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이 요지경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크게 홍역을 앓더니 이번엔 정치에 미쳤다.

특정 후보와 사진 한 장, 옷깃만 스쳤어도 관련주라고 떠드는 회사가 늘고 있고, 시장에서도 ‘000테마주’라며 홍보하기 바쁘다. 한발 앞서 수혜주를 찾았다는 증권맨들의 자랑도 이어지고 있다.

증권사 사이트마다 특정 후보 관련주라는 리스트가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리스트에 따르면 대선 테마의 선두는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건설 관련주다. 삼목정공, 특수건설, 이화공영, 홈센타, 동신건설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지난 4일 이 후보의 BBK 주가조작설이 무혐의로 잠정 결론나면서 한국타이어, 새로닉스 등 이 후보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대주주인 종목들까지 들썩거렸다.

정동영 주도 있다. 공약인 대륙철도와 연결고리를 찾은 폴켐 미주레일과 남북경협 관련 이화전기, 로만손 등이다.

또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2위로 올라서자 단암전자통신의 주가가 급등했다.

주가를 올리기 위해 유력한 대선 후보와 관계를 엮는 모습은 마치 공천을 받기위해 줄을 서는 정치판을 빼다 박았다.

하지만 증시가 정치에 미친 이유는 간명하다. 대통령과 인연있는 기업들이 실제 재임기간 동안 누려온 각종 특혜를 줄곧 봐왔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직원은 “대선 결과에 따라 탈락된 후보들의 관련주는 폭락할게 뻔하고, 대선이 끝나면 결국 거품이 빠진다는 것 쯤은 삼척동자도 안다”며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보다도 대선이 국내 증시가 써먹기 좋은 재료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증시의 기본인 기업 실적보다 언제 어디로 사라질지 모르는 무지개같은 테마주라도 먼저 파는게 이윤 남는 일이라는 장삿속도 굳이 감추지 않는다.

결국 번지르르한 테마투자에 솔깃한 개인 투자자들만 골탕 먹을 뿐이다.

주식시장에 불고 있는 ‘대선 광풍’은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에 걸맞지 않은 수준낮은 한국 증권업의 현주소인 셈이다.<경제부 재테크팀> 권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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