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으로 봄 나들이 가자

마상무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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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얼이 깃든 충효의 고장이다.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모신 현충사를 비롯해 선조들의 삶과 지혜가 배어 있는 외암리 민속마을, 국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공세리 성당 등 의미 깊은 문화재와 여행지가 많다. 아산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봄기운에 나른해진 심신을 충전시켜 주는 것은 물론 곧바로 봄을 즐기게 될 게 틀림없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다’(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라는 장군의 의연한 정신은 분명 봄을 이기는 활력소가 될 것이다.

현충사(사적 제 155호)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다. 이순신 장군이 성장해 무과 급제할 때까지 살았던 곳으로 정유재란 때는 장군의 셋째 아들 면이 죽은 곳이기도 하다.

명량해전에서 충무공에게 대패한 왜적은 분풀이를 위해 충무공 가족들이 사는 이곳에 쳐들어왔고 이면은 어머니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홀로 맞서다 21세의 젊은 나이에 전사했다.

충무공이 자신의 이마와 눈썹이 닮아 극진히 사랑했던 아들이었으나 면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부하들에게 눈물을 보이지 못하고 숨죽여 울어야 했다.

현충사 넓은 주차장에 들어선 뒤 충절의 정신과 슬픔이 동시에 배어 있는 ’必死卽生 必生卽死’가 적힌 바위를 보노라면 엄숙함과 뭉클함이 느껴진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 23전 전승이라는 혁혁한 전과를 세우고도 무고한 투서로 인한 고난과 백의종군, 원균의 대패로 인해 몰락한 조선 수군을 가까스로 추려 나섰던 명량해전에서의 대설욕, 7년간 조선 강산에 수없는 고통을 주었던 전쟁의 대미를 승리로 장식한 노량대첩 등 충무공 삶의 업적은 영웅의 삶 자체였다.

‘눈앞의 전투가 급하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전방급 신물언아사·前方急 愼勿言我死)는 충무공의 유언은 장수로서 굳건한 책임감과 충절이 느껴진다.

현충사는 충무공 탄신일인 4월 28일을 전후에 열리는 ‘이순신 축제’와 충무교에서 현충사로 이어지는 624번 도로 1.7㎞ 구간의 은행나무 거리는 노랑게 물드는 가을을 제외하면 한적하기 그지없다.

경내가 넓어 여유를 갖고 산책하듯 둘러보는 것이 좋다. 본전에는 이순신 장군의 영정과 일생이 기록된 십경도가 있고 유물관에는 난중일기(국보 제76호)와 ‘일휘소탕 혈염산하’(一揮掃蕩 血染山河)라는 검명이 새겨진 충무공의 장검(보물 제326호) 등이 전시돼 있다.

이 충무공이 살던 자그마한 옛집, 활터, 정려, 충무공의 셋째 아들 이면의 묘 등이 있다.

이곳은 이순신 장군이 1598년 노량해전에서 순국한 지 108년이 지난 숙종 32년(1706년) 아산시 염치읍 방화산 기슭에 충무공의 얼을 기리는 사당이 세워졌고 숙종은 이듬해 이곳을 ‘현충사’(顯忠祠)라 명하고 현판을 내리면서 처음으로 생겨났다.

일제 감정기에 일시 퇴락했으나 1932년 국민성금으로 중건됐고 이후 1966-1974년 성역화 작업이 진행돼 오늘의 경관을 갖추게 됐다.

경내 곳곳에 여러 종류의 나무가 심어져 있고 나무마다 설명을 담은 안내판이 설치돼 있어 자녀들의 자연학습에 좋은 자료가 되고도 남는다.

충무공의 정신을 가슴 깊이 느꼈다면 다시 길을 떠나보자. 아산에서 공주·부여방면 39번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한편의 동양화와 같은 외암리 민속마을이 나타난다.

예안 이씨의 집성촌으로 조선 명종 때 예안 이씨 일가가 낙향해 이뤄진 마을이다. 벌써 400년이 지난 마을로 6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지금도 예안 이씨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집들도 옛날 형태를 간직하고 있다.

마을 전체를 감싼 나지막한 돌담은 길이만 5㎞, 막돌을 주워 쌓아 올려 매우 두텁고 어른 키를 넘길 만큼 높다. 돌담 넘어 뜰 안에는 농기구와 장독대 등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현존하는 고택 중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꼽히는 외암 이간 선생이 출생한 건재고택의 안뜰은 전형적인 양반집의 아담한 정원형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마을 중간에는 1800년대 후기에 건립된 영암댁이라는 고택이 있다. 3636㎡의 넓은 부지에 행랑, 사랑과 안채, 곳간과 가묘 등을 갖추고 있는 이 마을의 주가(住家)이다. 사랑채와 넓은 정원에서는 유여 있는 살림 규모와 품격 있는 풍류생활의 정취를 느껴 볼 수 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돌담길은 걷는 재미를 충분히 주고도 남는다. 자녀들의 현장 학습장이자 부모의 추억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아산 방조제 끝자락에 있는 공세리 성당도 빼놓을 수 없는 방문지이다.

드라마 ‘모래시계’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촬영지로 쓰이며 유명세를 탄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이다.

공세리에 성당이 들어선 것은 1895년.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현재의 성당은 1922년 프랑스 출신의 드비즈 신부가 중국인 기술자를 데려와 지은 것이다.

공세리성당에는 본당을 중심으로 구 사제관, 피정의 집, 십자가의 길, 박의서·원서·익서 3형제 순교자의 묘 등이 있다.

느티나무 4그루를 비롯 수령 300년을 넘긴 고목이 7그루나 된다. 본당과 구 사제관 사이 사방팔방으로 가지를 펼친 느티나무의 웅장한 자태가 매혹적이다. 봄에는 다양한 꽃들로 봄내음을 가득 풍긴다. <송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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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암마을 전경
외암마을 전경
현충사 전경
현충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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