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적인 감정이지만,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통치기간 중 요직에 올랐던 인물이거나, 예상했던 금액 이상의 격려금을 받은 사람들로 국한해 생각하는 것은 단견이다. 대전지역에서 신망받는 기업인 중 한 사람인 A씨도 전 대통령으로부터 일종의 특혜를 받았다.

무력한 관료·탁상행정 없어져야

본인 말대로 ‘구멍가게 수준을 겨우 면했던’ 중소기업이다 보니 자금과 인력 면에서 부족함이 많았던 시기였다. 어느 기업도 서슬 시퍼렇던 전 대통령의 현지시찰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통령의 공장방문을 받아들이게 된 A씨. “뭐 해줄 것 없나,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봐”하는 말에 기대 없이(그동안 여러 기관장들이 방문할 때마다 민원을 호소했지만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금이 부족하며, 공장을 증축해야 하는데 규제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바로 그순간 A씨는 대통령 뒤에 배석해 있던 지역기관장과 관련공무원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게 됐고, “아차 이거 괜히 얘기해서 미운털이 박히는가 보구나, 이제 기업도 다 해먹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두려움도 잠시, 불과 3일만에 그토록 쌀쌀맞던 은행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돈을 찾아가라고. 이어 은행 관계자는 덧붙였다. 특별금리로 대출이 이루어졌노라고. 그런가하면 무슨 무슨 법에 의해 공장의 증축이 어렵다던 바로 그 공무원이 찾아와 공장증축을 해도 좋다는 서류를 내밀었다. A씨는 전 대통령 덕을 톡톡히 보았다고 단언한다. 자신이 누리게 된 ‘일종의 행운’에 고무됐던 A씨는 “자금과 인력, 기술이 부족한 중소기업, 그것도 지역의 기업들이 살아나려면 일회성 특혜를 벗어나 기업의 고충을 맞춤식으로 처리해주는 제도와 마인드가 시급히 형성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기회있을 때마다 피력했다.

그로부터 20여년 후. 유사한 일이 국민들 앞에 재연됐다. 전라남도 영암 대불국가산업단지내 기업들은 5년여 동안 물류이동시 커다란 장애를 주고 있는 전봇대의 제거를 관련기관에 진정해왔다. 그러나 목포시, 한전, 산자부, 전남도 등 관계기관들은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며 전봇대 철거를 미루었다. 그러다가 이명박 당선인의 말 한마디로 문제의 전봇대는 이틀만에 옮겨졌다. 철거되는 전봇대를 바라보는 산단내 기업인들은 만감이 교차했으리라.

신바람 나는 기업환경 조성을

대불산단의 전봇대는 산업현장의 긴급한 하소연이 무력한 관료조직과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에 의해 무시되고 왜곡되어 왔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닐 수 없다. 기업유치와 고용창출을 위해 자본과 행정적 지원은 물론 특별법까지 제정하고 있는 나라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과는 너무도 다른 현실이다.

아직도 풀어야 할 규제는 많다. 연구중심벤처기업의 전기요금 경감, 자유무역지구 입주업종 제한, 유통단지내 용지제한 규제완화, 도시 근린생활시설 용지의 공장설립확대, 산업단지 개발계획 절차 간소화 등이 기업의 대표적인 민원에 속한다. 말이 그렇지 사실은 숙원사업에 가깝다. 역대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불필요한 규제는 모두 풀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모두 공수표에 그쳤다.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 정부만은 기업인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으면 한다.

차제에 공직자들의 마인드 개선을 촉구해본다. 자신들의 규제가 국가나 국민복리를 위해 꼭 필요하며, 다른 그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의식은 버려야 한다. 공공의 이름으로 행하는 독선과 불합리가 자리잡아서도 안 될 일이다. 공적행위는 언제나 정의롭고, 기업의 영리행위에 비해 도덕적 우위에 선다는 생각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불필요한 규제는 풀리고, 관료조직의 효율성은 제고된다. 대불산단의 전봇대는 아직도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 전봇대 하나를 옮김으로써 문제가 해결됐다고 득의양양해 하는 공직자들이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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