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최종편집일 : 2017-12-10 23:55

행정도 ´고객 중시´가 화두다

2008-04-16기사 편집 2008-04-15 06:00:00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외부기고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폴라로
  • 핀터레스트

일본에선 후지쯔배 세계바둑대회 본선이 한창이다. 한국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이기는 하지만 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일본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바둑 애호가로서 이번 대회에서 한 가지 의아한 점을 느낀다. 그동안 일본 선수가 결승에 올라간 일도 별로 없고, 심지어 작년에는 한국 선수끼리 맞붙었는데도, 매년 성황리에 대회장에서 공개해설이 열린다는 것이다. 바둑 종주국으로서 자부심이 큰 일본 땅에서 남의 나라 선수들끼리 결승전을 치르는 것도 못마땅한데다, 공개해설에 드는 여러 가지 비용 등을 들어 폐지하자는 논의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은 해설장을 찾는 바둑 애호가와 무언의 바둑 수요자들을 위해 상당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공개해설을 지속하고 있다.

엉뚱하게도 필자는 최근 중소기업 지원행정조직 개편 논의를 보며 이 바둑대회를 떠올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방중기청과 지자체 간의 업무와 기능이 중복되기 때문에 효율성을 높이고 책임행정을 강화하기 위해 양 기관의 기능을 합쳐 지방중기청의 인력과 기능을 지자체로 이관한다고 한다.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일견 타당하고 합리적인 듯 보인다. 그러나 공급자 측면만을 고려한 행정이라는 점에서 중소기업정책의 고객인 중소기업의 의견은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49%가 현행 유지를 원하고 있다. 지자체 이관 찬성은 불과 16%다. 이들의 지방중기청 이관 반대 논리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집행을 지자체에 넘기면 중소기업 지원의 전반적 약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불안감, 일반행정과 기업행정 간의 순환보직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 전문성 약화 우려, 중소기업 경영활동이 지자체 경계를 뛰어넘는 경우 지원정책의 사각지대 존재 가능성 등이 그것이다.

분명한 것은 문제가 어디에 있든 이 같은 고객의 불안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정부가 기대하는 정책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한편 행정 공급의 측면에서도 지방중기청의 지자체 이관은 현장 밀착형 정책수립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중소기업정책은 기획, 집행, 평가한 후 이를 다시 기획과정으로 피드백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정책의 실효성과 완결성이 높아진다. 현재 지방중기청은 단순히 정책 집행기능 외에도 중소기업의 현황과 정책 효과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현장 밀착형 정책 수립의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만일 지방중소기업청을 지자체에 이양하는 경우에는 의사소통 주체가 중소기업청과 지자체로 나뉘어 정보 흐름의 비효율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중소기업정책의 사이클이 단절됨은 물론 시의적절한 정책 수립이 어려워 현장 중심의 중소기업 정책수립에 장애요인이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지방중기청의 지자체 이관문제는 지원업무의 ‘중복성 방지’와 ‘정책 실효성’ 간에 보다 가치를 둬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정책의 고객인 중소기업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귀 기울이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혹자는 지방중기청을 지자체로 이관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지만, 오히려 중소기업 지원업무의 질을 떨어뜨려 지역경제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

실제로 지방자치제를 보다 폭넓게 실시하고 있고 국토의 면적이 우리보다 월등히 큰 미국에서도 지방중기청을 중앙정부 소속으로 두고 있다는 사실도 현재의 지방중기청 이관 논의는 재고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판단된다.

후지쯔대회에서의 고객들을 위한 공개해설 서비스 제공노력을 지방중기청 이양 결정에서도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