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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업지구, 중소기업, 민족의 평화

2007-11-28기사 편집 2007-11-27 15: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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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곤륜산 옥돌을 잘라 내어/ 직녀의 빗을 만들어 주었던가/ 견우가 한번 다녀간 후로/ 시름하여 허공에 던져 두었네’

기녀(妓女)황진이는 ‘영반월(詠半月)’이라는 시에서 반달을 직녀의 머리빗에 비유해 노래했었다. 그 황진이의 고장이자 고려왕조 오백년 도읍지인 개성을 지난 16일에 다녀왔다.

개성이 개방되고 오랫동안, 정말 오랫동안, 한번쯤 가서 보았으면 하던 곳이었다. 오전 6시 20분 KTX편으로 대전을 출발, 새벽바람을 가르며 경복궁 주차장에 도착하여 개성행 버스에 몸을 실을 때까지도 실감하지 못하다가 통일부 소속 안내원의 방북절차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비로소 ‘이제 정말 개성에 가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다소 긴장감마저 들게 되었다. 예정보다 약간 지체된 오전 8시 15분에 경복궁에서 출발하였다. 서울에서 개성으로 가는 편도 4차선의 시원하게 뚫린 길은 마치 수도권 어느 도시 사이를 잇는 도로 같다고나 할까?

남측 도라산 CIQ(출입사무소)까지 차로 1시간 남짓 걸렸다. 출경수속을 마치고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하여 북측 CIQ에서 입북을 위한 수속을 할 때가 오전 9시 40분, 생각보다 간단한 방북절차를 거쳐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1시 무렵, 이때부터 개성공업지구에 대한 설명 그리고 입주기업 방문 등이 이어졌다. 개성공업지구는 행정구역상으로 황해북도 개성시에 위치하고 있으며, 총 계획 면적 65.7k㎡ 중 올해 7월 1단계 3.3k㎡의 분양을 완료하였다. 현재 이곳에는 63개 기업에 2만여 숙련된 북측 근로자가 취업해 일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저기 널리 알려진 회사명의 건물과 공사현장의 눈에 익은 중장비 차량들 때문인지 그곳이 개성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개성시내를 포함하여 공업지구 용수 공급을 위해 건설 중인 정배수장에서 아스라이(직선거리10㎞, 도로 13㎞) 바라보이는 송악산 자락뿐이었다. 번호판을 가린 우리 측 차량들과 의외로 가까이 보이는 민가들만 아니라면 남한의 여느 공업지구나 다를 바 없었다.

때마침 그날 남북간 총리회담을 마치고 발표한 ‘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 관한 제1차 남북총리회담 합의서’의 내용이 우리에게 전해졌는데 주목을 끈 대목은 개성공업지구 입주기업인들이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 지적했던 3통, 다시 말해 통행·통신·통관문제 등의 해소에 대한 가시적인 합의가 상당부분 이루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특히 이어 지난 22일 실무접촉을 통해 합의한 남측 문산역과 북측 봉동역을 오가게 될 화물열차를 다음달 11일부터 매일 1회씩 정례적으로 운행하기로 한 것은 물류비 절감을 포함하여 입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2008년 시작될 2단계 조성공사와 3단계 IT·BT 등 첨단복합단지에 배후도시까지 완공되고 나면 아마도 개성은 중소기업인들로부터 가장 주목받는 기업도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은 통제된 분위기에서 방문일정 내내 이런저런 주의사항으로 행동에 제약은 있었지만 우선 그 정도는 다분히 이해해야 할 사항들이라 생각하고 싶었다. 속내는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를 따뜻하게 대하는 북측 관계자들의 태도 등을 보면서 비록 짧은 일정에 제한된 지역만 볼 수 있고 개성시내는 들어가지도 못했지만 분명 그곳에서 우리 중소기업의 미래를 열어나갈 희망이자 우리 민족의 평화로 가는 길을 보고 온 것이다.

방문을 모두 마치고 당초 출발지인 경복궁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북녘 땅을 밟고 오는데도 하룻길, 꿈인 듯 생시인 듯 돌아 본 오백년 도읍지에 인걸은 간 데 없고, 산천도 의구하지 않았지만, 늦은 시각 집으로 향하는 차창 밖을 황진이가 노래하던 그 반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처연히 비추고 있었다. 박인숙<대전ㆍ충남지방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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