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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절묘한 '균형추'다

2008-06-19기사 편집 2008-06-1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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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신문에서 올해 우리나라 파워조직의 영향력과 신뢰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도했는데 보수세력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진보는 상승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의 신뢰도는 떨어지고 민주당은 조금 올랐다. 진보집단 신뢰도가 높아진 것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이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입장이 된 이들을 지지함으로써 정치적 균형을 기대하는 여론이 그만큼 늘어났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보수단체의 신뢰도 하락은 노무현 정부 때 진보에 대한 비판세력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이란 새로운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민 여론은 진보든 보수든 어느 한쪽의 일방통행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이 조사에서 알 수 있다. 또 잘하면 지지를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땐 가차 없이 비판을 하는 것이 오늘의 국민 여론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 18대 총선에서도 잘 나타났다. 국민들은 민주당에게 패배를 안겼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에게는 일방적인 승리를 안겨주지 않았다. 정부와 국회가 지나치게 보수 일변도로 흐르는 것에 대한 견제를 한 것이다. 현재 정부와 한나라당이 잇단 실정(失政)으로 큰 지지를 못 받는데도 민주당의 지지율이 그다지 신통치가 않은 것은 믿을 만한 야당이 못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금의 위기도 일방통행을 하지 말라는 국민들의 메시지이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라고 잇단 경고음을 보냈지만 설익은 정책과 부자내각 인사로 화를 자초했다. 대선 승리에 너무 자신감이 생겼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지적했듯이 승리를 너무 과신 고립무원의 처지가 됐다. 530만 표의 승리였지만 당시 투표율(63%)과 득표율(48.7%)을 감안하면 전체 유권자 중 30%만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셈이다. 투표를 하지 않은 유권자 중 상당수는 잠재적 비토층으로 이들은 국정을 잘못하면 언제든지 ‘이명박 반대’를 외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게 전 의원의 지적이다. 국민 여론이 쇠고기 문제로 폭발을 했지만 이미 인수위의 헛발질 때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던 것이다.

촛불집회를 이끄는 ‘광우병대책회의’도 국민 대다수의 여론을 잘못 읽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여론이 들끓고 수많은 인파가 집회에 참여하면서 대책회의는 힘을 얻었다. 미국과의 재협상이 없이는 이명박 정부 퇴진까지 요구하겠다고 기세가 등등했다. 그러면서 촛불집회의 의제를 대운하 반대 등으로 확대해 장기전 채비에 들어갔다. 여기에다 민주노총까지 대운하·공기업 민영화 반태 등을 내세우며 총파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촛불을 들고 거리를 나선 대다수의 시민은 국민의 건강권을 외친 것이지 정부의 모든 정책에 대해 저항을 하자는 입장은 아니다. 여론이 무한정 자신들을 지지해주리라고 과신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무게 중심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는 절묘한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다. 보수의 힘이 세지면 이를 제어하고 진보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커지면 그 또한 억제를 시킨다. 그만큼 시민의식이 성숙해지고 선진화됐다는 의미이다.

쇠고기 파동 논란의 와중에 진보진영이 앞장서 이명박 정부를 향해 총공세를 펼치는 것도 민심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켜만 보고 있던 보수인사들이 이에 맞서 하나둘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가 한판 맞붙을 태세이다. 이념논쟁이 다시 불거지는 형국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민 여론은 우리 편이라는 착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한쪽이 여론을 몰아간다고 해서 거기에 무작정 현혹될 만큼 어리석지가 않다. 어느 일방이 제공하는 정보만 접하는 시대가 아닌 만큼 곳곳에서 제공되는 여러 정보를 토대로 나름의 판단을 한다. 국민 여론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과욕을 부리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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