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아름다운 서해를 달린다 ,낭만 차창 밖 정경 꿈을 담았다

안면암 가는길
안면암 가는길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지독한 가난과 외로움에도 자신의 생애를 소풍에 비유, 저승에 가서 아름다웠다 말하겠다고 노래했던 시인 천상병의 대표작 ‘귀천(歸天)’이다.

1993년 63세의 나이로 타계한 천상병 시인의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 영원한 자유인의 삶은 안면도 대야도에 있는 천상병 고택으로 가다보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철거될 뻔했던 천상병 시인의 경기도 의정부 수락산 자락의 생가는 지인의 도움으로 이곳에 고스란히 복원되면서 생전에 시인이 노래했던 순수함과 따뜻함이 함께 배어들었다.

안면도 도로는 대야도로 가는 길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더라도 소나무 숲을 가로지르거나 해안을 바라보며 달릴 수 있어 좋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될 소풍 거리가 많다. 안면도의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가보자.

▲나를 돌아보는 시간, 대야도 가는 길=대야도 가는 길은 두 가지다. 안면읍내에서 77번 국도를 따라 영목 방면으로 가다 삼거리에서 좌회전해서 3번 군도를 따라 들어가는 길과 77번 국도로 고남 방면으로 가다가 지포저수지 삼거리를 지나 들어가는 길이 있다.

가는 길은 오가는 차량이 적어 사색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차창 밖으로 넓은 평야지대와 승언1호저수지, 두산목장, 염전, 개펄이 슬로우비디오처럼 차례대로 펼쳐져 겨울철 아름다운 풍경을 눈과 마음에 한껏 담을 수 있게 된다.

가는 길에 처음으로 펼쳐지는 절경인 승언1호저수지는 안면도에 있는 30여개의 저수지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저수지로, 넓고 잔잔한 물결이 모든 이를 반긴다. 호수 주변을 걸어보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세계 유일의 삼색 연꽃이 자생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저수지를 지나 대야도로 가다 보면 완만한 구릉을 따라 넓게 펼쳐진 목초지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마음대로 목장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보헤미안 민요 ‘목장길 따라’처럼 정겨운 정취는 맛볼 수 있다.

대야도는 원래 섬이었으나 간척사업으로 안면도와 연결됐다. 삼면이 개펄로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특별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대야도에 들어서면 천상병 시인의 고택과 문학관이 있고 천상병 고택 앞길을 따라 가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억덕 위로 오션힐, 이니스프리, 일마레, 화가의 마을 등 지중해 별장을 연상시키는 펜션이 줄지어 있다.

낚시꾼이라면 대야도 안의 지포저수지를 덤으로 추천한다. 호수 주변으로 펜션이 들어서 있고 한쪽에는 작은 공원도 조성돼 있어 가족과 함께 와 휴식을 취하면서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이곳의 호반도 소나무숲으로 덮혀 있어 겨울의 상쾌한 산림욕을 즐기기 적당하다.

▲소나무 숲속에서 낭만찾아 안면암 가는 길=해안가 야트막한 언덕 위에 세워진 안면암. 입구에서부터 울창한 안면송이 맞이하는 안면암은 바닷가에 콘크리트로 지어진 사찰이다. 안면암을 배경으로 드넓게 펼쳐진 갯벌은 제2의 꽃지를 연상케 한다.

목적지만 근사한 것이 아니라 가는 길도 아름답다. 안면읍내 방향으로 77번 국도를 따라 10여분쯤 가다보면 왼쪽으로 안면암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안면암은 이곳으로 들어서 15분을 더 가야 하는데 이 길이 인상적이다. 현재는 포장공사가 끝나 예전처럼 차가 덜컹거리지는 않는다. 꼬불꼬불한 도로를 가다보면 길 양쪽으로 곧게 뻗은 소나무숲이 터널처럼 감싸고 있다. 청량한 솔향을 맡으면서 가다보면 가슴이 저절로 상쾌해진다.

안면도의 소나무는 조선시대 강력한 산림보호정책에서 비롯돼 벌써 6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일제감점기와 6·25 전쟁을 겪으며 많이 훼손됐지만 전국 최대의 군락지여서 장대함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다.

지상 4층 구조인 안면암은 1층은 공양처, 2층은 불자수련장, 3층은 소법당, 4층에는 대웅전과 불경독서실이 들어서 있다. 2층 법당에 올라 천수만을 바라보면 ‘우리명산 답사기’의 저자 류인학씨가 말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다운 만”이라는 문구에 절로 고감하게 된다.

안면암에서 쌍둥이 무인섬인 여우섬과 조그널까지 오렌지색 부표를 엮은 부잔교(浮棧橋)도 매우 인상적이다. 200m 길이의 이 부교는 물이 빠지면 개펄 위로 걸쳐지고 물이 들어오면 물 위에 뜨기 때문에 언제든지 걸널 수 있다. 물이 들어왔을 때는 많이 흔들리기 때문에 노약자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퇴적암으로 이뤄진 여우섬과 조그널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 연인들의 은밀한 데이트 장소로도 애용되고 있다.

▲넓게 펼쳐진 해변 따라가는 재미, 안면도 해안도로=연육교를 건너 5분쯤 가면 나오는 백사장포구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2002년에 조성된 안면도 해안도로에 진입할 수 있다.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을 볼 수 있어 동해안에 온 것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이곳은 석양을 보기 좋은 도로다.

늦은 오후쯤 해안도로를 따라 천천히 달려보면 서해의 절경, 낙조를 배경으로 해안의 야릇한 속살을 볼 수 있어 더없이 낭만적이다. 이 시간대에는 해안도로를 따라 산책하는 연인들이 많기 때문에 안전운전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심각한 차량정체가 빚어지는 여름 성수기보다 이 시기가 드라이브 하기 적당하다. 해안선을 따라 꾸불꾸불한 도로를 달리면서 한쪽으로는 푸른 바다, 반대편으로는 전원풍경과 소나무숲은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

총 15㎞ 구간으로 진입하면서 백사장해수욕장이 눈 앞에 펼쳐지고, 삼봉, 기지포, 안면, 두여, 밧개, 두에기, 방포 해수욕장이 차례대로 모습을 보인다.

풍광과 모양이 제각각인 해수욕장들은 저마다 특별한 사연을 지니고 있다.

바닷물이 수백m 빠지면서 드러나는 은빛 모래가 장관인 백사장해수욕장. 앞바다에 세 개의 바위가 있다 하여 붙여진 삼봉해수욕장. 소나무, 자갈, 모래, 바다 등 안면도의 모든 요소들이 작은 해변에 모여 있는 안면해수욕장. 어디를 가더라도 주변으로 울창한 소나무로 둘러싸여 있고 모래가 곱다.

이맘때는 제철인 우럭과 굴을 맛보러 가는 것도 좋다. 안면도 우럭은 육질이 연하지도 질기지도 않아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자연산 안면굴의 담백한 맛도 빼놓을 수 없다. 양식굴과 다르게 알이 작고 고소한 향이 일품이어서 비릿한 맛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한번 먹어보면 다시 찾게 된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쉬어가는 포구나 해수욕장 어디를 가도 지금 먹어야 제맛인 우럭과 굴이 기다리고 있다.

▲일출과 일몰 볼 수 있는 곳으로=안면도에는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명소가 여러 곳 있다.

안면도 동쪽, 천수만 바닷가에 자리잡은 황도와 안면읍 정당리의 안면암 바닷가, 안면읍 중장리의 대야도, 고남면 누동리의 가경주 마을, 안면도 최남단 영목포구 등이다.

이곳에서는 천수만 너머 오서산 위에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어 그 장엄함이 남다르다.

일몰은 일출과 반대로 서부해안 어디에서든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꽃지해변의 할미·할아비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일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 중 하나다.<송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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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변 안면송
국도변 안면송
안면도 해안도로
안면도 해안도로

송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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