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당진으로 나들이

봄이다. 남녘의 들판에는 언 땅을 뚫고 나온 보리가 대지를 연녹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연녹색 대지는 동백이 피고 매화가 피면서 봄내음과 함께 빠르게 북상 중이다. 거리의 수목들도 가지마다 움이 돋아 봄을 틔울 준비를 마쳤다. 꽃내음을 좇아 서둘러 남쪽으로 가고 싶지만 먼길 나들이가 부담된다면 가까운 당진으로 가보자. 이미 봄기운이 가득 충전된 당진에는 꽃향기 못지 않은 낭만이 기다리고 있다. 붉은 동백의 아름다움을 대신하기에 충분한 해넘이와 해돋이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주말은 영상 10도 안팎의 포근한 날씨가 예상된다니 가족나들이에는 최적이다.

당진 나들이에 빠뜨릴 수 없는 곳이 왜목마을이다. 왜가리 목처럼 바다 쪽으로 불쑥 튀어나온 왜목마을은 서해안에서는 드물게 수평선 위로 해돋이가 연출되는데다 해넘이까지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인근 장고항의 노적봉(남근바위) 위로 솟는 해돋이를 마을 뒤 석문산 정상(해발 79.4m)과 마을 안쪽의 방파제 끝부분에서 보는 것이 가장 좋다.

이곳의 해돋이는 불기둥 같은 동해안과는 달리 소박하면서 서정적이다. 동해의 해돋이가 장엄한 붉은 색이라면 왜목마을의 해돋이는 황토 빛의 질박한 색을 띈다.

안개 낀 바다를 서서히 물들이며 시작돼 20여분쯤 바다를 붉게 물들이다 안개가 걷히면서 시작되는데 한 순간에 치솟는 해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해넘이는 같은 자리에서 고개만 돌리면 볼 수 있다. 대난지도와 소난지도 사이 비경도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해넘이가 일품. 불덩이처럼 타오르던 해가 서서히 빛을 감추며 바다와 하늘을 검붉게 물들이다 바다로 깊게 잠긴다.

특히 봄에 보는 해돋이는 개운하다. 새벽 바닷가에 나서면 시원한 바람에 정신이 맑아지고 신년 해맞이 같은 번잡함이 없어 좋다. 신년 해맞이 때면 이곳에서 30㎞ 떨어진 서해대교부터 인산인해를 이루기 때문에 바닷가에 도착하기도 전에 해가 떠버리기 일쑤다.

한적한 바닷가에서 한적한 해돋이를 보고 싶다면 이번 주말이 적기다.

당진 왜목의 해돋이 외에도 볼 만한 것이 많다. 한국에 천주교가 처음 상륙한 곳답게 곳곳에 천주교 성지들이 있다. 내포지방 한국 가톨릭교회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솔뫼성지, 최초의 교구청 신리성지, 순교지 해미성지· 갈매못성지, 합덕성당 등이 있어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좋은 안식처가 되어 준다.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포구여행이다. 서해안 고속도로 서해대교를 넘어 송악 IC 오른쪽으로 가면 이어지는 한진 포구, 성구미 포구 등은 눈을 자극하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포구여행은 한진포구에서 출발해 안성, 성구미, 장고, 도비구 포구로 이어진다.

한진포구는 조선 초에 개항해 1950년대까지 성시를 이뤘던 유서 깊은 곳이다. 지금은 예전의 명성이 사라졌지만 서해대교로 떠오르는 일출과 갯벌에서 바지락을 잡는 풍경은 여느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관이다.

한진포구를 나와 7㎞를 내려와 사잇길로 우회전하면 안섬포구다. 길에서 떨어져 있어 스쳐 지나가기 쉽지만 갯마을 풍경이 아늑하게 살아 있는 곳이다.

장고포구는 서해안의 운치를 그대로 담아 놓은 듯 아름답다. 갯내음이 비릿한 해변과 모래톱 위에 작은 어선들이 줄지어 있는 이곳은 바다낚시로 유명한 국화도로 향하는 배가 출발하고 곳. 4-5월에는 싱싱한 실치회를 맛 볼 수 있다.

도비도 포구는 농어촌휴양단지가 조성돼 있어 철새 탐조가 가능하며 콘도식 숙박시설과 조각공원, 수산물 직판장까지 갖추고 있다.

지하 200m에서 끌어올린 암반해수를 데워 운영 중인 해수탕에서는 서해의 경관을 즐기며 쉬기에 그만이다. 도비도 선착장에서는 난지도를 오가는 여객선이 운행되고 있으며, 삼길포, 비경도 등을 돌아오는 1시간 코스의 유람선도 탈 수 있다.

2002년 삽교호에 위용을 드러낸 함상공원은 전투용 상륙함과 구축함을 연결해 만든 동양 최초의 군함 테마파크로 어린 자녀와 함께 하는 나들이에는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함상 공원에는 대형 상륙함과 구축함 2대가 정박해 있다.

1945년 미국에서 건조된 길이 100m, 폭15m에 아파트 12층 높이인 상륙함 ‘화산함’은 베트남전 후 보트피플 구출작전에 나섰던 배로 1999년 퇴역할 때까지는 우리 해역을 누비던 함정이었다.

1944년식 구축함 ‘전주함’ 역시 월남전 참전 후 한국 해군에 인도돼 우리나라 해역 경비를 맡아오다 화산함과 같은 해 퇴역했다. 대공, 대함, 대잠 전투 능력을 골고루 갖춘 전투함으로 함포, 미사일, 어뢰, 폭뢰, 기관포 등으로 중무장 된 함정이었다.

구축함은 체험관 위주로 꾸며졌다. 어뢰를 비롯 함대공-함대지포 시스템 등 장비들이 생생하게 보존돼 있다. 전투함 내부는 해군 병사들의 의식주 공간을 살펴 볼 수 있다. 병사들의 걸이식 침대와 세면장, 취사실, 의무실, 세탁실 등 군함 안의 오밀조밀 세간 살이와 수납공간이 그대로 재현돼 있어 해군의 실제생활을 직접 보고 느껴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원한다면 야채비빔밥, 쇠고기비빔밥, 김치국밥 등 즉석 전투식량도 맛볼 수 있다. 잠시 자녀들 성화를 뒤로 하고 군복무시절의 아련한 추억에 잠겨볼 생각은 없는지…. <송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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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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