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가 34일 앞으로 박두했지만 아직도 대선 판은 어수선하다. 합종연횡(合從連衡) 중이어서인지 대진표도 제대로 안 짜여졌다. 이명박 후보가 여전히 선두를 질주 중이지만 조만간 요동칠 모양새가 감지되고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선언과 BBK사건의 주범 김경준의 송환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더욱 그렇다. 여기에 통합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선언으로 대선정국은 더욱 어지러워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이다.

BBK의혹 결론이 최대 변수될 듯

반부패세력의 결집이라는 정동영·권영길·문국현 후보의 삼성비자금의혹 특검합의도 예사롭지 않다. 이명박 후보는 그동안 50% 넘는 지지율로 거칠 것 없는 탄탄대로를 달려왔으나 압도적 지지율은 안일과 자만에 빠지게 했다. 경선에서 간신히 제친 박근혜 측을 끌어안지 못하고 당내 분열을 자초하기도 했다. 결국 이회창 전 총재로 하여금 출마선언의 빌미를 제공했고, 다급해진 이명박 측은 이재오를 사퇴시킨 후 朴에 러브콜을 보냈다.

가까스로 朴의 마음을 돌리고 당 내부 전열을 가다듬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昌 출마와 김경준의 송환, 범여권통합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이회창 출마는 보수층의 분열이라는 측면에서 악재임에 틀림없다. 그동안 昌에 몰렸던 박근혜 측 지지자들이 다시 이명박 측으로 유턴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昌의 지지율이 더 상승할 것이냐도 큰 관심사다. 엊그제 한 여론조사는 후보 간 지지율에 큰 차이가 없었다.

이명박이 6일 전에 비해 0.7% 떨어진 40.6%, 이회창이 1% 떨어진 18.9%, 정동영은 13.0%, 문국현 5.3%로 1.9와 1.7% 각각 늘어나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지금 현재로선 범여권이 합쳐도 20% 안팎으로 이명박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회창 출마로 고무됐던 범여권은 오히려 지지율이 미미하게 올랐거나 정체하는 양상을 보여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 통합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선언도 신당 측 의원들의 반발로 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앞으로의 판세는 어떻게 돌아갈까. 우선 범여권 단일화는 이뤄진다고 봐야 한다. 범여권 세 후보 지지율을 합쳐봤자 20%에도 못 미치므로 단일화가 필수불가결하다. 범여권 후보들은 이회창 출마로도 반사이익을 전혀 못보고 있다. 주적(主敵)이 둘인 셈이어서 오히려 짐스러울 뿐이다. 차라리 이명박과의 맞대결이 더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명박과 이회창에게서 각각 10% 정도씩은 지지율을 떼어 와야 승산이 있지만, 그게 쉽지 않다.

범여권은 이명박에 BBK의혹과 대북정책으로, 이회창에는 배신자, 차떼기, 은퇴번복 등을 타깃으로 대대적인 공세를 벌일 것이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뇌관은 BBK의혹이다. 금명간 소환되는 김경준이 어떻게 증언하느냐는 이번 대선전 최대 관심사다. 이 일로 만에 하나 이명박이 낙마한다면 이회창은 야권의 가장 강력한 주자로 부상할 것이다. 야권의 페이스메이커에서 당당히 주전(主戰)으로 떠오를 게 틀림없다.

‘昌’ 페이스메이커로 안 끝날 듯

昌은 이명박이 야당후보로서 안보관 등 정체성이 떨어지고 약점이 많아 ‘불안한 후보’라 출마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내년도 총선의 지분확보와 영향력확대를 위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이명박이 BBK로 큰 타격을 입을 경우 昌은 대선 판에 남아 保守의 최후보루로서 사력을 다할 것이다. 반면 김경준의 증언이 별 파괴력이 없고 지지율이 더 이상 안 오를 경우에도 昌은 대선 판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야권의 단일화가 쉽지 않은 이유다.

한나라당으로선 시즌 내내 선두를 달리다 막판 BBK 한방으로 역전패하는 일이 상상조차 하기 싫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란 모르는 법. 얼마 전 끝난 한국프로축구를 보라. 시즌 내내 1위를 독주해온 성남이 결승에서 포항에게 두 번 져 우승컵을 내주지 않았던가. 97년과 2002년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명박의 대권행보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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