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로스쿨 제도의 도입 여부는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주무부처인 교육부의 주도로 인가신청서를 접수하고 그에 대한 현장실사까지 거의 마친 상태이다. 언뜻 보기에 수험생이 시험을 치르고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초조한 심정이라고 비유할 수도 있다.

수도권과 지방 모두 자신의 지역에 로스쿨이 더 많이 유치되도록 그들 나름대로의 논리를 세워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수도권은 실력대로 로스쿨을 인가하여야 한다는 경쟁의 논리를 제시하고 있으며, 지방은 국가균형발전과 지역인재 육성의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로스쿨 도입의 의의를 다시 한번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로스쿨의 도입은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다양하고 전문적인 법조인 배출을 위한 법학교육 개혁이 의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새로이 설치되는 로스쿨이 과거형 로스쿨이 되어서는 아니되고 미래형 로스쿨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준과 인가 자체도 미래형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제시한 인가 기준이나 각 대학 또는 지역이 주장하는 논리가 이러한 의의에 부합하는지 강한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미래형 로스쿨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점을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로스쿨 도입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끝까지 준칙주의로 가는 것이 원칙이다. 정부는 인가 기준을 발표하고 그 기준만 넘으면 로스쿨 설립을 허용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 속에서 경쟁이 일어나 우수한 법률가를 양성하는 곳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탈락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할 것이다. 과잉투자 여부는 정부가 걱정할 일이 아니라 수요자인 학생을 비롯한 시장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을 닫는 로스쿨이 나온다 하여도 이것은 정부가 걱정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경쟁의 결과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둘째, 처음부터 총정원을 정해 놓고 일종의 ‘철밥통’을 만들어 버리는 방식은 각 로스쿨이 잘 가르치든, 못 가르치든 상관이 없어진다. 최초에 로스쿨을 인가받기 위한 경쟁만 치열하고 그 뒤 교육에 있어 질적인 경쟁이 전혀 일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대로 가면 무늬만 바꾼 신사법시험 준비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이라도 입학 총정원을 폐지하고 아울러 변호사시험도 합격률을 조정하여 실질적으로 변호사정원을 조정하려는 발상을 버려야 할 것이다.

셋째, 국가균형발전 또는 지역인재의 육성은 경쟁의 틀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역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면 지방자치단체 및 로스쿨을 설치하고자 하는 대학은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하여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고자 하는 구체적 비전과 전략을 보여주어야 한다. 필자는 아직까지 어떠한 지방자치단체도 로스쿨을 설치하고자 하는 대학에 예산을 투자하였다는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 지방자치단체 및 대학의 자발적이고 과감한 투자 없이 인재의 육성은 요원할 뿐이라는 엄연한 진리를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필자가 경험해 본 미국의 어떤 로스쿨도 정원이 있거나 정부의 인가를 받거나 하지 않는다. 대신 로스쿨은 사회의 요구를 끊임없이 반영하고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사회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개 로스쿨 예산의 절반을 투자한다. 필자가 원하는 미래형 로스쿨의 한 모습이다. 필자가 이런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인가?

지금 이 시점에서 로스쿨 문제를 논하는 것은 이 문제는 단순히 지역 간의 또는 대학 간의 경쟁이 아니라 교육 제도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래형 로스쿨의 목표는 국제적 경쟁을 통해 우리 교육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성선제 한남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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