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이 선거와 조우했다. 엄지손가락과 휴대폰이 지난 대선 당시의 인터넷처럼 선거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미진했던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열기를 고조시키는데 큰 몫을 해냈다. 특히 20-30대의 관심을 이끌어 낸 것은 `대박`에 속한다. 정동영 후보를 선출한 신당의 모바일선거가 나름대로의 성공을 거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새로운 기술에 열광하고 마니아적인 감성을 가진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들의 존재다. 이들은 새롭게 출시되는 복잡다단한 게임기에 매료되는 것처럼 새로운 형태의 정치에 기꺼이 참여하였다. 이른바 디지털 정치가 젊은 얼리어답터들의 참여를 촉진시킨 것이다.

디지털 정치 아날로그 벽 실감

어두운 면도 있었다. 유사 콜 센터를 운영해 모바일 대리투표를 한 것이 드러나는가 하면, 명부작성상의 문제로 후보자간 시비가 발생하기도 했다. 새기술이 선거에 적용되어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분명했지만, 이것이 곧바로 선거문화의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셈이다.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분석됐던 디지털 정치가 기존 아날로그 정치의 부정적인 틀을 깨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도 조심스레 제기됐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얼리어답터에 대한 문제점은 소비분야를 중심으로 벌써부터 제기돼왔다. 장기적 베스트셀러 품목이 될 것 같았던, 복잡하고 혁신적인 기술로 무장한 기기나 콘텐츠들의 성장세가 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 제품이나 콘텐츠들이 대다수 대중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지나치게 복잡하고 , 또 어떤 면에서는 극성스러웠던 마니아 중심의 제품과 컨텐츠에 보통사람들은 거리감이나 이질감을 느꼈다고 한다. 반면 보통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춘 제품군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일부 마니아를 겨냥했던 소니와 MS의 게임기가 쇠퇴하고 조작이 간편한 제품군을 출시했던 닌텐도, 경량형카메라, 심플한 모바일 콘텐츠에서도 이런 경향은 이어진다. 생활인들은 제품자체보다는 `제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내용과 그 혜택`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을 재삼 확인케 된다.

지도자를 뽑는 것도 마찬가지다. 누구를 당선시키는 것이 목적이요 기쁨이 아니라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변화와 급부`가 일반 대중에게는 중요하다. 지지자 본인은 물론 국가와 지역·기업을 살찌우고, 정의로우며, 희망이 있는 사회로 변화시킬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각당의 후보들이 윤곽을 드러내고, 또다시 이합집산이 예고되고 있는 시점에서, 또 의도적으로 야기될 수 있는 혼란속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려면 나름대로 공을 들여야 한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후보포장기술들을 감안해본다면 더욱 그렇다. 직관적이고 단편적인 판단을 잠시 자제하자는 얘기다.

슬로어답터의 신중함 필요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에 대해서도 세심한 주의와 판단이 필요하다. 제갈공명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전문가집단들과의 관계에 특히 주목했으면 한다. 교육기회가 확대되고, 과거보다 많은 권한들이 위임되다보니 경험이 풍부하고 능력있는 인재들은 늘어났다. 그런 인재들을 무리없이 리드하고, 그들이 가진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게 하는 것은 전적으로 후보자들의 능력이다. 자부심이 높고 의사표현이 직설적인 똑똑한 지지자와 주변인들을 통제하지 못해 국정에 차질을 빚거나, 그들의 능력을 사장시켜서도 안된다.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 사람이 그렇게 무능할 지 몰랐다"류의 회한과 푸념은 더 이상 나오지 말아야 한다. 아직 선택의 시간은 남아있다. 정책이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고 장기화되는 시대이기에 대통령 `깜`다운 후보를 선택하는 일은 그 어떤 결정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섣부른 선택으로 인해 후회하기보다는 슬로어답터(Slow Adopter)의 신중함과 지혜를 발휘해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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