있으므로 그 폐해가 어느 정도일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어음부도액이 연간 4조나 되는데, 그 피해는 대부분 부도어음의 최종소지자인 영세기업들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장기간의 경기침체와 원자재급등 등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야말로 공론화의 적기이다. 국회와 정부부처, 공정위, 5대운동과 같은 사회단체 등이 나서서 어음제 폐지에 대한 공론화와 대체수단에 대한 합의과정을 밟아야 한다. 언론사와 사회경제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제기해가는 과정도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어떤 대체수단이 좋은가를 검토해 보자. 대체수단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려면, 첫째 어음제도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어야 한다. 어음제 폐해는 물품납품대금의 지급이 우월적 지위를 가진 자의 맘대로 좌우된다는 것이고, 하도급의 고리로 유통되기 때문에 연쇄부도의 부작용이 크다. 둘째, 기업간 거래의 안전성, 지속성,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수표제도를 활용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러면 어음거래를 대체할 방안은 무엇인가. 필자는 정부, 전경련, 중기중앙회, 소상공인회 등이 참여하는 별도의 기업 간 결제전용카드회사를 설립해 카드이용료를 최소화시키는 기업 간 결제전용카드제를 도입하거나 이에 대한 합의가 어렵다면 당좌수표제를 의무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기업 간 결제전용카드 방식은 여러 경제주체가 참여해 독자적인 카드결제기관을 설립하여 0.5% 미만의 수수료를 받게 한다면 중소기업으로서도 손쉽게 자금 이용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당좌수표방식은 신용의 정확성과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장관·5대거품빼기범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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