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면ㆍ천장 온통 에로틱 조각상… 노골적인 性이야기

숨겨진 도시 오르차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카주라호로 향한다. 도로사정이 좋지 않고 중간 중간 소떼들과 차량이 얽혀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다. 초라한 휴게소에 들려 화장실도 이용하고 뜨거운 물도 얻어 컵라면을 먹는다. 찬기를 느꼈던 몸이 뜨거운 국물로 풀린다. 인도의 한 모퉁이에서 컵라면을 즐기는 일이 한국인이 갖는 향수 인 듯싶다.

5시간 정도 걸려 어둠이 스며드는 카주라호에 도착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이곳에서 민속 공연을 볼 수 있다는 말에 아내와 함께 공연장을 찾는다. 비교적 깨끗하게 만들어진 소공연장의 분위기가 한국의 소극장을 연상하게 한다. 무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노래하고 춤을 추는 무희들의 아름다운 몸짓에 갈채를 보낸다. 나름대로 상상했던 정적이고 은근한 인도 여인의 곡선은 없지만 다이내믹한 춤 속에서 인도 여인의 강열하고 뜨거운 열정을 발견한다.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상쾌한 아침햇살을 받으며 카주라호의 서부 사원으로 들어선다. 카주라호의 사원은 서부, 동부, 남부에 걸쳐 산재해 있다. 에로틱 조각들로 불리워지는 ‘미투나(Mithuna)’들은 거의 서군의 흰두교 사원에 밀집되어 있다. 정문으로 들어서자 독특한 건축양식의 사원들이 녹색의 초원위에 아름답게 여기저기 서있다. 이 사원들은 천년 전 ‘찬델라’왕조에 의하여 만들어졌다. 전성기에는 이곳에 85개의 사원이 있었는데 이슬람 세력에 의하여 많이 파괴되고, 지금은 22개의 사원이 남아 있다. 사원이 남을 수 있었던 요인은 종교적인 문제를 떠나 노골적으로 성 이야기를 표현한 ‘미투나’ 조각 작품들의 매력과 우수성 때문이 아니었겠는가?

녹색 정원 따라 왼쪽 길로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바라하 사원’의 계단을 오른다. 중앙에 거대하게 만들어진 철조 멧돼지 상이 있다. 돼지띠인 우리 부부에게 특별한 의미를 주는 이 상은 서기 900년경에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그 앞에 ‘락쉬마나 사원’ 이 있다. 신을 벗고 맨발로 계단을 올라가 사원 안으로 들어간다. 사원 안은 좁은 통로로 사각 공간을 돌아 볼 수 가 있다. 벽면과 천정이 온통 조각 작품들로 빈틈이 없다. 수준 높은 조각 작품들이 사원의 내부와 외부 벽면까지 온통 일색이다. 춤추는 요정 ‘압사라’의 조각과 군악대와 말과 코끼리를 묘사한 조각상들도 있다. 상상하기도 어렵고 설명하기도 난처한 엽기적인 조각 작품들이 수줍음도 없이 태양 빛을 받으며 세상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작품들은 모두가 석조로 보존상태가 좋고, 정확한 형태의 표현이 부조와 환조의 기법을 사용하여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름다운 조각품들이 너무 많고 예술성도 우수하여 감탄사만을 연발하게 한다.

카주라호를 인도에서 가장 에로틱한 유적지라 말한다. 그러나 마하트마 간디가 ‘모든 카주라호 사원을 부셔버리고 싶다’고 말을 했을 정도로 이곳의 작품들은 노골적인 성행위를 묘사하고 있다.

‘미투나’ 상들이 밀집되어 새겨진 사원은 ‘칸다리야 마하데브 사원’이다. 서부 사원을 대표하는 이 사원은 높이가 31m이며, 건립 시기는 1025년경 으로 내부에는 226개의 조각상이 있고, 외부에는 646개의 조각상이 있다. 카주라호의 대표적인 에로틱 사원답게 에로틱 조각 작품들이 벽면마다 가득하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유혹을 하고, 키스로 몸과 마음과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성행위로 쾌락을 즐기는 성교육의 자료가 단계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인간과 동물들이 엉켜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사원의 조각 작품들이 단순히 성적인 묘사만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종교적 바탕위에서 신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가고 있다. 왕조들이 믿고 살았던 신의 세계가 영원하였다면 사원의 몰락은 없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칸자리야 마하데브’ 사원 곁에 있는 ‘마하데바’ 사원 앞에는 이곳에서 최고 조각품이라고 찬사를 듣는 거대한 사자상이 있다. 뛰어난 조각술과 매력적인 예술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아내가 사자상에 올라가 사진을 찍는다. 아직도 소녀 같은 꿈 많은 아내의 모습이 사랑스럽게 보인다.

‘비쉬누’ 신을 모셨던 곳으로 현재는 ‘쉬바’의 부인인 ‘빠르바티’를 모시는 데비자가담바사원, 태양신 ‘수르야’를 모신 칫트라굽타 사원, 카주라호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측되는 죽음의 신 ‘깔리’를 모시고 있는 ‘차우사트 요기니’ 사원 등 그 아름다움과 섬세한 조각상들을 자랑하는 사원들이 즐비하다. 푸른 녹색의 잔디밭에 앉아 카주라호의 아름다움을 스케치북에 담는다. 85개의 사원이 동시에 화려했던 ‘찬델라’ 왕조 전성기 시대의 강권정치를 상상하게 한다. 인간이 사는 시대가 아니고 권력이 사는 시대가 아니었을까? 그 권력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사원을 조성하고 아름다운 예술품을 만들어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원을 뒤로하며 카주라호를 떠난다. 가난에 허덕이는 카주라호의 후손들이 달려와 옷소매를 잡는다. 선조가 만들어낸 예술작품을 저급한 상품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불쌍한 카주라호의 후예들이다. 아무쪼록 이렇게 아름다운 동네에 하루빨리 가난이 사라지고 풍요로운 행복이 찾아들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본문인용 등의 행위를 금합니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