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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黨' 간판은 달았지만...

2008-03-06기사 편집 2008-03-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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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는 김병준 부총리의 이름을 박미석 수석 이름으로 바꾸어서 그대로 그 논평을 인용하겠다. 박미석 수석 내정자는 제자의 논문 표절에 따른 의혹에 대해서 책임져야 하며 청와대 수석 자리뿐만 아니라 대학교수직에서도 더 이상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 말은 우상호 통합민주당 대변인이 지난달 이명박 정부 사회정책수석 내정자인 박미석씨의 논문표절 논란이 일자 참여정부 시절 김병준 교육부총리 후보자의 논문표절 논란 때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이 내놓은 논평을 이름만 바꿔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표절 논란에 표절 논평으로 상대방을 공격한 것이다. 어떤 신문은 ‘나는 그때 네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는 재미있는 제목을 달아 독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수(攻守)가 뒤바뀐 여야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10년간 공격수 역할을 하다 이제 막 수비수로 전환했다. 새 정부와 함께 손발을 맞춰 국정을 이끌어 나가려면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하고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여론의 몰매를 맞기도 해야 한다. 여당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라도 비리 의혹에 연루되면 야당보다 훨씬 더 많은 비난을 받을 때도 있다. 새 정부를 뒷받침해 앞으로 5년간 제대로 된 여당을 하려면 국민들에게 참신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요즈음 18대 총선 후보공천을 놓고 갈등을 빚는 한나라당을 보면 쇄신을 하겠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밥그릇 챙기기만 몰두하고 있어 국민들을 착잡하게 하고 있다. 공천기준을 놓고 티격태격하더니 계파 간 나눠먹기가 심각해지자 강재섭 대표까지 나서서 강력한 경고를 하고 있다. 게다가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차기 대표론까지 들고 나와 각 계파와 이해 당사자 간 한판 전쟁이라도 할 태세다. 계파와 개인들의 이해가 당의 득실보다 더 앞서고 있다. 대통령 선거전 때 깍듯했던 한나라당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대선기간 동안 한나라당은 정권교체를 호소하며 몸을 한껏 낮추었다.

민심은 냉정하고 가혹하다. 대선 때의 압도적 지지가 다가오는 총선에서도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인수위가 보여준 몇몇 잡음에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됐다. 거기에다 장관임명 과정에서 나타난 부자내각 논란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해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선 직후 여론조사에서 민심은 압도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쪽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견제론’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서울에서는 오히려 ‘안정론’을 앞지르고 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마저 임기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50%대 안팎으로 당선 직후보다 무려 20% 가까이 내려앉았다.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물 건너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후 몇 개월간 주어질 ‘허니문’도 그나마 없이 총선을 통해 초반 평가를 받아야 할 형편이다. 이 대통령은 이미 인수위 활동, 장관 임명 논란, 숭례문 복구 성금모금 발언 파문 등으로 지지율 하락이라는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새 정부의 순조로운 출발을 도우면서 자신들은 개혁과 참신함으로 무장해 여론의 지지라는 과실을 함께 따야 할 한나라당이 지금 보이는 행태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다시 집권하자마자 ‘웰빙 정당’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한나라당이 총선후보 공천과정에서 보이고 있는 구시대적 나눠먹기식 행태로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 민주당이 공천문제를 기준에 따라 흔들림 없이 말끔하게 처리한다면 상당한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게 됐다. 여당이 됐으면 뭔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할 텐데 집안싸움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으니 참 딱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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