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고 최선봉군

“26일 오후 2시 건양대병원. 평범해 보이는 소년이 피아노 선율과 함께 병원 자선 음악회에서 부를 가곡을 연습하고 있다. 스스로 ‘뼈 나이와 생각 나이는 40대 중반’이라는 어른스런 소년가장 최선봉군(18·대전예고 2년)이다. 성악을 시작한 지 3년. 그는 평범한 가정에서도 뒷바라지가 힘들다는 예술고등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한다.

“대전 한 터미널 인근 나이트클럽에서 성악가를 초청한 적이 있었어요. 손님에게 껌을 팔기 위해 업소에 들어갔는데 음악을 듣는 순간 전기에 감전되는 것 같았죠.”

하지만 최군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은 후 서울의 한 보육원에 맡겨져 5살 때까지 지내다 ‘탈출’했다. 이후 대전에 정착해 길에서 자랐다.

“배가 고프니까 어린 나이에도 뭐든 하게 되더라고요. 터미널에 오가는 사람에게 껌과 박카스를 팔면서 하루하루 생활했어요. 잠은 계단이나 화장실에서 잤죠.”

껌팔이 생활만 10여 년. 14세 때 터미널 인근 떡볶이 아주머니의 권유로 야간학교에 입학했다. 초·중등 검정고시를 차례로 합격하고 ‘노래’를 가르쳐줄 선생님을 무작정 찾아 나섰다. 이때 만나 조건 없이 성악을 가르쳐준 분이 아버지나 다름없는 박정소씨(33·루체음악학원장)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해 처음에는 악보조차 읽지 못했지만 박씨를 만난 후 열심히 연습해 예술고에 입학했다.

예고생에게는 필수인 레슨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1년 전부터 옥천의 한 물류센터에서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야간일을 하고 있다. 건양대 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도 일하던 중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리를 심하게 다쳤기 때문이다.

최군은 요즘 성악을 포기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있다. 1년 더 공부해 음대에 진학하고 싶지만 지금도 어려운 형편인데다 성인이 되면 정부의 학비 지원마저 끊기기 때문에 등록금 마련부터 걱정이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닌지,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건 아닌지 고민이 많아요.”

최군은 이번 자선음악회를 끝으로 성악을 그만둘지 모른다. 그런데 꿈을 꺾어야겠다고 다짐할수록 자꾸만 하늘을 바라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봉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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