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년의 새해가 밝았다. 모두들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는데 대한 기대가 이만저만 아니다. 언론들은 저마다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실용주의에 대해 갖가지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로 향하자는 구호에도 열심히 맞장구를 치고 있다.

우리 헌정사를 되돌아보면 역대 어느 정권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독재 아니면 실패한 대통령으로 낙인이 찍혔다. 모두가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을 했겠지만 좋은 성적표는 받아들지 못했다. 특히 참여정부의 지난 5년간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들의 5년은 설익은 이상주의와 무능으로 국민을 피로하게 하더니 결국은 완전히 등을 돌리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국민들에게 제일 민감한 경제가 시원찮았다. 5년 전 노무현 대통령은 7%의 경제성장률을 공언하고 집권 1년 후인 2004년에는 매년 40만개 5년간 총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참여정부 5년 동안 성장률은 연평균 4.3%에 그쳤다. 부동산 값과 주가는 폭등해 부동산과 주식을 가진 계층은 더욱 잘살고 갖지 못한 사람들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양극화를 심화시켜 ‘참여’는 커녕 오히려 ‘소외감’만 키웠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참여정부는 출범초기 도덕성을 가장 큰 자랑으로 내세웠지만 부패의 고리도 끊지 못했다. 정권후반기로 접어들면서 핵심실세들이 비리에 연루되는 등 지난 정권들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면서 스스로 무너져 갔다. 또 정권을 잡은 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그들에게는 천추의 한을 푼 일이었는지 모르지만 반대세력들의 눈에는 점령군으로 비치면서 좌우 대결의 서막이 돼 이념적 소모전만 벌였다. 결국 이러한 모든 실패는 좌파적 정책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으로 귀결됐다.

참여정부를 선택했을 당시 국민은 보수정치권을 부패집단으로 바라봤다. 기득권에 얽매여 더 이상 기댈 것이 없는 인물들로 치부했다. 그러나 대안으로 선택한 좌파의 집권은 오히려 양극화와 불평등을 심화시켜 민심은 이전의 어느 정권보다도 더 철저히 그들을 외면했다. 이번 대선에서 오죽했으면 무능보다는 부패를, 노무현 정부의 반대당을 선택했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이제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철저한 실용주의로 노선을 잡았다. 사실 국민들은 좌와 우를 따지는 이념이나 거대 담론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우리 국민들에게 좌파나 우파의 가치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지만 차별성이 그다지 뚜렷하지 않다. 대다수 국민의 이념성향은 좌도 우도 아닌 실용주의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보수의 끝없는 부패와 기득권 지키기에 등을 돌렸고 좌파의 무모한 실험과 무능에 싫증이 났다. 이는 우파가 됐건 좌파가 됐건 살기 편한 나라를 만드는 정권에는 지지를 보내지만 그렇지 못할 땐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다는 국민들의 경고이다.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는 신보수와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는 모양새로 상당히 바람직스럽다. 좌파니 우파니 하는 경직된 이념에 매몰되지 말고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시 하고 능력과 실적으로 국민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보수주의를 지나치게 고집하며 다시 대결구도를 형성한다면 민심은 싸늘하게 변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비단 이명박 정권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한 좌파 역시 더 처절한 반성을 하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극단적인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혀 매사를 이념의 틀안에서만 해결하려 하지 말고 진보적 실사구시의 틀을 만들어 신보수와 경쟁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사회는 진정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로 나갈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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