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숨쉬고 있는강힌두교 숭배대상… 하늘과 가까운 명상ㆍ해탈의 성지

인도 갠지스 강(Ghandi’s River)

‘인도의 영혼이 숨 쉬고 있는 강’

바라나시의 호텔에서 사이클 릭샤를 타고 20분 정도 간 곳에서 인도 사람들의 영혼을 깨끗하게 한다는 갠지스 강을 만난다. 강의 입구로 들어서는 길가에 어젯밤을 이곳에서 보낸 검은 피부의 인도인들이 회색으로 휘감은 천 속에서 반짝이는 하얀 눈동자를 들어내며 손을 내민다. 아직 넝마 속에서 잠을 자고 있는 이들도 있다.

어둠을 뚫고 아침 햇살이 갠지스 강을 깨운다. 인도의 여명이 아름답고 성스러운 빛으로 사람들의 가슴속으로 스며든다. 성스러운 이 강을 찾아 순례하는 사람들의 수가 연간 100만이 넘는다고 한다. 새벽하늘의 아름다운 태양 빛을 받으며 목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힌두교 인들은 갠지스강에서 몸과 마음을 씻는다. 그들은 갠지스강이 모든 죄를 사하여주고 그들의 영혼을 맑게 해준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힌두교 인들의 평생소원이 이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에서 목욕을 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인도인들의 목욕문화는 성스러운 종교 의식과도 같다 그것은 몸을 씻는 것이 아니고 영혼을 맑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목욕 시에는 항상 머리를 해가 떠오르는 동쪽을 향하고, 입으로는 석가의 깨달음이나 서원(誓願)을 나타내는 ‘만트라’를 외운다. 그래야 성스러운 물로 마음이 씻어진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죽은 뒤에도 이곳에서 뼛가루를 강에 흘려보내면 극락으로 간다고 믿고 있다.

강 어구에서 소년 두 명이 노를 젓는 나룻배를 빌려 타고, 갠지스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크고 작은 나룻배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고 엉키듯 미끄러지듯 갠지스 강을 저어간다. 강가에는 ‘가트’들이 많이 있다. 강가와 육지가 맞닿아 있는 곳에 계단을 만든 것을 ‘가트’라고 부르는데 이곳에는 약 100여개의 ‘가트’가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빤치강가 가트’ 위에 웅장한 이슬람 사원인 ‘알람기르 모스크’가 보인다. 16세기경 힌두교와 이슬람교를 모두 인정했던 성자이며 종교 개혁자였던 ‘까비르’가 머물던 곳이다. ‘이슬람 모스크’를 안내하는 가이드의 목소리가 점점 격앙된 어조로 바뀐다. 아마 이는 힌두교인 인가보다. 가이드의 목소리가 바라나시의 종교 갈등을 말해주는 함성처럼 들린다. 빨래터로 유명한 ‘도비가트’도 보이고, 계단대신 맨땅과 연결된 ‘아시가트’도 있다. 저 멀리 화장터로 유명하다는 ‘마니까르니까 가트’가 있다. 화장터 가트에 몰려있는 사람들이 많다. 인도 사람들은 갠지스 강에서 죽는 것이 소원이라고 한다. 그래서 부자들은 이 갠지스 강에서 죽을 수가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 마지막 육신의 재가 갠지스 강에 뿌려지고, 영혼의 강을 만드는 일도 돈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운구의 행렬이 줄지어 있고 끊이지 않는 화장의 의식이 여기저기서 거행된다. 화장장에 도착한 시신들이 마지막으로 갠지스강물에 적셔져 깨끗한 육신으로 바뀌고 상주는 시신을 위로하며 시신의 주위를 뱅뱅 돈다. 3단의 장작더미 위에 시신이 노여지고 그 위에 한단의 장작더미가 더 쌓여진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장작더미 위에서 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육신이 재가 되어 하늘로 나라간다. 타다 남은 잿 가루는 갠지스 강으로 밀어 넣어지고, 사라져간 연기는 맑은 영혼으로 변하여 갠지스 강을 맴돌며 안식을 얻는다. 삶이란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곳이다.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은 철학자들이 모여 철학을 논하는 곳이 아니고, 모인 사람들이 생각과 명상으로 철학자가 되어가는 곳이다. 무소유에서 해탈의 경지에 이르려는 이들의 노력을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화장터를 구경하는 것은 자유이나 사진을 찍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마스크에 안경을 쓰고 있는 아내가 멀리 갠지스 강을 나르는 갈매기를 향하여 시선을 고정 시킨 채 화장터를 등지고 서있다. 차마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이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나보다. 아내의 어깨에 손을 얹어 마음을 달래본다. 부유물과 지저분한 갠지스 강의 물을 마시며 목욕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더럽다 지저분하다 말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이곳에는 신앙이 있고, 우리가 모르는 득도의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피부는 검지만 마음이 새하얀 이들의 마음 색깔을 드려다 보고 있는 듯하다.

나룻배를 젖는 소년들 사이로 자주 가트가 나타나고, 소떼들이 여유롭게 노닌다. 어떤 이들은 양치질을 하고, 어떤 이들은 빨래를 한다. 여유롭고 아름다운 강인데도 즐거움 보다는 슬픔이 있는 강이다.

본래 섬이었다는 인도가 대륙과 충돌을 일으키면서 돌출된 히말라야를 만들고 그곳으로부터 흐르기 시작한 강줄기는 이곳 인도까지 이르는 갠지스 강을 만든다.

갠지스 강을 힌두어로 ‘강가’라고 하며, 강의 길이는 2,460km 이고, 유역의 면적은 약 173만㎢에 달한다. 이 강을 힌두교 인들은 ‘성스러운 강’이라 부르며 이 강은 히말라야에서 남쪽으로 흘러 델리 북쪽을 경유 힌두스탄 평야로 흘러 들어가 인도 북부의 곡창지대를 이루면서 힌두문화의 중심지를 만들었다.

갠지스 강의 본류는 남동으로 흘러 바라나시를 통과하면서 야무나 강 등과 합류하여 벵골만으로 흘러들어간다.

갠지스 강은 연중 수량이 풍부하고, 상부갠지스와 하부갠지스가 용수로로 유역의 중요한 관개수로를 이루어 높은 생산력을 유지하게 한다. 또한 갠지스 강은 중류부터 경사가 완만하여 바라나시에서 캘커타까지는 1km 당 6-7cm 정도의 경사를 보여 바라나시에서 보는 갠지스 강은 마치 호수와도 같다.

‘성스러운 강’ 갠지스를 떠나면서 명상으로 득도의 경지에 이르고, 무소유로 해탈의 경지에 이르려는 인도인들의 노력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철학자들과 같은 이들의 삶이 가난하든 풍부하든 그것이 행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맑은 정신으로 아름다운 갠지스 강에서 기도하고 있는 인도인들의 아름다운 모습 그 자체를 그들은 행복이라 말한다. 그들을 뒤로 한 채 이제 인도를 떠나야 하는 아쉬움이 가득한 순간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본문인용 등의 행위를 금합니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