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별장’ 청남대를 가다

상당산성
상당산성
특별한 볼거리는 눈이 즐겁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계절에 어울려 장관을 연출하는 장소는 더욱 그렇다. 개방 5주년이 된 대통령의 별장 청남대. 대청댐 수몰 지역의 문화재를 옮겨 복원한 문의문화재 단지. 선인들의 지혜와 삶을 둘러볼 수 있는 상당산성. 유난히 붉어 어여쁜 진달래가 지천에 피어 있어 늦봄의 정취를 느끼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대청호 인근을 돌며 온종일 눈과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내 보자.

역대 대통령들의 별장으로 사용된 청남대는 서울 청와대 남쪽에 있는 또 하나의 청와대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대통령이 사용한 건물과 잘 가꿔진 아담한 정원, 몇 갈래의 산책로가 반긴다. 건물부터 살펴보자. 대통령역사문화관은 청남대의 이모저모와 역대 대통령의 발자취를 모아둔 공간이다. 본관인 2층 양옥집 앞으로는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1층에는 접견실 식당 회의실, 2층에는 침실 서재 거실 식당 가족실이 있다. 대통령이 이용한 시설이라고 하기엔 소박하다.

본관 좌측에 있는 양어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아들 현철씨와 함께 낚시하며 담소를 즐겼던 곳이어서 유명하다고 한다. 양어장 위쪽의 잔디 헬기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틈나는 대로 축구를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초가정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를 걸으면서 대청호가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이 귓가를 즐겁게 한다. 흙길을 걸을 때 발바닥에 전해지는 촉감이 부드럽다. 초가정 정자 마루에 앉으면 호수의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호반길도 멋스럽지만 골프장 위로 난 산책로는 좀 더 풍부한 정감을 안겨준다. 1.5㎞의 산책로 주변으로 은행나무, 잣나무, 단풍나무, 참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싱그럽다.

청남대 골프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골프 금지령을 내린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10년만에 홀컵을 열었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너무 아름다워 누구라도 독점하고 싶은 마음을 가질 만한 곳”이라고 극찬한 이곳은 2003년 4월 18일 일반인들에게 개방됐다.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개인 차량으로는 청남대까지 들어갈 수 없다. 문의면 소재지의 청남대 매표소에 차를 두고 청남대행 좌석버스를 이용해야만 한다. 좌석버스 왕복요금이 일반 2400원, 초·중고생 2000원이다.

18일로 개방 5주년을 맞은 청남대는 다음 달 31일까지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린다. 대통령과 영부인 닮은 사람 선발대회, 세계 25개국 의상 패션쇼, 청남대 울트라 마라톤, 댄싱 매직쇼, 청남대 야생화전, 왕과 비 체험, 희망 연날리기, 작은 음악회, 문의면 특산물 전 등 6개 분야 45개 이벤트가 펼쳐진다.

이번 주말에 가면 특별한 볼거리와 함께 즐거운 이벤트도 즐겨볼 수 있다.

청남대를 방문했다면 대청호변 드라이브 즐기기는 자연스런 수순. 험하지 않은 주변 산세가 호반과 어울려 편안한 풍경으로 찾는 이들의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약효가 있는 곳이다.

문의문화재단지를 지나 대청댐, 현암사, 비룡 분기점을 잇는 드라이브 코스가 가장 좋고 호수 반대편인 대전 동구 신상동과 화남대교를 잇는 코스도 좋다.

문의문화재단지는 1980년 금강 본류에 대청댐이 만들어지면서 청원군 문의면 일대 수물된 마을의 유물과 유적을 이전 복원한 곳이다. 양성산 동쪽 기슭. 대청호 도로변에 조성돼 있어 대청호를 감상하기에도 좋다.

문산관(文山館)이라는 건물이 단지 내 가장 높은 곳에 있다. 문의면 노현리 민가, 부용면 부강리 민가 등 여러 채의 기와집과 초가집, 토담집, 대장간과 주막 등이 단지 내에 두루 퍼져 있어 고향을 찾은 포근함이 느껴진다.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동굴박물관과 여러 시대의 기와를 모아놓은 기와박물관으로 구성된 문화유물전시관도 둘러볼 만하다.

문의문화재단지 주차장의 자동차 극장은 매일 오후 7시 30분과 9시 30분, 2차례 영화를 상영한다. 차종에 관계없이 관람료는 1만2000원이다.

뒷편의 양성산이 진달래로 붉게 물들어 있어 등산을 겸한 산책을 하기에 좋다. 등산로가 비교적 평단하고 천천히 가도 1시간 30분이면 정상까지 다녀올 수 있다.

하나 더 추천할 곳은 청주를 대표하는 여행지인 상당산성(사적 제 212호)이다. 조선 중·후기의 대표적인 석성으로 원형이 잘 남아 있다. 둘레 4.2㎞, 높이 3-4m, 면적 17만8200㎡에 이르며 현재 이름은 백제시대 지명이었던 상당현에서 유래된 듯하다.

산당산성은 임진왜란 중인 선조 29년(1596년)에 수축돼 숙종 42년(1716년)에 3년간 개축했다. 상당산성에는 동문, 서문, 남문 등 3개 문과 동암문, 남암문 등 2개 암문, 치성 3개소, 수구 3개소가 남아있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정비공사로 동문루와 남문루, 동문이 재건됐고 1992년 조망이 가장 뛰어난 동장대도 재건됐다.

이곳의 절경을 보고 매월당 김시습(1435-1493년)은 “아득히 펼쳐진 산하 의기도 드높구나. 산정마루 높이 오르니 날이 저문들 대수이랴”라는 시를 읊었다. 이곳도 문의문화재단지처럼 진달래로 수놓아 있어 한번쯤은 가볼 만하다.

산성 안에는 토종닭과 도토리빈대떡 등 향토음식과 청주의 명주인 대추술을 파는 전통 한옥마을 식당촌이 형성돼 있다.<송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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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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