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 직지사

직지문화공원 분수대₩詩담긴 돌조각 볼만
직지문화공원 분수대₩詩담긴 돌조각 볼만
초겨울로 접어들었지만 산천은 아직도 가을의 끝자락을 놓기를 싫어하는 모양이다. 드문드문 푸른색과 붉을색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잎을 잃어버린 나무들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에 섞여 있는 냉기는 어쩔수가 없다.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나무처럼 마음이 허전해진다. 허기진 마음을 채우기 위해 겨울 길목에서 경북 김천의 직지사를 찾아 나선다.

경부선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직지사. 대전에서 승용차로 1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사찰이다. 직지사를 찾는 여행객들이 처음 마주치는 것이 직지사 산문이다. 산문 한쪽 옆을 매표소로 쓰고 있는데 산문의 규모가 엄청나다. 산문의 현판에도 동국제일가람황악산문(東國第一伽藍黃嶽山門)이라 쓰여 있어 위풍당당하기 그지없다. 산문을 들어서면 그리 높지 않은 소나무가 늘어서 있는 예쁜 산책로가 모습을 드러낸다. 가슴까지 파고드는 솔 향기와 새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와 마음에 평안함이 스며든다. 직지사 안내판 뒤에는 10m가 훨씬 넘을 듯한 고목들이 있는데 직지사가 천년고찰임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이파리가 다 떨어졌지만 고목들의 자태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했다. 이런 고목들을 헤치고 가면 일주문, 대양문, 금강문, 천왕문이 차례로 나오고 그다음에 만세루 앞에 닿게 되는데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예쁜 전나무 길로 꾸며진 아기자기한 풍경은 연인들에게는 으뜸이다. 대웅전을 돌아보고 대웅전 왼편으로 길을 잡으면 관음전 앞을 지나 비로전이 나오는데 천 개의 불상을 모시고 있다는 천불전이 눈에 들어온다. 그 수많은 불상 중 독특한 불상이 있는데 바로 발가벗은 동자상이다. 법당에 들어가 첫눈에 이 동자상을 찾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있단다. 결혼을 앞둔 커플이라면 한 번쯤 믿어봐도 재미있을 속설이 아닐까. 굳이 힌트를 준다면 흰색이고 가운데에 위치학 있다는 것이다.

직지사는 여느 절과 달리 나가는 길도 일품이다. 양옆으로는 높은 돌담과 계곡을 끼고 있는데 휘어진 돌담길은 이곳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자랑거리다. 불가에서 벗어나 속세로 이어지는 이 길을 등지고 걸어나오면 왠지 모를 아쉬운 마음에 저절로 고개가 뒤로 젖혀진다. 아쉬운 마음도 잠시. 곧장 앞으로 향하면 눈앞에 문화공원이 펼쳐진다. 군데군데 설치해 놓은 돌 조각 작품에는 유명시인들의 시가 새겨져 있으며 아름답게 꾸며놓은 조경은 기분을 한껏 북돋아준다. 구름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햇볕에 공원의 경관은 탄성을 자아낸다. 풍경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랄까. 공원 한가운데는 음악조형분수대가 있는데 이곳을 중심으로 모든 시설과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연인이나 가족들의 사진촬영 장소로 제격이다. 폭 25m에 높이 17m의 대형 2단 폭포, 직지사 경내의 물을 그대로 유입하여 공원 내로 흐르게 하는 330m의 계류시설, 어린이 종합놀이시설, 지압보도 등도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찾아가는 길

대전 유성IC→경부고속도로 추풍령 인터체인지→국도4번(김천 방면)→지방도903번→ 직지사 도착

<글·사진 황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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