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교도소 탈주범 최후 국내유일 포착… 한국타이어 돌연사 의혹 파헤쳐

왼쪽부터 80년대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오대양 사건, 전주교도소 탈주범 자살 사건, 무령왕릉서 발견한 수금왕관, 고암 이응노 화백의 미공개 유작 ‘군상’
왼쪽부터 80년대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오대양 사건, 전주교도소 탈주범 자살 사건, 무령왕릉서 발견한 수금왕관, 고암 이응노 화백의 미공개 유작 ‘군상’
명실상부한 중부권 최고의 신문인 대전일보가 지령 1만8000호를 맞는다. 반세기 넘는 58년의 역사를 묵묵히 걸어오며 대전·충청지역 현대사를 고스란히 반영해 온 대전일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계복귀의사 표명, 오대양사건, 백제금동대향로 발굴 그리고 최근 한국타이어 근로자 연쇄사망 사건까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아우르는 굵직굵직한 특종을 수없이 보도해 왔다.

대전일보 기자들은 갖은 고초를 겪어가며 취재현장에서 지켜 주옥 같은 기사를 발굴했는가 하면 사건 현장에서 한 컷의 사진을 찍기 위해 위험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전일보 지면을 장식했던 헤아릴 수도 없는 수 많은 사건·사고 속에서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의 기억에 회자되는 특종들. 대전일보가 일궈냈던 굵직했던 사건들을 키워드로 분석해본다.

◇오대양 사건, ‘변제요구 부모 감금 폭행’=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오대양 사건은 대전일보의 발빠른 취재력을 전국에 보여준 대표적인 특종이다. 대전일보는 1987년 8월 24일자 사회면 톱으로 ‘한 집안 자녀 7명을 회사에 입사시키고 부모로부터 사업 자금조로 5억 원을 뜯어낸 뒤 변제를 요구하는 부모들을 감금하고 폭력을 휘두른 회사간부 및 직원 11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구속됐다’는 기사를 처음 내보냈다.

사흘 뒤 경찰 조사 도중 졸도해 대전 성모병원으로 옮겨진 대표와 그의 아들이 잠적하고 이들이 경영해 온 학사 원생 30여명 등 오대양 직원 150명이 자취를 감췄다. 대전일보는 오대양 용인농장에 행방불명된 150여명이 있다는 제보를 단독 입수하면서 특종을 이어갔다. 임시취재반이 농장으로 급파된 그날 저녁 32명의 시신이 건물 천장에서 발견됐다. 대전일보는 단순 폭행으로 시작한 사건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연일 주시하는, 언론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안면도 핵 폐기물 처리장 사태, ‘환경파괴 주민 강력반발’=천연자원의 보고(寶庫), 안면도를 지금의 모습 그대로 지킬 수 있었던 것도 대전일보의 취재력 덕분이었다. 1990년 11월 3일자 대전일보 1면을 통해 안면도 핵 폐기물 처리장 문제가 부각됐다. 특별취재반은 원전폐기물 처분장 부지를 유령회사 명의로 매입한 사실을 비롯 정부가 원자력관련 연구기관 및 충남도와의 협의를 거쳐 움직인 사실 등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지면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주민들이 등교거부에 나서면서 ‘주민들, 공무원 출근 저지’라는 제목으로 상황을 신속하게 전했다. 연일 계속되는 기사 끝에 안면도 핵폐기물처리장 건설은 백지화될 수 있었다.

◇전주교도소 탈주범 사건, ‘교도소 탈주범의 최후’=빛나는 사진부문 특종도 있었다. 1990년 12월 27일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3명의 재소자가 탈옥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탈주범들은 그날 밤 대전으로 잠입해 검문하는 경찰관의 권총을 빼앗고 대청호 쪽으로 도주했다. 사진부 전재홍 기자는 전국에서 몰려든 취재진 중 유일하게 탈주범에게 접근해 총으로 자살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가슴에 권총을 대고 자살을 하려는 순간 등 3컷이 12월 28일자 1면에 실리면서 탈주범의 최후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사진은 이달의 기자상, 한국기자상 보도 사진전 금상, 서울언론상 등 사진과 취재부문 모든 상을 휩쓸었을 뿐만 아니라 외신을 타고 전 세계에 타전됐다. 대전일보의 특종 사진이 세계 주요언론에 보도됐음은 물론이다.

◇백제 금동대향로 발굴=세계적인 유물이 처음 햇빛을 볼 때도 대전일보는 함께 했다. 1993년 12월 20일 대전일보는 부여에서 문화재를 발굴하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비밀리에 잠입했다. 당시 문화체육부는 대전일보가 발굴현장에서 집중 취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보고 받고 유물 공개를 서두르게 된다. 단 이틀만인 22일 오후 현지에서 이민섭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가졌고 타 신문사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대전일보 특별취재반은 23일자부터 다양한 심층기사를 쏟아낼 수 있었다.

◇‘죽음의 공장-한국타이어 근로자 연쇄사망’=대전일보는 지난해 11월 국내 굴지의 기업인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금산공장, 연구소에서 근로자들이 1년 사이에 7명이 돌연사한 사실을 처음 세상에 알려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대전일보가 보도한 이 사건은 한국산업안전공단 등이 역학조사를 착수하는 등 금세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이 보도로 대전일보는 김형석·송충원·노형일·한종구 4명의 기자가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은 물론 한국기자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대전·충남에서 한국기자상을 받은 신문사는 현재도 대전일보가 유일하다.

대전일보는 이밖에도 ▲백제 무령왕릉, 흥미진진한 발굴현장(1971) ▲양창선씨, 청양 구봉광산 매몰 368시간만에 극적 구조(1963) ▲아산시 모산 건널목 열차 충돌, 수학여행 온 서울 경서중학생 45명 사망사건(1970년) ▲김대중 전 대통령, 정계복귀의사(1995년) ▲자민련 김종필(JP)총재, 왕기 서린 명당으로 부친묘 이장(2001년) ▲건양대병원 황당한 의료사고-위암환자 갑상선 제거, 갑상선환자 위 절제(2006년) 등을 전국의 언론매체 가운데 제일 먼저 지면에 실었다. <김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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