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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을 잃지마라

2008-02-25기사 편집 2008-02-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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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제 1차 세계대전에서 구한 클레망소가 총리로 취임 할 때 기자가 물었다. “지금까지 만난 정치인 중에 최악의 지도자는 누구입니까.” 그러자 클레망소가 말한다. “최악은 아직도 못 만났습니다.” 그러면서 “의사인 내가 기자와 정치인으로 활동하며 뭍사람을 만났지만 ‘이 사람이 최악이다’ 생각하는 순간 그보다 더 불량 정치인이 나오더라”고 대답했다.

그가 반세기동안 프랑스를 이끌다가 물러나던 날, 이번엔 그 기자가 ‘당신이 최악의 지도자가 아니었더냐’고 꼬집었다. 잠시 갸우뚱하던 그가 도리질을 했다. 그는 “나는 초심을 지키려고 했고, 부하의 송곳 같은 직언에 귀를 기울였다. 직언과 아첨을 가려왔던 만큼 최악은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나쁜 지도자는 권력이란 마력에 우쭐하고, 직언을 멀리한 채 제멋대로 하는 경우”라며 “망치를 들고 있으면 모든 것이 오직 못으로만 보이는 것과 같다”고 했다.

오늘 ‘국민성공시대’라고 스스로 이름 지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다. 국회의사당 앞뜰에서 치르는 취임행사와 함께 이명박 시대가 개막된다. 캐치프레이즈인 실천하는 경제대통령직에 오른다. 새 정부가 5년간 나라의 번영과 민족의 안녕을 위해 어떤 일념으로 땀 흘리며 전환기에 대응할지 큰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국정의 DNA(유전자의 본체)를 바꾸겠다고 공언한 입장이다. 국민통합작업과 함께 국정의 틀과 제도를 모조리 뜯어고치겠다는 구상이다. 각 분야의 느슨해진 성장에너지를 되살려 아시아의 용을 넘어 글로벌 코리아를 실현하겠다는 의미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는 상투적 구호가 아니라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런 구상이 안착하기까지는 몇몇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우선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그 초심에는 국민에게 귀를 열고 섬기겠다는 겸손함과 자기성찰, 원칙과 쓴 소리 직언을 피하지 말아야한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각은 이번 집권 후 한풀이나 하듯 오만해졌다. 연전연승에서 얻은 높은 지지도에 스스로 포로가 된 듯하다. 민심에 의해 탄생한 정권이라면 더 낮게, 입을 닫고 귀를 높이 세워야 할 판인데 그 반대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스스로 외국인이 비밀을 잘 지키니 법을 고쳐 장차관에 앉히겠다는 발상이나, 반대편을 설득하지 않고 각료 명단 발표를 강행한 점은 과거정권과 닮았다. 점령군 노릇하던 인수위가 영어몰입교육을 밀고 가다 되돌린 일등 적잖은 문제도 의아하게 만든다. 어느 학자의 말마따나 새 대통령의 말의 가벼움과 측근들이 설익은 정책들을 냈다가 반론에 밀려 거둬들이는 아마추어적 만용이 그 증거다.

정권 출범 초의 높은 지지도는 허상이다. 취임 초 뜨거운 함성과 갈채역시 독약이다. 민심은 한꺼번에 밀려왔다 사라지는 밀물과 썰물과 같다. 정권이 출범도 하기 전에 새 각료와 청와대 참모진 등 일부의 땅 투기 및 논문표절시비, 자녀들의 한국국적상실의혹이 커지자 싸늘한 여론이 그것이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 모두 출범당시 80-90%대의 지지를 받았어도 초라한 말년과 씁쓸하게 퇴장한 교훈이 단적인 예다. 역사학자 슐레진저 교수도 지난 1984년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큰 득표율로 재선되자, 뉴욕타임스의 기고에서 “압도적 지지와 인기에 만 도취되면 현실 파악 능력을 잃어 큰 수난을 겪는다”고 충고했다.

부단한 자기성찰과 함께 밤낮으로 직언과 민성(民聲)을 폭넓게 듣고,독선과 편견,아집을 경계해야한다. 영국 왕실은 새 총리가 취임할 때면 친서에 고대 로마 네로황제 얘기를 전한다. 그리고 말미에 ‘자면서도 직언을 들으라’고 조언한다. 네로황제는 처음부터 폭군이 아니었다. 사악한 어머니 흉계로 16살에 황제에 올랐어도, 명군의 소질이 특출했다. 즉위 초 한 죄수의 사형집행명령서에 서명을 할 때 “글을 읽고 쓸수 있다는 게 후회스럽다”며 괴로워 할 만큼 착했다. 그런 그의 앞에 직언은 없고 권력에 취하게 만든 아부꾼들에게 싸여 초심을 잃고 급기야 살인, 방화등등 미치광이 폭군으로 변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 아침, 새로운 시작은 초심을 지킨 5년 뒤 국민의 찬사속에 아쉬운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뒷모습도 함께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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