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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깨는 실세들

2008-03-27기사 편집 2008-03-2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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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역사를 만든 인물들 주위에는 반드시 유능한 참모들이 있었다. 이들은 주군을 충실히 보좌하면서 때로는 직언도 서슴지 않았으며 정적을 과감히 제거하는 악역까지 도맡았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연스럽게 권력의 2인자 자리를 굳혀갔다.

미국의 루스벨트를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은 탁월한 정치분석가인 루이 하우였다. 그와 루스벨트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환상의 콤비였다. 하우는 모든 사안을 바라볼 때 냉소적이고 비판적이었다. 루스벨트에게 대통령으로서 태만하지 않도록 쓴소리를 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나폴레옹의 최측근 참모는 제2통령이었던 캉바세레스였다. 그는 판사 출신으로 프랑스 최고의 법 이론가였다. 그의 가장 큰 힘은 세심한 행정처리 능력과 온화한 인품으로 불 같은 성격의 나폴레옹이 좌충우돌할 때면 균형감각을 가지고 절묘하게 조율했다. 체질적으로 2인자형이어서 권력의 속성을 잘 아는 나폴레옹이 가장 신임한 인물이었다.

우리나라의 현대정치사에서도 당연히 2인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대통령 만들기의 최선봉에 서고 이후에도 대통령을 위한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박정희 정권의 2인자는 차지철 청와대 경호실장이었다. 그의 대통령 경호는 집착에 가까웠다고 한다. 전두환 정권에서는 장세동 안기부장, 노태우 정권에서는 박철언 장관, DJ정부에서는 박지원 청와대비서실장과 권노갑 고문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일정기간 권력을 향유하다 집권 시 비리와 관련 실형을 사는 등 정권교체 이후에 어김없이 큰 고초를 겪으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져 권력의 무상함을 실감하게 했다.

최근 한나라당에서 일어나고 있는 때 이른 권력다툼이 가관이다. 마치 한 편의 역사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정권 출범 한 달밖에 안 된 집권당에서 말기에나 있을 법한 권력투쟁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얽히고설킨 파워게임 속에서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친이명박계의 좌장인 이재오 의원 간의 싸움은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다 주고 있다. 두 사람의 패권다툼은 그 목적이 같지는 않은 것 같다. 이 부의장은 동생인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며 이재오 의원은 7월에 있을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려는 의도이다.

이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1등 공신임은 세상이 다 안다. 사실상 여권 내에서 2인자로 불린다. 이제 막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기반을 안정적으로 다지는데 그림자 역할을 해야 할 인물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오히려 판을 깨는 선봉장이 되고 있다. 공천파동과 관련 박근혜 전 대표가 “속았다”며 이 대통령을 공격하고 여당의 후보들까지 집단으로 “민심수습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사태해결의 책임자로 이명박 대통령을 지목하고 나서는 판이다. 인수위의 과욕과 내각 인선 논란에 이어 이제 정치력 부재라는 비판까지 더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실세 중의 실세인 사람들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보탬이 되기는커녕 장애물이 되고 있다.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부른다. 일등공신 두 사람의 권력투쟁은 총선을 통해 대통령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고 자신들의 입지도 더욱 굳히려는 과욕 때문이다. 아무리 이념이 같은 사람들끼리 뭉친 정당이라지만 다양화 사회에서는 때에 따라 다른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예전과 같이 통치권자의 뜻에 따라 일사불란한 정당을 만들려는 무모한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 자타가 공인하는 실세라면 대통령을 정책으로 보좌하고 잘못된 길을 가면 바로잡아 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 몸을 한껏 낮추고 주어진 지위와 역할에 걸맞은 처신을 해야 한다. 그래야 1인자가 빛나고 자신들도 산다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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