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갈등ㆍ분쟁 역사 묵묵히 지켜온 ‘전설의 도시’

인도의 여인들/53.0×45.5㎝/수묵지본담채/2007
인도의 여인들/53.0×45.5㎝/수묵지본담채/2007
아잔타 석굴의 프레스코화에서 받은 충격을 되새김 할 시간도 없이 아우랑가바드를 출발했다. 델리까지 가야하는 기차여행이 20시간 넘게 걸린다는 이야기가 긴장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창밖을 내다보며 기차여행을 생각하는 낭만이 없는 좁은 침대칸에서의 20시간은 대단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스케치북과 메모지를 정리하면서 시간을 잊어보려 하지만 지루함은 여전하고, 잠을 청해 보지만 흔들리는 기차의 방해는 말릴 수가 없었다.

하룻밤을 지새우고 한나절이 지나 오후가 되면서 델리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답답하여 난간으로 나가 대지를 향해 심호흡을 해본다. 지평선 위에 여기 저기 검은 회색의 텐트들이 나타났다. 얼기설기 지저분한 움막들이 집단을 이루고, 대지의 낮은 나무 밑에는 여기저기 많은 사람들이 외롭게 앉아있다. 문화시설을 갖추지 못한 가난한 삶의 현장이다. 땅은 넓고 문화는 없고, 생활은 있고 돈은 없다. 명상은 있고 행동은 없다. 무소유의 삶은 있고 해탈의 경지는 없다. 그저 수도사의 삶과 같은 삶을 인도인들이 인도에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들이 이들의 삶을 비참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생활을 만족하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난하지만 행복 지수도 높고, 평균 수명도 길다는 것이다.

B.C 3천년경 형성되었다는 전설의 도시 델리는 인도의 수도다. 대통령 궁을 비롯하여 정부요인들이 산다는 호화로운 저택을 지나 한참을 달리면 마하트마 간디를 모신 추모 공원, 라즈가트(Raj Ghat)가 나타난다. 사방에서 들어갈 수 있도록 같은 모양의 대칭형으로 설계되어 있다. 중앙에는 제단이 있고, 흑색 대리석 위에 헤이람(Hai Ram)이라고 쓰여 있다. 간디가 남긴 마지막 한마디 ‘오 신이여!’ 그 한마디 속에 모든 인도인을 걱정하는 마하트마 간디의 마음이 그의 영혼과 함께 살아있다.

라즈가트 북쪽에는 또 하나의 추모공원이 있다. 인도가 독립하여 초대 총리를 지낸 자와할랄 네루와 그의 외동딸 인디라 간디, 그리고 간디의 두 아들이 안장된 곳으로 ‘평화의 숲’이라는 뜻을 지닌 ‘샨티 바나(Shanti Vana)’라 부르는 곳이다.

영국은 1911년 붉은 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 올드델리를 벗어나 외곽에 신도시를 만드는 계획을 세웠다. 바로 ‘인디아 게이트’와 ‘코넛플레이스’를 두 개의 축으로 하는 방사형 도시 계획이었다. 지금의 뉴델리가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인디아 게이트에서 20분 정도 달리니 태양 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는 높은 탑 하나가 시야에 들어온다. 뉴델리에서 최고 볼거리로 꼽히는 ‘꾸뜹 미나르’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유적군은 12세기에 흰두 왕국을 무너뜨린 정복자이며 술탄국의 첫 군주인 ‘구뜹 웃딘 에어백’ 이 흰두교에 대한 이슬람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인도에서 가장 높다는 ‘꾸뜹 미나르’는 그 높이가 72.5m로 정상에서 델리를 감상하는 관망이 인상 적이라는데 1982년 이후 안전사고로 인하여 출입을 통제하여 지금은 탑을 오를 수가 없다.

도자기 벽돌을 구워 5층으로 쌓아 올리면서 중간 중간 코란경을 새겨 넣은 문양들이 아름답다. 거대한 곡선을 말아 만든 듯한 독특한 형태, 붉은 벽돌이 태양과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오묘한 색채감, 코란경을 새겨 넣은 기하학적 문양들의 추상성에서 오는 독특한 형상미 등 조화롭게 어우러져 아름다운 예술품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 곁에는 인도 최초의 이슬람 사원인 ‘쿠와트 알 이슬람 모스크’가 있다. 흰두교를 붕괴시킨 꾸뜹 왕조가 27개의 흰두 사원을 헐어내고 그곳에 이슬람 사원을 세운 것이다. 종교적인 갈등과 분쟁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온 사원의 기둥들이 말없이 침묵을 지키고 서 있다.

뉴델리에는 하얀 연꽃의 형상으로 세워진 거대한 ‘바하이 사원’이 있다. 옛 성현들이 하나님의 뜻을 알기위해 현신한 동등한 존재라고 믿는 바하이 종교는 이슬람교에서 분파된 신흥종교로 전 인류의 형제화, 종교의 통일, 모든 국가의 통합 등을 주장한다. 바하이 사원에서는 오직 침묵만을 지키면 된다. 하느님의 존재를 믿는 믿음은 절대적이고 동일함으로 사원에서는 각자의 종교 의식에 따라 기도를 하면 되는 것이다.

종교의 갈등과 분쟁으로 시달린 인도의 종교를 통일해 보고자 하는 바하울라((Baha Ullah)의 생각이 바하이교를 창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끝도 없는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인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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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이 사원으로 인류의 형제화, 종교의 통일 등을 주장하는 신흥종교사원이다.
바하이 사원으로 인류의 형제화, 종교의 통일 등을 주장하는 신흥종교사원이다.
꾸뜹미나르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인도에서 가장 높은(72.5m) 전망대이다.
꾸뜹미나르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인도에서 가장 높은(72.5m) 전망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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