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배구계가 바람 잘날이 없다. 시즌 며칠 전 스폰서를 약속했던 STX가 한국배구연맹에 계약 불가 통보를 보내더니 아마추어 초청팀의 리그 불참 선언과 신세대 거포 김요한의 LIG입단 거부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그래도 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집념하에 모든 배구인들이 뜻을 모아 시즌을 열었지만 이제는 아마추어 초청팀과의 경기에 용병을 출전시키는 여부를 놓고 프로배구단이 또 한번 딜레마에 빠졌다.

이번 겨울리그를 앞두고 용병출전 문제에 대해 한전과 상무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국배구연맹은 세트별로 용병 출전을 1-3세트에 1차례, 4-5세트에 1차례로 줄일 것을 프로배구 4개 구단에 권고했다. 그러나 이같은 제의는 용병을 찾지 못한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에게는 어불성설에 불과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용병 출전 제한이 현 한국배구연맹 규정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탓에 연맹은 용병출전에 대한 자율권을 각 구단에게 요구했을 뿐 반드시 지킬 것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때문에 용병 출전 여부는 각 구단들이 알아서 결정할 사항이 됐다. 한전과 상무는 재미있는 경기를 펼치기 위해 용병출전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각 프로구단들은 용병을 활용하지 않을거면 굳이 많은 돈을 들여 데려올 필요가 있느냐며 맞서고 있다.

또한 박빙의 승부를 치러가며 플레이오프 출전권과 챔프 진출권을 따내야 하는 프로팀의 입장에서 볼 때 용병 투입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만일 연맹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가 아마추어 팀에게 패하기라도 하면 프로팀으로서의 체면이 구겨지는 데다 그 책임은 고스란히 자신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배구팬에게 재밌는 경기를 선보이고 싶다하더라도 용병출전제안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프로팀과 초청팀은 서로의 논리를 앞세워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리고 배구연맹은 용병 출전에 대해 더는 구단 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것을 막을 의무가 있다. 연맹이 어떤 중재역할을 할지 기대되는 이유다.

황진현<교육문화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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