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특별인터뷰

“자만감에 빠지기 싫어 그랬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꺼려 온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하지만 28일 웅진에너지 준공식 참석차 대전을 방문한 그는 달랐다.

본보 신수용 편집국장(상무이사)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윤 회장은 그동안 지역민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를 쏟아내기라도 하듯 대답에 거침이 없었다.

윤 회장은 “고향 충청도에 세운 공장을 세계 최대 규모로 키워 나갈 것”이라며 “2-3년 내로 웅진에너지를 세계 최대·최고 규모로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할 계획”이라는 야심찬 포부도 밝혔다.

다음은 윤 회장의 일문일답.

-오랜만에 뵙는다. 웅진에너지 대전공장 준공을 축하드린다.

▲충청도 땅을 밟으면 고향 같다. 그동안 대전에는 웅진그룹의 공장이 없었는데 기회가 생겨 기쁘다.

-최근 언론에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는데.

▲강의한다, 인터뷰한다, 감투 쓴다 하다보면 자만해 질 수 있다. 기업인은 자기 위에 아무도 없으니까 늘 스스로를 컨트롤해야 한다. 그래서 굳이 나서지 않는다. 그것을 경계하고 있다. 자칫 거만에 빠지면 그때부터 망하는 것이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기 때문에 지역의 대표 언론과 만난 것이다.

-대전에 태양전지용 실리콘 공장을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가?

▲당초 구미를 웅진에너지 부지로 검토했었다. 하지만 대전 대덕테크노밸리는 지리상의 이점이 큰 뿐만 아니라 전기와 인력 등 조건이 좋다. 정서적으로도 충청도 쪽으로 오는 것이 좋아 이같이 결정했다. 특히 공주에는 웅진의 식품공장과 정수기 공장이 있다. 하지만 대전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전부터 대전에 뭘 하나 했으면 싶었다. 대전시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국내 최대 규모에 최첨단 기술이라고 들었다. 공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최근 태양광에 관한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잉곳 분야로는 국내 최고의 시설이다. 앞으로도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규모를 점차 늘려 2-3년 내에 세계 최고의 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웅진에너지는 태양광 분야의 세계 최고 수준을 갖춘 미국 썬파워사와 합작한 회사다. 때문에 썬파워의 기술을 그대로 흡수했으며, 생산품의 판매망 역시 아주 좋다.

-어떤 경제적 효과를 예상하는가?

▲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태양광은 최고의 청정 미래에너지다. 이런 면에서 웅진에너지의 탄생은 장기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수치화된 경제적 효과보다는 장차 국가 전체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특히 기술적으로 계속 발전해 갈수록 원가는 계속 내릴 것이다.

-고용창출을 비롯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설비가 자동화 돼 고용효과가 크지는 않겠지만 일단 2012년까지 지속적으로 필요 인력을 충원해 나갈 것이다. 시설도 계속 확충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생산된 잉곳은 미국 썬파워사로 100% 수출하게 된다. 이미 향후 5년 동안의 수출 계약이 완료됐다. 주·야간 쉬지 않고 회사를 돌려도 전량 수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른 곳에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다.

-그동안 환경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에너지도 환경이다. 하지만 그동안 다수 에너지공장들이 화학물질을 사용해 에너지 생산 자체가 환경을 저해되는 일이 잦았다. 우리는 최초로 화학적 소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잉곳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1단계 생산설비를 갖추셨는데 앞으로 구체적인 계획은?

▲대전일보에서 우리 최종계획을 미리 보도했더라(웃음). 타사와 늘 경쟁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될 수 있으면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 언론에 미리 공개된 내용은 1차 계획이고 여기에서 조금 늘어날 수도, 줄 수도 있다.

-웅진에너지 유치를 위해 노력한 대전시에 할 얘기가 있다면?

▲우선 그동안 잘 도와줘서 고맙다. 짧은 기간 동안에 많은 것을 요청했는데 박성효 시장께서 새벽에라도 일어나 결제를 해주겠다고 흔쾌히 협조해 줬다. 오늘 준공식에 참가한 대전시의회 의장도 제조업이 부족한 대전시에 온 것을 환영해 줘 고마웠다.

-최근 한 언론에서 중소기업인을 상대로 ‘가장 닮고 싶은 기업인’을 조사한 결과, 윤 회장께서 꼽히셨다. 최근 많은 어려움에 처한 지역 중소기업인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일본 등과 같은 선진국 보다 많이 어렵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뿌리가 튼튼하지 않아 경제가 골고루 발전하는데 장애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늘 희망적으로 본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중소기업인들처럼 노력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국가의 도움이 조금 더 커지면 많은 발전을 이룰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디자인이나 기술 등을 상승시켜야 한다. 아울러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기술이나 생산성이 높은 산업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

-‘또또사랑’을 주장하시는데. 무슨 뜻인가?

▲지난 50년 동안 큰 변화가 있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빨리 변화하면서 성장했다. 하지만 그만큼 불만도 커졌다. 이제 또 다른 차원의 발전을 이뤄야 한다. 그러나 과거에처럼 불만을 키우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만족하면서 커가야 한다. 이런 것이 ‘또또사랑’이다. 조직이나 사람 간의 관계에서 사랑하면서 발전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신이 날 때 능률도 오르고, 살맛도 나고, 보이지 않는 능력도 나온다. 사랑하는 것보다 신나는 일은 없다.

-평생 기업을 해왔는데, 정책적으로 개선되거나 지원되어야 할 점은?

▲대통령 선거 때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얘기를 하는데 그 기준은 기업인이 그렇게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인들이 해외에 나가서 노사관계가 좋고, 토지가 싸고, 기술이 좋고, 정부지원이 좋다는 등의 얘기를 해줘야 한다. 세계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허가를 누가 더 빨리 내주느냐, 세제특혜는 얼마나 주느냐, 노사문제는 어떻게 풀어주느냐라는 것들이 중요하다.

-회장님에겐 투명한 경영인이라는 평가가 많은데, 사실 아직도 기업인들에 대한 불신이 많다.

▲기업가로서 답답하고 걱정된다. 한편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면 지난 선거 때 한명도 나에게 돈을 달라고 한 정치인이 없었다. 상당히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조직 내의 반발 때문에 비리가 발을 붙이지 못하는 시대다. 일부 기업들의 비도덕적 행태는 일종의 진통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기업이 투명해 지지 않으면 지속가능해 지지 않는다. 결국은 투명한 기업으로 가지 않으면 그 기업은 오래 지속하지는 못한다.

-끝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조언할 것이 있다면.

▲가끔 학교에서 강의를 하다보면 ‘어떻게 성공 했나’라는 질문을 받는다. 늘 대답은 ‘긍정적인 사고’를 가졌다는 것이다. 고통과 어려움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때마다 좋은 쪽으로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기업은 살아있는 존재기 때문에 골치 아픈 일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골치아픈 일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사나’라는 생각을 갖는다. 이런 긍정적인 사고가 나를 많이 바꾸어 놨다.

젊은이들은 희망과 꿈이 있다. 일시적으로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긍정적인 사고가 미래를 바꾼다. <정리=노형일·사진=빈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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