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까지… 금공품등 정밀한 세공술 감탄

구슬들
구슬들
지난해 10월 고고학계에 오랜만에 기적같은 발굴 소식이 들려왔다.

부여 왕흥사지(王興寺址)에 대한 제8차 발굴 결과, 목탑 터 심초석(心礎石·중앙 기둥의 주춧돌)에 마련한 사리공(舍利孔)에서 백제 창왕(昌王) 시대에 제작된 사리구가 확인된 것. 이 사리구는 사리를 안치한 금병(金甁), 그것을 감싼 은병(銀甁), 다시 그 은병을 안에다 넣은 동함(銅函)의 3중(三重) 구조였으며, 이 중 동함 겉면에서는 이 사리 구를 백제 창왕이 정유년(丁酉年) 2월15일에 찰주(刹柱)를 세우고 사리를 안치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뒷받침 하는 글도 확인됐다.

사리구 외에도 찬란한 백제 유물이 대거 수습됐다. 특히 사리구가 발견된 목탑 심초석 주변에서는 금제 귀고리와 금모(금 모자) 장식, 탄목금구(炭木金具.숯으로 심을 박은 금목걸이 장식), 금사(金絲), 각종 구슬, 비녀, 곡옥(曲玉), 청동 팔찌 등의 귀금속류가 다수 출토됐다.

그로부터 4개월의 시간이 지났고, 마침내 창왕의 흔적과 백제의 숨결이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국립부여박물관(관장 권상열)과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김용민)이 마련하는 특별전 ‘백제왕흥사’. 지난 29일 개막한 전시는 오는 4월 29일까지 국립부여박물관 제 3전시실에서 마련된다. 금·은·동 사리구 세트 외 각종 금공품류, 옥류, 기와류 등 총 100여 점의 문화재가 공개되는 왕흥사 유물 속보전이다.

이번 전시는 왕흥사지 목탑이 있던 곳에서 발견된 ‘창왕명(昌王銘) 사리기(沙利器)’ 세트를 중심으로 그 주변에서 수습된 각종 사리공양품이 보존처리를 거쳐 일반에 모습을 드러낸다.

가장 주목을 받고있는 것은 청동제사림함과 금·은제 사리병. 사리기는 금 순도 99%에 이르는 금제 사리병과 은제 사리호, 그리고 청동제 사리함의 3중 구주로 되어 있으며, 이 중 명문(銘文)은 청동 사리함 겉면에서 확인됐다. 특히, 새겨있는 명문 ‘丁酉年二月十五日百濟王昌爲亡王子立刹本舍利二枚葬時神化爲三(577년 2월 15일, 백제왕 창昌이 죽은 왕자를 위해 사찰(혹은 목탑)을 세웠다. 사리 2매를 묻었을 때, 신기한 조화로 3개가 되었다)’은 사찰의 조성 연대와 건립 목적 등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뒷받침 해 준다.

관모 장식으로 보이는 운모로 만든 꽃잎과 철제 테도 관심사로, 백제 복식을 복원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주는 유물이다. 금제 귀고리의 방울장식은 가는 선과 금 알갱이를 정교하게 눌러 붙이는 이른바 누금(鏤金) 기법을 구사한 것. 쌀알보다 작은 유리구슬과 손톱 만한 금공품은 백제인의 정밀 세공술(細工術)을 엿보게 한다.

또 금속, 유리와 옥 등 세공품을 주로 한 사리 공양구와 칼, 기와류 등의 전시유물은 6세기 고대 동아시아 세계에서 국제적인 대도시였던 왕경 사비의 화려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줄 것이다.

한편, 전시기간 중 박물관 내 문화체험실에서는 ‘청동제 사리함 명문 탁본과 해석해 보기’라는 주제로 문화재 체험 행사도 마련한다. ☎041(833)8563 <김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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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구
사리구
운모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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