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이어진 능선 ‘호주의 알프스’

시드니 유람선에서
시드니 유람선에서
호주 블루마운틴(Blue Mountains)-‘세 자매 봉의 자태가 아름다운 산’

시드니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쯤 달려 100㎞ 쯤 떨어진 곳에 호주의 바다 풍경과는 전혀 색다른 느낌을 주는 또 하나의 시드니 보물 ‘블루마운틴’이 있다. 호주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이 블루마운틴은 해발 1000m의 고지로 비교적 완만한 노년기의 지형을 이루고 있다. 버스가 넓게 평지를 이룬 전망대와 직접 연결된 주차장에 도착한다. 블루마운틴 관광은 정상에서 시작된다. 망망대해 같이 펼쳐진 블루마운틴의 능선들이 교차되는 계곡은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방불케 한다. 멀리서 바라다보는 산에 푸른 서기가 감도는 것이 왜 이 산을 블루마운틴이라 불렀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시원시원한 백색 줄기의 나무들과 푸른 숲 사이사이로 우뚝우뚝 솟아오른 기암들이 햇빛을 받아 뚜렷한 음영을 보여준다. 대평원 같은 산악의 곡선과 직선들이 현란하지 않은 녹색 톤과 어우러져 한 장의 추상화처럼 아름답다.

계곡 속에 숨겨진 주술가의 요술지팡이를 찾아 떠나는 영화 ‘인디애나존스’의 해리슨포드가 돼 궤도 열차에 몸을 싣는다. 표고 650m를 최대경사 52도로 미끄러져 수직낙하를 하는 체험의 현장이다. ‘시닉 레일웨이(Scenic Railway)’의 탑승은 주변의 장관을 감상하는 순간을 잊어버리게 하는 스릴 만점의 환상적 체험이다. 궤도열차 속에서 포효하듯 내뱉는 관광객들의 함성은 계곡을 흔들어 인디애나 존스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잠을 깨운다.

궤도열차는 멎고 어느새 관광객들은 블루마운틴의 깊은 계곡으로 빠져 들어간다. 이곳에는 ‘유칼립투스’라는 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유칼립투스 나무의 수액에는 알코올 성분이 많아 나무에서 내뿜는 유액이 공기 속으로 증발되어 산화되면 푸른빛을 띠어 산 전체가 푸르게 보이는 현상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 나무의 수액은 살균효과가 있어 방향제로도 많이 사용된다. 특히 여행에 지친 사람들에게 샘솟는 기운을 넣어주는 것도 바로 유칼립투스의 유액에서 품어내는 신선한 공기가 있기 때문이다.

기기묘묘한 암벽과 나무가 엉클어져 어둠침침한 분위기 속에서 몸 속으로 스며드는 추위를 느낀다. 계곡 속으로 연결되어 있는 난간을 따라 걷고 또 걷는다. 숲이 우거진 자연림들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못해 무서움으로 변한다. 숲의 터널을 통과하는 체험을 통해 생동감 있는 정글의 신비를 느낀다. 계곡을 따라 얼마를 걸었을까? 계곡의 저편에 녹색의 터널이 끝나는 듯 밝은 빛이 스며든다. 케이블카를 타는 곳이다. 케이블카가 매달려 있는 줄을 따라 시선이 따라가다가 멈춰진 곳에 작열하는 태양 빛이 스며든다. 역광을 배경으로 실루엣으로 암벽과 나무들의 선이 아름답게 나타난다. 스케치북을 펴고 그림을 그린다. 스케치북은 좁고, 자연은 넓고, 시간은 없다. 오른쪽 위편으로 블루마운틴의 대표적인 풍경인 웅장하고 아름다운 세 자매 봉이 올려다 보인다. 과연 블루마운틴 최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곳이다.

‘남쪽의 땅(Terra Australis)’이라고 불렸던 이곳은 유럽 탐험가들이 발견한 마지막 대륙이지만 그 이전에도 이미 많은 방문자들이 있었고, 이곳에는 이미 5000만 년이 넘는 동안 호주의 원주민인 ‘아보리진 족’들이 이곳의 독특하고 거친 자연환경 속에서 풍부한 식물과 토종야생동물의 도움을 받으며 생존과 번성을 해오고 있었다. 그러므로 지금도 호주인들은 아보리진 원주민들의 문명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 이라고 믿고 있다.

시드니의 주립미술관에는 아보리진 원주민들의 순수하고 참신한 예술 작품들이 있다. 그들의 신앙적이며 인간적인 삶의 갈망을 예술로써 표현하기 위하여 깎고 갈아 만든 작품들이다. 순수한 문양을 그리고 그 곳에 그들의 소원을 실어 멀리멀리 보내면 신들이 응답하여 소망의 대가를 행운으로 다시 받을 수 있다는 그들의 바람이 ‘부메랑’을 만들어내게 하였다. 멀리 보낸 사연이 답이 되어 다시 돌아오고, 뿌린 씨앗만큼 거두어들일 수 있다는 삶의 지혜를 터득한 이들은 많이 베풀고, 많이 보내서 돌아오는 행운은 꼭 잡아야 된다는 삶의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누가 이 원주민들을 향해 지능이 낮은 원시인이라 말하며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할 수 있는가? 다시 한 번 뿌린 대로 돌아온다는 부메랑의 철학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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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운틴 가는길
블루마운틴 가는길
블루마운틴 기암
블루마운틴 기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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