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백제를 찾아서 - 이완구 충남도지사에 듣는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충청인의 자긍심을 고취시킨다는 차원에서라도 백제문화제를 세계화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경제에 이어 문화 관광을 매개로 강한 충남을 만드는 데 도정 운영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역설했다. <장길문 기자>
이완구 충남지사는 “충청인의 자긍심을 고취시킨다는 차원에서라도 백제문화제를 세계화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경제에 이어 문화 관광을 매개로 강한 충남을 만드는 데 도정 운영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역설했다. <장길문 기자>
2박5일 일정의 미국 투자 유치 활동, 53회째 만에 처음으로 시도한 통합 백제문화제 등으로 지쳐있을 만도 했다. 도전하고, 시련 자체를 즐기는 이완구 충남지사지만 격무 앞에서는 순간적으로 두 팔을 내저었다. “조금 전에도 침을 맞았어요. 투자한다고 하니 안쫒아갈 수 있나…그런데 허리가 많이 아프네”. 그래도 집무실에서 링거를 맞았다는 사실은 감추고 싶었을까. “충남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며 사사건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던 이 지사였다. 대통령 후보들 누구와도 할 말 다하겠다는 그였다. 그런 그가 침을 맞았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자체가 흥미로왔다. 또 다른 자신감의 표출일까. ‘정치 도지사’에서 ‘경제·문화관광 도지사’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는 그의 행보를 따라가 본다.

-제52회 백제문화제가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축제를 준비하고 개최한 입장에선 어떻게 보나.

▲국민의 관심에서 잊혀져가던 백제문화의 실체를 수면 위로 떠올렸다는 의미를 갖는다. 공주, 부여 통합 개최와 주민 참여 등의 의미도 크다. 외국인이 10만명 수준 찾는 등 세계화의 가능성도 열었다. 그러나 미흡한 점도 너무 많았다. 가는 곳마다 문제점이 보였다. 이번 축제에 참여한 자원봉사자 2000명에게 문제점을 모두 적어 달라고 했다, 이를 백서로 만들어 내년도 계획에 반영하겠다.

-적지않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앞으로 구상은.

▲기초를 튼튼히 할 생각이다. 국제학술대회 등 국내의 백제문화 연구 전문가들이 활동하는 무대를 만들겠다. 내년 행사 규모는 두 배로 키운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황산벌 전투도 재현하고 싶다. 서천 한산의 백제부흥운동과 금산 인삼축제, 경경 젓갈축제 등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도 높일 생각이다.

-민간 주도의 축제 추진을 강조하고 있는데 방향은.

▲내년부터 점차적으로 민간 주도로 가야 된다. 관은 행정 및 재정적 지원 만을 하고 전문가그룹과 주민 등이 주도하는 축제가 돼야 한다. 내년에는 민간기구를 만들어 가겠다. 구체적인 방안은 중지를 모아 결정하겠다. 재단 설립과 기금 출연 등도 필요하다. 700년 역사의 백제를 상징하는 700m 백제성 축조 운동을 벌여 도민과 국민, 일본인 등 백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재단 설립 등을 위한 출연 기금 등을 받는 방안도 시도해보겠다.

-경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취임 초기 정치도지사로, 1년여가 지난 지금은 어느덧 경제도지사로 일컬어지고 있다. 경제부문 성과는.

▲정치인 도지사로 시작했는데 1년3개월여가 지난 요즘에는 경제도지사로 불린다는 소리를 들었다. 좋다는 것인가 나쁘다는 것인가(웃음). 옛 경제기획원에 근무했고, 국회의원 시절 경제 관련 상임위 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처음부터 1등(투자유치 전국 1위 등)할 생각은 없었고 어쩌다보니 1위를 하고 있다. 자랑은 아니지만 사실 중소기업 수출 증가율 1위, 기업 유치 1위 등 각종 경제지표에서 전국 1위를 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특히 경기도를 넘어섰다는 것은 나름대로 매우 의미가 있고 외자유치 1위는 정말 자부심을 느낄 정도이다.

-이완구식 투자 세일즈의 비결이 있나.

▲투자유치의 포인트는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을 족집게처럼 짚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해당 분야의 전문가 육성과 사기 진작이 필요하다. 투자유치 의사가 있는 외국기업과는 몸으로 직접 부딪쳤다. 네덜란드 ASM사와 스페인 CEP사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도지사가 직접 기업을 찾아 설명을 하고, 투자유치를 이끌어 낸 것이 주효했다. 물론 수도권 규제 강화로 인한 수혜를 입은 것도 사실이다.

-투자유치를 위해서만 지구를 두 바퀴 이상 돌았다고 들었다. 지난 달 말에는 추석 연휴기간을 이용해 2박 5일간 미국 투자유치에 나서기도 했는데 힘들지는 않은가. 계속 해외를 누빌 생각인가.

▲통상 미국은 5박6일 정도로 갔다 오는 것이 적당하다. 그러나 당시 전국기능경기대회를 치루는 충남도지사로서 시간을 뺄 수가 없었다. 추석 명절에 동행한 직원들에게도 미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억7500만달러 유치가 너무 욕심이 났다. 그냥 어금니 깨물고 다녀왔다. 지금은 허리가 하도 아파 침을 맞고 있다(웃음). 앞으로도 달러를 들여오기 위해선 계속 해외로 나가야 하지 않겠나.

-민선 4기 목표가 50억달러인데 가능한가. 앞으로의 전망은.

▲솔직히 해봐야 할 것 같다. 자신은 못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일각에서 충남도의 압도적인 투자유치 등 경제분야의 실적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도 있다. 특히 외국인전용단지 부족 등이 지적된다.

▲옳은 지적이다. 현재 충남도에는 외국인 전용 부지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부지가 없어 제공을 하지 못하고, 투자유치를 해도 땅이 없는 데 무슨 소용인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중이다.

(인터뷰 도중 해외 투자 유치단의 보고가 오자 이 지사는 짧지만 따뜻하게 격려의 말을 했다. 그러면서도 생각날 때마다 해당 부서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어 현안을 체크했다. 듣기에 민망할 정도의 강도높은 질책도 있었다.)

-외자 유치 만큼이나 농수산물 수출도 중요하다. 잘 되고 있나.

▲올해 3억달러가 목표다. 9월말 현재 2억2000만달러 상당의 농수산물 수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지난 한 해 1억5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큰 폭의 신장세다. 하지만 외자유치에 가려 빛을 못보고 있다. 임기 동안 욕심이겠지만 연평균 4억 달러에서 4억5000만 달러 상당 수출 실적을 올리고 싶다.

-외자, 기업 유치가 충남 서북부권에 편중되고 있다.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라도 권역별 투자유치 활성화도 요구된다.

▲내년부터 특별회계를 편성, 충남 서남부지역을 중심으로 8개 시·군에 매년 600억원씩 투입할 계획이다. 2010년 대백제전의 무대가 될 백제역사재현단지는 민자 유치가 아직까지는 잘 돼가고 있다. 기업의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11월 말이면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이다.

-충청권 경제협의체가 출범했다. 큰 틀의 협력 방안은 있지만 아직까지 가시화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백제문화제 기간에 공주나 부여는 호텔 등 숙박업소가 부족해 유성, 보령, 온양지역이 특수를 누렸다. 대전이 충남이고 충남이 대전이라는 의미이다. 또 청주공항의 일본 노선 적자 타개를 위해 대전·충남북이 공동 대응하고 있다. 충청권협의체는 실질적인 부분, 이해관계가 일치되는 부분부터 협의하고 있다.

-민선 4기 충남도가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난제가 산적해 있다. 해법은 무엇인가. 또 준경영책임제에 대한 평가는.

▲현재로서는 크게 두가지가 고민된다. 문화예술 분야와 환경생태 분야가 그것이다. 하반기부터 순수 문화예술에 몰두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도와 시·군이 함께 연간 100억원씩 10년간 1000억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환경생태 분야의 가장 고심은 물관리이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원활한 정책 진행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고령화 대책과 장애인, 다문화가정에 대한 부분 등도 집중하겠다. 준경영책임제와 관련해선 실국장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 옆에서 보면 애처로울 정도다. 하반기 문화예술과 환경생태 부분만 마치고 나면 격려하는 시간을 가지겠다.

-이번 대선은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충청도 입장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동감한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대선후보들과 충청의 현안에 대해서 논의하겠다. 특히 장항산단, 국방대 이전, 행정도시 잔여지역 문제 등에 대해 집중 협의하겠다. 장항산단과 관련, 정부가 서천군을 상대로 사기치는 것 같아 매우 불쾌하다. 그렇게 경고했음에 불구하고 참 답답한 노릇이다. 국방대 이전도 마찬가지다. 취임 이후 국방대는 연기 지역으로 이전하는 분위기가 짙었고, 기정사실화 돼 있었다. 이를 막았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도지사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려고 한다고 비난한다. 행정도시 문제 역시 똑같다. 행정도시에 연기군의 대부분이 편입되면 나머지 지역은 존립 자체가 위태롭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법안 통과를 어떻게 지켜보고만 있는가. 법안이 통과된 뒤 문제가 생길 경우 앞장서 싸울 사람이 있는가.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충남도 때문에 답답하다는 말을 들었다. 옛날하고는 다르겠지. 이제 더 이상 충남도는 중앙정부가 시키면 하는 지역이 아니다. 충청인의 발전과 권익을 끝까지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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