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린 삼성중공업

[태안]사상 최악의 해양오염사고를 야기한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고 관련자들중 삼성중공업 예인선단 선장 2명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면서 지난 1월부터 6개월 가까이 끌어온 1심공판이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검찰이 충돌사고의 당사자인 예인선단과 유조선 헤베이 스피리트호 선장 등에 대해 ‘기상악화속 무리한 항해’와 ‘충돌위험 회피노력 결여’ 등 양측 모두 업무상 과실혐의로 기소한 상황에서 일단 유조선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가만히 있는 배와 다가가 부딪친 배의 책임이 같을 수 있겠느냐’는 말로 요약되는 피해지역 주민들의 정서에 부합하는 것이지만 삼성 측이 향후 항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앞으로 있을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지속적인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우선 예인선단이 사고 전날인 지난해 12월6일 인천항을 출항한 시점부터 기상상태에 대해 좀더 세밀히 파악하고 대처해야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출항 당시 기상악화 조짐이 전혀 없었고, 예인선단의 규모가 적절했다는 예인선단 측 주장과 달리 재판부는 “대형 크레인의 크기에 비해 예인선단의 규모가 크지 않았다”며 “예인선 측이 기상상황을 확인한 정보가 너무 단순했고, 그 조차도 세부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유조선 측의 대응과 관련해서는 검찰의 공소 제기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일괄적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유조선이 정박한 지점이 선박의 통항이 빈번한 지역이기는 하지만 이는 대산항 해상교통관제센터가 권고한 정박지점에 인접한 정당한 정박지이며 통항이 빈번하다고 해서 보다 높은 경계의무가 요구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

재판부의 이 같은 선고결과에 대해 태안지역 주민들과 삼성 측 등 이해당사자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태안 유류피해민 연합대책위원회 최한진 사무국장(53)은 “삼성중공업 측에 내려진 형량에 대해서는 더 논의해봐야 하겠지만 유조선사에 책임이 없고 국내 예인선단에 잘못을 물은 판결에는 수긍이 간다”면서 “일단 바람직한 판결이 내려진 것으로 본다”며 만족스런 입장을 보였다.

기름유출 법률지원단의 남현우 변호사는 “삼성크레인측 선원들에 대한 과실이 인정된 것으로 볼때 앞으로 삼성중공업 측에 대한 중과실을 물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졌다”라며 “삼성중공업 측의 임원진 등 책임자들에 대한 죄가 인정될때 삼성에 대한 완전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태안 유류피해민 연합대책위원회 이용희 위원장은 “삼성중공업 측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고 이대로 끝난다면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며 “삼성이 무한책임을 질때까지 투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측은 “사법부의 판단을 겸허히 수용한다”면서 “항소 여부는 추후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정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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