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충남지사에겐 신문과 관련된 일화가 많다. 98년 자민련 대변인 시절의 일화 한 가지. 당시 이 지사는 6명의 부대변인과 함께 전날 중앙 일간지의 가판을 분석한 뒤 다음 날 오전 7시부터 1시간동안 대변인실 회의를 갖고 당의 입장과 언론 발표 요지 등을 정리했다. 회의 후에는 곧바로 당시 박태준 자민련 총재를 찾아가 보고하고 총재의 입장을 정리한 뒤 언론에 브리핑했다. 이 지사는 10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이 일정을 되풀이했다. 이 지사는 언론 브리핑시 “총재님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라며 당 총재의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10개월간 박태준 총재는 이 지사에게 단 한마디도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모든 브리핑 내용은 이 지사의 머리 속에서 나왔고 그것이 당 총재의 입장이 됐다. 총재와 대변인간의 신뢰 관계의 밑바탕에는 이 지사의 꼼꼼한 신문 분석이 힘이 됐다. 이 지사는 후에 “당시의 신문 읽기와 분석이 정치인으로서 도지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적 감각을 높이고 사물의 이면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예찰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신문을 통해 세상을 보고 나눈다고 말한다. 오전 6시면 어김없이 10-20분간 20여개의 신문을 펼쳐 놓고 빠르게 독파해 나간다. 그 만의 세상을 만나는 시간이다. 그와 대화를 나누다보면 “어떤 신문에 어떤 기사가 나왔는데…”라는 식의 말을 많이 듣는다. 짧은 시간에 많은 종류의 신문을 통해 다량의 정보를 획득하는 그만의 비결이 있는 듯하다. 그의 집무실에는 찢겨진 듯한 신문 조각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아침에 신문을 보면서 자신만의 방식대로 스크랩(?)한 것들이다. 오리는 시간도 아까워 찢어서 보관한다. 몸에 밴 실용주의의 일면을 보는 듯하다.

이 지사의 언론관은 매우 뚜렷하다. 노무현 정부의 기자실 폐쇄가 한창일 때 이 지사는 기자실 확대를 스스럼없이 선언했다. 외자유치 해외 순방시 기자 동행 취재가 ‘공짜 취재’ 논란을 빚자 “도정 홍보에 도움이 되는데 무슨 소리냐”며 기자 간담회를 통해 “도의 전액 부담 원칙”을 밝히기도 했다. <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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