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마애삼존불 지난해 보호각 철거

5. 서산(삼존마애불, 보원사터, 개심사, 해미읍성)

보는 이의 마음마저 넉넉하게 만드는, 백제의 미소라 널리 알려진 마애삼존불이 있는 서산. 그 곳은 마애삼존불 하나만 보러 가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여기에 조선 초기 지어진 해미읍성은 그 당시 서해안을 지켜내는 역할을 했다.

보원사 터에는 탑과 당간지주 등이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채 논밭 한 가운데 흩어져 서있고, 천년고찰 개심사는 산 속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어 속세에 찌든 사람들에게 맑은 기운을 전해준다.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에 있는 서산 마애삼존불을 만나러 가기 전 용현계곡 근처에 미륵불 하나가 우뚝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돌무지 위에 서 있는 미륵불은 당진 안국사 터의 보살상과 닮아 고려 때 보살상으로 짐작할 수 있다.

마애삼존불은 계곡 안쪽으로 들어가 다리를 건너고 꼬불꼬불한 계단을 올라 조그만 암자를 지나야만 만날 수 있다. 커다란 암벽 가득히 세 분의 부처가 넉넉한 웃음을 머금은 채 반긴다. 부처마다 웃고 있는 모양이 가지각색이다. 넉넉한 미소, 귀여운 미소, 온화한 미소 등 세 분이 갖고 있는 미소는 온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지난달 서산 마애삼존불상을 가리고 있던 보호각이 철거돼 자연 채광이 비추는 부처님의 미소를 볼 수 있게 됐다. 빛의 각도에 따라 표정이 천차만별로 바뀌는 부처님의 미소는 신비함을 넘어 경외감을 안겨준다.

마애불 있는 곳에서 용현계곡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넓은 곳이 나타나는데 그 곳에 보원사 터다. 터만 남아 있을 뿐 절의 내력을 알 수 없지만 절터 안에 당간지주, 오층석탑, 부도 등이 남아 있어 고려시대에는 꽤 번성했던 절이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당간지주와 오층석탑은 각각 보물 제 103호, 104호로 지정돼 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당간지주는 당간을 받치는 간대가 보기 드물게 완전한 형태로 남아 천년의 세월을 견뎌왔다. 통일신라 유물로 늘씬한 자태를 뽐낸다. 오층석탑 역시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간직한 채 서 있다. 오층석탑의 하층 기단의 면석에는 칸이 나뉘어져 사자상이 새겨져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각각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열두 마리의 사자들은 표정 또한 생생하게 살아 있다. 상층기면에는 팔이 여덟개 달린 팔부신중이 새겨져있는데 그 중 서쪽 면에 새겨진 아수라 상이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다.

개심사는 운산면 신창리 상왕산 깊숙히 들어가야만 만나볼 수 있다. 개심사 안 단정한 장대석 기단 위에 있는 대웅전은 몇 안 남은 조선 초기 건물로 보물 제 143호로 지정돼 있다. 조선시대 지어졌지만 맞배지붕을 간직, 고려시대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다포식과 주심포식 양식을 모두 갖고 있어 건축사적 가치가 높다.

개심사에서 나와 해미면 읍내리 쪽으로 10여 분정도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마을 한쪽으로 돌담 하나가 길게 줄지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충청병마절도사영이 있었다고 하니 그 당시 중심이 되는 고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읍성 가운데 보존이 잘 돼 있기로 유명한 해미읍성은 사적 제 116호다. 성벽은 약 5m, 둘레 길이는 약 1.8㎞여서 쭉 따라 걸으면 한 시간이 조금 안 걸린다. 돌담을 따라 걸으면서 백성들이 손수 운반해왔을 크고 작은 돌들을 가만히 만져봤다. <김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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