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양 8경 유람

상선암
상선암
단양팔경은 소백산맥과 남한강의 지류가 얽혀 기막힌 절경을 연출한다. 단양은 높은 곳은 퇴적암, 낮은 곳은 석회암으로 이뤄져 낮은 지역에 동굴이 많고, 높은 곳은 풍화와 퇴적 작용에 따라 기암과 괴석이 절묘한 형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영동지방의 대표 절경인 관동팔경과 쌍벽을 이루는 단양팔경은 퇴계 이황(1501-1570)가 1548년 단양군수로 부임하면서 직접 단양의 절경을 둘러보며 지정한 곳이다. 단양팔경은 도담삼봉, 석문, 사인암,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 옥순봉, 구담봉 등으로 모두 충주호를 끼고 있다. 퇴계를 비롯 여러 선인들이 경탄했고, 오랫동안 사랑받으면서 여러가지 전설도 전해져 온다. 선인들이 노닐던 그곳으로 눈요기를 떠나보자.

단양팔경 가운데 최고의 절경은 단연 맑고 푸른 남한강 가운데 떠 있는 세 개의 바위 봉우리, 도담삼봉(嶋潭三峰)이다. 강물 한가운데 높이 6m의 늠름한 장군봉(남편봉)을 중심으로 북쪽 봉우리를 처봉이라 하고 남쪽 봉우리를 첩봉이라 한다. 아들을 얻기 위해 첩을 둔 남편을 미워해 돌아앉은 본처의 모습을 연상하기도 하고 처봉을 딸봉, 첩봉을 아들봉이라고 해, 아버지와 남매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중봉에는 삼도정(三嶋正)이라는 아담한 정자가 있어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 역할을 해준다.

퇴계 이황은 나룻배를 타고 이 정자에 올라 “산은 단풍으로 물들고 강은 모래벌로 빛나는데/삼봉은 석양을 이끌며 저녁노을을 드리우네/신선은 배를 대고 길게 뻗은 푸른 절벽에 올라/별빛 달빛으로 너울대는 금빛 물결 보러 기다리네”라고 노래했다.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1337-1398)은 단양 매포읍 출신으로 어린 시절 도담삼봉을 자주 찾았다. 그는 이곳을 너무 사랑해 자신의 호도 삼봉(三峰)으로 했다.

정도전에 얽힌 이런 일화도 있다. 당시 이 암봉은 원래 강원 정선에 있던 삼봉산인데 아주 오랜 옛날 장마 때 이곳까지 떠내려왔고, 단양은 정선에 매년 세금을 냈다는 것.

소년시절 정도전이 정선의 관리에게 “우리가 삼봉을 정선에서 떠내려 오라고 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물길을 막아 피해를 보고 있다. 아무 소용이 없는 봉우리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으니 필요하면 도로 가져가라”고 한 뒤부터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전한다.

암봉 사이로 솟는 아침 일출이 매우 빼어나 사진작가 들의 단골 촬영 장소로 사랑 받고 있다.

도담상봉에서 주차장을 가로질러 상류 쪽으로 200m쯤 올라가면 남한강을 바라보며 무지개 모양으로 서 있는 돌기둥이 나온다. 팔경 가운데 하나인 석문이다.

이 굴은 마고할미가 하늘나라에서 물을 길러 내려 왔다가 잃어버린 비녀를 찾으려고 흙을 손으로 판 것이라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선녀들이 이 곳을 통해 천상과 지상을 오갔다는 전설도 있다. 공중에 걸친 석문 사이로 보이는 남한강과 건너편 마을은 또 다른 절경이다.

팔경가운데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을 잇는 계곡을 선암계곡이라 부른다.

상선암은 명종때 송시열의 수제자 권상하가 이름을 붙였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서로 모여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작고 기묘한 바위가 맑게 흐르는 물과 어울려 곳곳에 작은 소(沼)를 만들어 놓아 피서로 적격이다.

조선 효종때 문신 김수증이 이름을 붙인 중선암은 삼선구곡의 중심지로 순백색의 바위가 층계를 이루고 맑은 물이 그 위를 흘러 여름철 가족단위 휴양지로 적당하다.

사인암은 대강면 사인암리의 계곡을 끼고 솟아있는 절벽으로 꼭대기에는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마치 금강산 봉우리를 옮겨 놓은 듯 하다. 3층으로 된 흰 바위가 마당 처럼 넓고, 그 위에 있는 바위 모습이 미륵 같다고 해서 ‘불암’이라고도 불린다.

고려말 대학자인 역동 우탁(1263-1343)이 사인(舍人)이라는 관직에 있을 때 이곳에서 은둔했다고 해서 사인암이라고 불린다. 지금도 사인암 벽에는 우탁이 해서체로 새긴 ‘탁이불군 확호불발(卓爾不群 確乎不拔·우뚝해 무리 짖지 않고 확고해 흔들리지 않는다)’는 비장감이 감도는 시가 새겨져 있다.

단성면 장회리에 있는 구담봉도 빼놓을 수 없다. 바위 모양이 거북을 닮았고 물속 바위에도 거북 무늬가 있어 구담이라 부른다. 제비봉과 어우러진 절경은 충주호 절경 중에서 백미로 꼽힌다. 충주호 유람선을 타고 가면서 볼 수 있는 구경거리다.

옥순봉 역시 단성면 장회리에 있다. 희고, 푸른 바위들이 대나무 순 모양으로 치솟아 옥순봉이라 불린다. 조선 명종때 단양군수로 부임했던 퇴계가 석벽에 ‘단동구문’이라는 글을 새겨 단양의 관문이 됐다고 전해진다.<송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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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선암
중선암
도담 3봉
도담 3봉

송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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