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議政費 인상, 앞뒤 바뀌었다

2007-11-07기사 편집 2007-11-06 17: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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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무주군의원들이 유명한 광고 카피처럼 ‘쇼를 했다’. 주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받는 의정비(세비)를 두 배 가까이인 98.1%나 올리기로 결정했다가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이유는 분노에 찬 주민저항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현재 2120만 원인 의정비를 내년부터 4200만 원 받겠다고 한 게 도화선이 됐다. 주민들이 서명운동과 집회개최 등 반대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일 태세를 보이자 꼬리를 내려버렸다.

상주인구 2만5417명인 무주군의 재정자립도는 불과 12.3%로 연간 지방세수입이 59억 원가량이라고 한다. 이는 424명인 군 공무원의 연간 인건비 244억 원의 25%정도. 공무원 봉급의 75%와 군 사업비는 도비, 국비 지원을 받아야 겨우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실정인데 군의원들은 자신들의 봉급을 두 배로 올리겠다고 해버린 것이다. 임금인상률과 근무편성을 자기들 마음대로 하겠다던 유명한 자동차회사 노동조합과 별 다를 바가 없다.



지자체 어려움 의도적 외면



형편이 이런 지자체는 무주군만이 아니다. 대전과 충남에서도 3개 기초자치단체가 자체수입만으로는 공무원 월급을 주지 못하는 사정이 된지 오래다. 재정자립도가 20~50%에 불과한 지자체가 다수다. 그런데도 대전과 충남의 지방의회 대부분은 내년도 의정비를 10~58% 인상키로 결정했다. 지자체 금고 사정은 신경 쓸 바가 아니라는 투다. ‘주민들에게 뿌리내리는 정치를 하고, 주민을 위한 봉사를 하겠다’고 한 의원선서는 기억 못하는 듯하다.

대부분 내년 의정비가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하면서 대전과 충남의 상당수 기초의원 연봉은 3000만 원을 훌쩍 넘게 됐고 대전시·충남도의원 의정비는 각각 5000만원, 6000만원에 육박하게 됐다. 이 정도면 연차에 따라 다르지만 대기업이 직원들에게 주는 연봉에 해당된다. 대기업에서 이 정도 연봉을 받자면 온몸을 바쳐 일해야 한다. 그러면 지방의원들은 과연 대기업 직원만큼 일하고 있을까.

지난해 기초의원 한 명이 발의한 평균 조례 건수는 0.4건이었다. 조례 한 건 만들지 않은 기초의회도 있었다. 주민생활이 완벽하다면 모를까, 이 정도면 조례를 만들 의욕도 능력도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일부 지방의원들은 유람성 해외연수나 다녀오고, 이권에 개입하고, 향응 받아 물의를 빚기도 했다. 주민들의 기억에는 지방의원 하면 이런 이미지들이 적잖이 쌓여 있다. 게다가 건설업체 사장을 맡든지, 자영업을 하든지 지방의원들은 겸직이 가능하다.

스위스, 네덜란드 국회의사당에는 국회의원 사무실이 없다. 그래서 이들 국가의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사당 복도에 서서 서류뭉치를 들고 법안토론을 하기도 한다. 이들 나라들은 의원사무실을 나눠줄 줄 몰라서, 달라고 할 줄 몰라서 그럴까.

민주주의 역사가 수백 년 된 유럽에서는 100여 년 전만 해도 국회의원들에게 세비조차 주지 않고, 받으려고도 안 했다고 한다. 국정을 감시하기 위해 국민들이 대표로 선출한 의원이 국정을 집행하는 정부로부터 보수를 받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방의원의 경우 유럽에는 아직도 무보수명예직인 나라들이 숱하다. 의정비 때문에 여론의 눈치를 보는 지방의원들은 네덜란드, 스위스의 사례를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그건 그 나라 사정이라고 치부해버릴 게 아니다.



먼저 헌신하는 의원상 각인을



이참에 기초의회정도는 없애버리는 게 낫다고 말하는 주민들이 많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주민소환 청구가 시작된 곳도 세 군데나 된다. 소모되는 비용은 많은데 좀체 효율성·지역발전효과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지방의원들은 어떻게 해야 주민들의 진심어린 존경을 받을 수 있는지 이미 잘 알고 있다. 허세의 포로가 돼 퇴출되는 ‘상품’이 되기보다는 스스로 명품이 될 수 있는 노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주민들도 이것만은 기억하자. 주민 의식수준 이상으로 정치 스스로 발전하지는 않으며, 투표 후에도 지속적인 품질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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