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빛·바람…그리고 여유가 기다리는 곳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외도를 옮겨 놓은듯 하면서도 외도와는 다른 느낌이 있는 곳.

아산의 39호선 국도를 따라 달리다 보면 동화 속 숲속마을 정원이 한눈에 펼쳐진다. 최정상의 땅이라는 뜻의 피나클랜드(Pinnacle Land).

바람과 물, 빛을 테마로 꾸며놓은 테마공원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외도를 만든 최호숙씨의 딸 이상민씨(45)와 사위 박건상씨(50) 부부가 외도와는 조금 느낌이 다른 풍경의 공원을 10여년 동안 가꿔 놓은 ‘특별한 쉼터’다.

첫 관문인 메타세쿼이아와 은행나무가 길게 줄지어 선 진입로는 초록의 터널을 연출한다. 나무 아래에 늘어진 포도 넝쿨은 봄볕을 받아 알알이 열매를 맺을 참이다. 매표소를 지나 처음 맞는 하얀 건물이 이채롭다.

입구에 들어서 이국적인 풍취를 느끼며 길을 따라 조금 오르면 레스토랑이 시야에 들어온다. 작은 연못에 비쳐진 레스토랑은 사진촬영 배경으로 그만이다.

그 옆에는 둥그런 가든이 동심을 자극하고 언덕으로 펼쳐진 공원의 구불구불한 샛길이 포근함을 선사하며 추억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연못을 끼고 돌아 오른쪽으로 오르면 본격적인 정원 산책이 시작된다. 너른 잔디밭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펼쳐진다. 신발을 벗고 잔디의 감촉을 느끼며 마음껏 뛰어놀고 싶은 곳이다.

잔디밭 위쪽에는 산양 10여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작은 동물농장. 방문객들은 우리 한쪽 건초 수레에 있는 풀을 산양에게 먹일 수 있다.

잔디광장을 지나면 작은 울타리 안에서 금계, 은계가 모이를 쪼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둥근 모양의 화장실 건물이 있다. 이 건물의 진가는 옥상에 있다. 옥상에 물을 담아 연못으로 만들었다. 그 연못 가운데는 나무 데크를 올려 산책로를 만들고 금속 풍경이 매달려 바람을 타고 싱그러운 소리를 울린다.

태양의 인사가 바람을 그려내는 붓이라면 이곳의 풍경은 바람을 소리로 표현하는 악기다.

공원의 중턱, 우거진 장미 넝쿨 건너편에는 오후의 강한 햇볕을 비추는 풍차가 눈에 들어온다. ‘태양의 인사’. 일본인 신구 스스무의 작품으로 거대한 은색 바람개비가 바람의 강약에 맞춰 날렵하게 움직이며 춤을 춘다.

8.6m 높이에 무게만도 3.6톤에 이르는 이 거대한 쇳덩이는 미세한 바람에도 움직이고 태풍이 불면 회전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날개는 바람의 방향과 속도에 따라 항상 다른 모습을 연출하는데 하루에도 몇 번이고 날개와 빛의 반사 각도가 맞아떨어졌을 때 태양과 인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단다.

여러 가지 동물상과 자작나무 숲속 벤치가 있는 수목원은 독서도 할 수 있고, 연인·가족들과 담소를 나누기에도 좋은 장소다. 군데군데 꾸며진 예쁜 정원은 추억을 담아두는 사진 찍기에 그만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왼편으로는 서해대교가, 정면에는 넓은 평야와 아산호가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저절로 긴 호흡을 하게 되니 마음속 찌꺼기를 버리고 시원하고 맑은 공기를 담아갈 수 있다.

30여 년 전 아산만 방조제 공사후 그대로 방치해 뒀던 석산을 다듬어 만든 진경산수는 거칠어진 마음을 쉬게 한다.

최정상에서 떨어지는 인공폭포와 이끼를 이용해 만든 봉우리들이 어우러져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서해의 저녁노을은 연인들에게 달콤한 사랑을 재촉한다.

레스토랑과 커피숍은 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갖췄다. 특급 호텔 주방장 출신 조리장이 내놓는 음식도 맛깔스럽다. 한식·양식 등 다양한 메뉴가 있으며, 가격은 6000-9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저녁에는 돼지바비큐도 가능하다. 개장 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오후 5시 이후에는 50% 깎아 준다. ☎041(534)2580. <이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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