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같이 먹고 마시고 써야만 하는 물. 이 물이 언제부터 생겨난 것일까. 과학자들의 추정으로는 지금부터 약 46억 년 전쯤 지구가 탄생하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당시 화산폭발과 함께 많은 양의 수증기가 지표로 분출되었는데 이 수증기가 물이 되어 하루도 쉬지 않고 수백 년 동안 비가 내렸던 것. 그렇게 해서 생긴 지구의 물은 약 14억㎦ 정도로 대청댐 물의 약 14억 배나 되는 엄청난 양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구 물의 대부분은 염수로 존재한다. 담수는 고작 2.5% 정도이며, 이 가운데 인간이 쓸 수 있는 지표수(호소수와 하천수)는 담수의 0.26%, 지구 물 전체로는 0.0086%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지구의 수자원은 고르게 분포하지 않아 국가간, 지역별 심각한 물 수급문제가 존재한다. 또 급속한 도시화와 인구집중, 환경변화에 따른 가뭄 등으로 인해 세계적인 물부족 사태가 가중되고 있다. UN은 지난 세기에 인구는 두 배로 증가한 데 비해 물 사용량은 6배나 늘었고, 2030년까지 세계의 식량 수요가 55% 이상 증가하리라고 예상하면서 향후 인류의 물 수요는 더욱 가파르게 폭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6년 현재 전세계 11억 명의 인구가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26억 명이 기본적인 공중위생 시설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UNDP는 2006년 11월 발표한 ‘2006년 인간개발 보고서’에서 “매년 어린이 1800만 명이 더러운 물로 전염되는 설사병으로 사망하고 있다”며, “개발도상국에서 더러운 물의 사용은 인류의 생명에 무력충돌이나 AIDS보다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90년대에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이스마일 세라겔딘(Ismail Serageldin)의 “20세기까진 석유전쟁이었으나 21세기엔 물전쟁이 될 것이다”라는 경고를 이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이와 같은 세계적인 물의 위기, 물의 재앙 속에서 우리의 물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245㎜로 세계 평균보다 1.4배 높지만 1인당 강수량은 연간 2591㎥로 세계 평균의 1/8 수준이다. 또한 계절별, 연도별, 지역별 강수량의 편차가 심해 홍수와 가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가 내놓은 장래 용수 수급전망을 보면 2011년에 전국적으로 3.4억㎥, 지역적으로 7.9억㎥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수자원장기종합계획’ 국토해양부 2006. 7)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2000년대 접어들면서 자연재해에 강한 국토기반을 구축하고,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물 관리를 위해 수자원장기종합대책을 수립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기존 용수공급체계의 조정, 농업용 저수지의 재개발, 해수담수화, 인공강우, 해양심층수의 개발, 친환경 중소규모 댐의 건설 등이 그것이다. 특히 한국수자원공사는 ‘수자원 관리의 과학화’를 위해 수계 내 이수·홍수·발전의 통합 운영, 전국 12개 권역별 광역 용수공급체계의 구축, 비상급수체계를 통한 신속한 대응체계와 고도의 수질분석 서비스체계 구축 등을 통하여 보다 선진화된 물의 공급과 관리·운영을 선도하고 있다.

물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물만큼 중요한 재화는 없다고 본다. 옛날에는 깨끗한 물을 원하는 만큼 거저 쉽게 얻을 수 있었지만 오늘날 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물을 확보하고 관리하는 데에 많은 인력과 예산이 소요된다. 동시에 최첨단 과학의 발달과 함께 끊임없는 R&D(연구개발)가 이루어져야 하며, 물을 사용하는 모든 국민의 관심과 지원 역시 절실히 필요한 단계에 와 있다. 자연이 주신 위대한 선물, 생명과 문명의 원천이며 산업발전의 원동력인 물을 잘 관리하고 이용하기 위하여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 지혜가 한데 모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송용길<한국수자원공사 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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