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생활 통해 리더십 배웠어요

기숙사 생활의 장점 중 하나는 양보하고 배려하며 남과 부대끼는 사이 자연스레 인성교육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난생처음 부모와 헤어져 지내면서 기숙사 생활을 통해 리더십을 배웠다는 신요섭군(3년·사진)의 얘길 들어봤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맘먹기 달렸다

원래 특목고 진학도 고려했으나 경기안성중 시절 알고 지낸 2년 선배의 추천과 함께 그 선배가 한일고에 진학하고 나서 학업을 비롯해 여러 측면에서 크게 성숙했다는 주변 증언(?)에 끌려 진학을 결정했다.

문제는 한일고가 전교생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것. 성적은 늘 전교 상위권이었으나 남들처럼 사교육을 놓아본 적 없다 보니 스스로 학습에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더 부담스러웠던 건 지금껏 부모님 뒷바라지로 큰 고생 없이 지냈기에 방청소도 빨래도 직접 해야 하고 다른 사람을 신경쓰고 배려해야 한다는 현실이었다.

그래서 맘먹은 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즐겁고 재밌게 생활하자는 것이었다. 친구들과 놀러 가도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던 ‘범생’은 이젠 밴드부장을 맡고 있고 학생들 사이에 “걔 모르면 간첩”이란 소릴 듣고 있다.

♧리더십 기회를 잡다…무한 신뢰로 정상에 서다

1학년 겨울방학 때 EBS 장학퀴즈가 학교대항전으로 바뀌면서 첫 방송으로 공주 대 전주 한일고 맞대결이 잡혔다. 학생들 실력이 엇비슷해 선착순, 가위바위보로 참가자가 결정됐고 요섭군도 36명에 포함됐다. 그리고 학교 행사 붙박이 사회를 보며 쌓인 인지도 덕분에 게임을 이끄는 장이 됐는데 파죽의 4연승을 이끈데 이어 지난 2월엔 6팀이 겨룬 왕중왕전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회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왕중왕전을 앞두곤 일부에서 요섭군이 계속 팀장을 맡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시선도 있었으나 구관이 명관이란 학교측의 전폭적인 지지로 팀을 이끌 수 있었다. 남은 과제는 자신을 못 미더워한 동료를 끌어안고 좋은 성적을 내야 했던 것. 요섭군이 내놓은 비책은 팀원을 전적으로 믿는 것이었다. 원래 고집이 세고 주장을 관철하고자 목소리를 높이곤 했는데 자신을 낮추며 친구들을 믿고 게임 전략을 짜면서 화합을 이끌어내려 노력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요섭군은 “기숙사 생활이 제겐 돈 주고 살 수 없는 교육의 장이 됐다”고 말했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