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조직개편안이 어제 확정 발표됐다. 중앙행정조직을 현행 18부4처에서 13부2처로 대폭 축소한 게 주 내용이다. 청와대도 4실10수석 체제에서 1실1처7수석 체제로 줄였고, 국무총리실 내 조직도 크게 축소됐다. 정부 전체의 몸집이 3분의 1 가량 줄었다. 한마디로 ‘작고 효율적인 정부’ 지향에 따른 대부처대국(大部處大局)제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직개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규제완화’로, 경제부처의 대수술이 눈에 띈다.

지방정부도 기구·인원 축소를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416개로 늘어난 정부위원회와 공기업도 대폭 정리될 것이다. 중앙정부의 축소를 통한 지방분권의 강화가 기대돼 무엇보다 반갑다. 그렇다고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군살빼기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선 안 된다. 이 기회에 지방정부도 필요 없는 군살을 빼고 효율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일부 지자체는 조직을 줄이고 공기업을 구조 조정하는 등 노력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오히려 인원을 늘려 왔다.

노무현 대통령의 ‘작은 정부에 집착하다 보면 대국민 서비스 질이 낮아진다’는 주장에 휘둘려 때도 시도 없이 공무원을 늘려온 게 저간의 사정이었다. 공무원 수가 참여정부 출범 후 현재까지 매일 35명씩 총 6만5804명이나 늘어난 것은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일이다. 철도청 민영화인원을 제외하고도 그렇다니 대단하다. 지자체의 공무원 증원은 더욱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적지 않은 전국의 광역단체와 많은 기초단체는 인구가 매년 줄고 있는데도 공무원 숫자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니 그렇다. 대표적인 곳이 경북 영양군이다. 지난 74년 7만 명에 육박하던 인구가 현재는 2만 명도 채 안 된다. 그런데 공무원은 74년 당시 300여 명에서 현재는 500명에 가깝다. 충남 부여군의 경우 2002년 말 9만 명에 육박하던 인구가 현재는 8만 명도 안 되는데 공무원 수는 되레 8% 가까이 늘었으니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충남 본청과 16개 시군은 최근 6년 동안 인구는 불과 얼마 안 늘었지만 공무원은 18.4%나 증가했다. 대전 역시 최근 6년 동안 인구증가에 비해 공무원 증가가 3-4배 더 높다. 소방인력과 복지인력의 증가를 감안해도 너무하다. 날이 갈수록 대민업무가 늘어난다고 해도 모든 행정이 과거와 달리 전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만 늘리려 해선 안 된다. 공무원 증원은 당연히 인건비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003년 16조8000억 원이던 공무원 인건비가 2008년에는 23조4000억 원으로 예상돼 4년 동안 무려 6조6000억 원이 늘었는데 이 돈을 누가 대는가.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국민의 허리만 휜다. 참고로 2001년과 2006년을 비교하면 전국 인구는 불과 2.8% 증가한 반면 지자체 공무원은 5배가 넘는 15.3%나 늘어났다. “공무원 수는 업무량의 과다와 관계없이 증가한다”는 소위 파킨슨의 법칙(parkinson`s law)을 뛰어 넘어야 한다.

거센 구조조정 서울 본받아야

이는 영국의 역사학자이며 경영연구가인 시릴 N 파킨슨이 지난 55년 발표한 정부조직의 자기 증식성을 풍자적으로 분석한 이론이다. 큰 정부의 비효율성을 논할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론이다. 우리 공직사회에서도 출세기회 확대와 조직 보호를 위해 부하를 늘리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공무원이 늘어나면 인건비나 규제총량이 늘어나 기업과 민원인들은 어려워진다. 퇴직 후 자리보전을 위한 산하기관 신설 등의 유혹에 빠지기도 쉽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앙과 지방조직의 슬림화는 꼭 필요하다. 공공부문의 비대화는 민간기업의 위축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지금 서울과 울산 등 몇몇 자치단체는 무능·나태 공무원에 대한 대대적인 퇴출 등 거센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사회에 칼바람을 몰고 왔던 서울시는 3년 안에 1만4000여 공무원의 9%가 넘는 1300명을 감축할 계획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지자체들이 서울을 본받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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