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가 오는 16일부터 파업을 하기로 결의하였다. 이번 파업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절반가량(53%)만이 파업에 찬성했다는 것은, 반대로 노조원의 절반 정도가 파업에 반대하고 있다는 의미도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철도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려는 가장 큰 이유가 ‘내년부터 필수공익사업장으로 분류되어 파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파업 한번 해보자’라는 의미라는 항간의 소문이 잘못하면 사실로 해석되어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번에 철도노조가 요구하는 주요 이슈가 ‘기관사 1인 승무제 저지’와 ‘KTX승무원 직접고용’으로 알려져 있다. 기관사 1인 승무제는 지하철을 포함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철도운영기관들은 물론 외국의 선진철도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사항이며 시속 300km로 질주하는 KTX도 1인이 승무하고 있다는 현실을 한사코 거부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KTX승무원 문제만 해도 그렇다. 철도공사(당시 철도청)의 계약직도 아니었던 KTX승무원을 철도공사의 정규직으로 채용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당한 채용절차를 무시하고 노조의 파워로 뒷문을 열어 보자는 터무니없는 요구이며 한편으로는 노조집행부가 KTX승무원을 노동투쟁의 총알받이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 단순히 그러한 의미라면 이번 파업은 ‘파업을 위한 파업’일 뿐이다. 조합원의 권익을 대변하고 보호해야 할 노조집행부가 파업에 반대한 절반에 가까운 노조원을 불법적 파업의 현장에 내몰아 결국 얻는 것 하나 없이 그들의 신변에 불이익만 가져다 주는 결과를 낳게 되지는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이번 사태는 사측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2006년 파업에 대하여 철도공사가 ‘관용’을 베푼 것이 또다시 이러한 파업의 빌미가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때 단호히 대처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했다면 이번과 같은 사태는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정부도 그렇지만 철도공사도 불법파업에 대하여 매번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처음엔 단호한 태도를 보이다가도 결국 유야무야되면서 파업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 준 것은 아닌가 반성해야 한다.

따라서 만일에 불법파업이 강행된다면 이번 만큼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함으로써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법질서를 지키는데 주저하거나 나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아니될 것이다.

지난번 대전시내버스 파업이나 연세의료원 파업사태를 보더라도 국민들은 불법적 파업에 냉소적이며 여론조차 노조의 편을 들어 주지 않는 추세이다. 그만큼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의식도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 대다수가 파업이유의 불분명, 찬성률의 저조 등을 떠나 더 이상 국민을 볼모로 하는 파업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노사가 대화를 통하여 원만히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꼭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지금 한국철도에게는 당면한 과제가 산적해 있으며 이러한 과제는 노사가 화합해야 해결이 가능하다. 먼저 사측이 보다 긍정적인 자세를 보여주어 강경한 노조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하며 반면에 노조도 지금까지의 이기적이고 극단적인 투쟁방식을 스스로 극복해야 진정한 의미의 노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남북철도 연결, 용산 역세권개발 등 철도발전을 위한 호재가 이어지고 있는 이 시기에 노사가 함께 지혜를 모으고 역량을 강화해도 모자랄 시간에 불법적 파업을 한다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철도를 외면받게 만들고 말 것이다.

국민에게 버림 받는다면 철도가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철도는 결코 사측의 것도 아니고 노조의 전유물도 아니며 고객, 즉 국민들의 것이라는 사실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예성 (우송대 철도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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