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악의 원유유출 사고는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이 지난 8월 24일 ‘대규모 해양 오염 위기 대응 매뉴얼’을 기초로 실시했던 모의훈련을 답습하다 신속한 초동조치를 못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실시된 훈련은 10만t급 유조선이 화물선과 출동해 원유 2000㎘가 유출된 상황을 가정했으며, 사고발생 15분 뒤 사고대책수습본부가 만들어져 사고지역에 4단계의 오일펜스가 설치됐고 불과 2시간 만에 배와 헬기를 동원 입체방제로 기름을 모두 수거했다.

지난 7일 일어난 참사는 14만 6000t급 유조선이 예인선과 충돌, 원유 1만500㎘이 유출됐으나 사고수습본부 설치는 1시간 30분, 오일펜스 설치에는 4시간 20분이 걸렸다.

사고 직후 10일까지 나흘간 수거한 기름은 해상과 육상을 합쳐 698t. 아직까지 전체 유출량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매뉴얼’에 없고, 훈련 중 적용이 안된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 등 기상악화로 인해 기름띠가 해안에 도착할 시간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

‘바다에서 기름이 유출된 경우 신속히 초동조치하는 것이 목적’인 152쪽 분량의 이 매뉴얼은 무용지물이 되면서 ‘해양기름유출사고의 면제부’격인 전시행정의 표본을 보여줬다.

훈련을 잔잔한 바다에서 하며 완벽한 방제능력을 갖췄다고 장담하다 실전은 사고선박에 접근하기도 힘든 거친 파다 속에서 하면서 대응능력을 상실했다.

사고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해안선을 따라 검게 물들이는 기름띠로 인해 ‘검은 재앙’을 겪게 됐다.

매뉴얼 제작 당시 최악의 기상악화나 실전에서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대응지침이 필요했다는 안타까움이 사무친다.

전시행정의 산물인 자치단체들의 과시적인 행사와 대회 등은 일정부분 통폐합되면서 대민행정으로 돌아섰다. ‘재앙’까지 불러온 전시행정은 어떻게든 뿌리뽑아야 한다.

정치행정부 지방팀

송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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