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이 들려주는 민사고의 1년

지난 19일 민사고 기숙사 식당에서 만난 이경록·오택현군과 오규영양(이상 2년·사진 왼쪽부터)은 점심을 마치더니 노트북을 꺼내놓고 유창하게 영어를 섞어가며 토론을 시작했다. 각자 조사한 교통·음식·숙박비 등을 꼼꼼히 비교하는 것이 여행이라도 떠나는 듯했다.

국제계열로 미래의 세계적인 생물학 박사를 꿈꾸는 이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국제논문조사·발표에 참가하고자 여름 방학을 이용, 호주를 방문하려고 여행 경비를 따져보고 있었다. 방문 목적은 한국형 모델 적용을 위한 호주의 유기농산업 조사와 연구.

이군(서울단대부중 출신)이 평소 관심분야에 정부지원 사업이 있음을 알고 공통분모가 많은 오군(천안계광중)과 오양(서울신사중)에게 함께 할 것을 제안, 호주원정대(?)가 결성됐다. 민사고는 이처럼 학생들이 ‘하고 싶은 걸 하도록’ 자기주도적 학습을 권장한다.

어머니의 도전 권유로 민사고에 지원한 이군. “처음엔 공부만 하는 학교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댄스 동아리를 비롯해 찾아보면 즐기고 배울 것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외국 유명대학에 진학, 꿈을 이루는 최고의 방법이라 민사고를 택한 오양은 “1학년 때부터 수업을 선택해서 듣는 등 예상보다 더 학생관리를 자율에 맡기는 편이었어요. 처음엔 적응 안 돼서 힘들었죠(웃음)”라고 밝혔다.

민사고를 목표로 정한 뒤 각종 경시대회 등 혼자 힘으로 진학준비를 해왔다는 오군도 “처음엔 당황했지만 선택의 폭이 넓고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맘에 쏙 들었다”고 민사고에서의 1년을 평가했다.

이번 프로젝트도 누가 시켜서 하는 거라면 이들이 이토록 적극적으로 달려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들의 수준급 영어 실력도 국제적인 프로젝트를 구상하는데 한몫했다. 이군은 해운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초등 4년부터 4년간 홍콩에서 지내며 영어 말문을 텄고, 오군은 중2 때 자청해 1년간 미국 어학연수를 다녀올 만큼 영어에 공을 들였으며, 오양도 수학학원은 몰라도 영어학원만큼은 빼먹지 않고 다녔다. <횡성=임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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