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속에 새가 노니니 벌써 봄이 왔구나

용봉산 자연휴양림 산림휴양관
용봉산 자연휴양림 산림휴양관
생기가 파릇파릇 돋아나는, 완연한 봄이다. 차갑게 날 선 바람이 옷깃을 예리하게 파고들던 추위는 온데간데 없다. 이런 봄날 주말, 한결 가벼워진 옷차림을 하고 어디론가 나들이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바닷가에 서도 살랑이는 바람은 따뜻하기 그지없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서해 갯벌은 군데군데 조그만 통통배들이 물때를 놓쳐 당황스러운 듯 기우뚱 부자연스럽게 올라 앉아 있다. 더 이상 묘사가 필요 없을 만큼 고즈넉한 한 폭의 풍경화이다.

홍성군 서부면 남당리와 그 부근에 가면 시간이 멈춘 듯한 이런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더욱이 그곳에는 제철을 맞아 살이 익은 새조개가 기다리고 있다. 봄을 타며 까다로워진 입맛을 달래는데 이보다 좋은 먹거리는 없는 듯싶다. 여기에 눈과 마음이 호사스러워지는 봄맞이 여행길은 내용 알찬 별책부록이다.

‘가을 대하 봄 새조개’라 했던가? 홍성군 남당항 앞바다 천수만에서 요즘 잡아 올린 새조개는 봄내음을 한껏 머금고 있다. 마침 새조개 축제가 열리고 있어 남당항에 빼곡히 들어선 100여개의 포장마차 어디를 들어가든 쫄깃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새조개는 속살에 붙은 발이 새 부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새조개를 살짝만 데쳐 보면 조갯살이 통통하게 부풀어 오르는데 그 모양이 새 부리와 비슷하다.

워낙 맛이 뛰어나 10여년 전까지도 잡히는 족족 일본으로 수출돼 국내에선 맛보기가 어려웠다. 해산물 천지인 일본에서도 새조개를 ‘도리가이’라 부으며 최고급 초밥 재료로 인정했다.

1980년대 초반에는 천수만에는 새조개가 없었다. 파도가 비교적 잔잔한 연안 3-20m 수심에 모래와 개펄이 혼합된 곳이 새조개 산란의 최적지인데 1984년 간척사업으로 천수만 북단에 모래가 생기면서 서식지가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자연환경이 변화가 새조개를 불러온 셈이다.

천수만에서는 해마다 12월부터 다음해 3월 초까지 연안에서 끌방으로 새조개를 잡아 1-3월에 가장 좋은 맛을 낸다. 4월부터는 산란기에 들어가 양양분이 알에 집중되기 때문에 맛이 덜하다.

특히 천수만 새조개는 단백질에 필수 아미노산과 철분이 많다. 타우린 성분도 풍부해 춘곤증을 이겨내는데 그만이다.

남당항 포장마차에선 무, 파, 팽이버섯과 각종 야채, 바지락 등을 넣은 육수를 팔팔 끓여 새조개를 살짝 데쳐 먹는 샤브샤브가 주 메뉴다.

살집이 크고 부드러워 날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무쳐먹어도 좋다. 하지만 탱탱한 조갯살을 씹으면 감칠맛 나는 육즙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샤브샤브가 제일이다.

새조개를 데쳐 먹고난 후 남은 국물에 칼국수나 라면을 끓여 먹는 게 당연스런 수순. 특히 라면은 면에 함유된 기름이 새조개의 단맛을 증폭시켜 입맛 가득 고소한 맛을 느끼게 한다. 라면 수프는 새조개의 감칠맛을 없애기 때문에 넣지 말고 심심하게 먹는 것이 좋다.

가격은 크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무게는 껍데기를 제거하고 살과 내장만 잰 무게로 가장 굵은 것은 1㎏에 12개쯤 되고 4만원 선이다. 이보다 조금 가는 것이 1㎏에 18개쯤으로 3만 5000원, 가장 가는 것이 1㎏당 30여개에 3만원쯤 받는다.

쫄깃한 육질과 감칠맛을 즐기려면 비싸더라도 씨알이 굵은 것이 낫다. 출하량이 줄면 가격이 1만원쯤 오른다.

새조개로 생기를 되찾았다면 이제 충전된 몸으로 봄을 제대로 즐겨보자. 남당항과 멀지 않은 곳에 나른한 몸에 생기를 넣어줄 곳이 얼마든지 있다.

하루를 묵어갈 계획이라면 부근의 홍성군 용봉산 자연유양림을 추천한다. 남당항에서 홍성읍내 방향으로 가다 덕산온천 방면 609번 도로를 이용하면 된다.

용봉산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고 있어 산 자체가 휴양림이다. 등산로 곳곳에서 훌륭한 조망을 감상할 수 있다.

가족단위 휴양객들이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며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독립가옥 형태의 숲속의 집 5개 동을 비롯해 취사시설, 주차장 등 편의시설도 충분하다.

자녀들의 산교육을 생각한다면 한용운 선생 생가지와 김좌진 장군 생가지를 둘러보자. 홍성 읍내에서 보령으로 넘어가는 21번 국도변에 있는 한용운 선생 생가지는 1992년 복원한 작은 초가집이다. 이곳은 한용운 선생(1879-1944)이 고종 16년에 태어난 곳이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불교를 통한 애국 청년운동과 일제에 항거하는 독립운동사상을 전파하는데 온 힘을 기울인 선생의 체취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싸리나무 울타리에 둘러쳐진 작은 집은 청렴했던 선생의 성품과 닮아 있다. 생가 오른편에는 만해 사당이 자리잡고 있다.

한용운 선생 생가에서 이정표를 따라 북쪽으로 교향리, 행산리를 지나면 김좌진 장군 생가지가 나온다. 아담한 기와집이다. 기념관은 생가 바로 앞에 자리했고 사당은 생가를 나와 도로로 접어들면 보인다.

이곳에는 장군의 독립정신을 기리기 위한 백야공원이 조성돼 장군의 일대기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히스토리 가벽과 장군의 전승기념비 등을 볼 수 있다. 공원 주변엔 소나무, 대나무 숲이 들어서 있어 마음을 쾌적하게 하는 산책길로 그만이다. <송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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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 선생 생가지
만해 한용운 선생 생가지
새조개
새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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