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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자율화 신뢰구축이 우선

2008-01-16기사 편집 2008-01-15 16: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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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의 오찬장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대학에 자율권을 주는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을 주문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사회의 동의나 대학의 의지와 관계없이 대입제도 등 많은 교육행정이 검증도 안 된 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통치의 개념으로 작용되어 큰 시련을 겪어왔다. 이 당선인이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말한 대학자율화 방안은 현재로서는 신선한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대학들이 마냥 환영과 기대에만 부풀어 있을 수는 없고 함께 고심하고 우려할 부분도 적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국내에는 현재 국립대 41개교, 공립대 2개교, 사립대 159개교 등 총 202개 대학이 있다. 이들 대학들은 세칭 메이저대학과 중소대학,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 국립대와 사립대 등 많은 입장 차이가 있어서 대학의 자율화를 일반 기업과 같이 무제한 경쟁을 시킨다면 보다 다른 국면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목청 큰 메이저대학이나 수도권대학의 입장을 내세운 획일적 자율성이 자칫 중소대학이나 지방대학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사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대학의 자율 확대가 대학간 차별을 심화시키고 자율화에 따른 수혜가 특정 대학에만 편중되는 듯한 인식이 들지 않도록 어느 정도의 제도적 가이드라인은 설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편 참여정부에서 소외 계층에 대한 고등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부모의 학력에 따른 계층의 대물림을 완화하고, 교육이 계층이동의 수단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기회균등 할당제’는 전면 제고되거나 상당부분 개편되어야 하겠다. 대학 진학률이 82%에 이르는 상황에서 대입 정원의 11%인 6만4000여명을 정원 외로 특별 전형시킨다는 것은 수도권대학의 집중 현상을 가져와서 지방대학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가뜩이나 출산율의 저하에 따른 대입진학생 수의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사학의 경우 매우 큰 영향이 미칠 것이다.

2008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내신 성적의 비중을 50%로 올리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계획은 많은 대학들의 반발에 부딪혀 30%대로 반영률이 후퇴한 바 있다. 이명박 당선인이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밝혔듯이 교육부가 내신을 살리려다 보니 수능 등급제를 도입했고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지니까 대학에서는 경쟁적으로 무리하게 논술제도를 시행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수능의 등급제를 점차적으로 폐지하고 수능에 변별력만 주면 즉, 수능의 세부 정보를 공개하면 이를 토대로 하여 각 대학들은 여기에 내신 성적을 자율적으로 반영하여 입시를 치를 수 있을 것이다.

국가 기관이 주관해서 전국적으로 수능을 실시해 놓고 정작 입시에서는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려는 정책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특히 우리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공교육의 정상화이다. 사실 공교육의 상징인 내신 성적이 신뢰성과 변별성만 유지된다면 각 대학에서 이를 입시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각종 여론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많은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반영해도 공평성과 합리성이 유지되는 영역에 대해 86.1%가 수능을 꼽은 반면 내신과 논술은 각기 9%와 4.9%로 낮게 나타났다.

따라서 앞으로는 공교육을 정상화시켜서 내신 성적의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 수능과목을 4개로 줄이겠다는 공약은 신중히 검토해야 될 것이다. 가뜩이나 일선 고교에서는 수능에서 빠진 과목은 학생들이 아예 공부를 하지 않는 마당에 여기에 과목을 더 축소시킬 경우 정상적인 고교교육이 되질 않을 것이다. 오히려 폭 넓은 공부를 통한 전인교육을 실시하여 사고력과 판단력에 합리성을 갖게끔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다. 수능 과목을 4개로 축소할 경우 보다 더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여 특정과목에 대한 심화교육 현상이 나타나서 오히려 사교육의 활성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모든 교육정책은 일선 현장의 여론을 수렴하여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상책이다.

남상호<대전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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