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냐’고 물으면 국민들은 선뜻 대답을 못 한다. 1인 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국가경제규모도 1조 달러를 넘어 세계 11위인데도 말이다. 또 과학기술과 병력 수●국방력에서 모두 6위권이고 스포츠 톱 텐과 5번째 고속철도 보유국인데도 그렇다. 여기에 한국은 휴대전화와 MP3 같은 21C 디지털 기기생산과 소비에 있어 세계 최고의 눈높이와 활용능력을 갖고 있는 나라다. 이런 한국이 선진국이 아니라니 참으로 이상하다.

경제규모에 걸 맞는 청렴도 돼야

또 자동차●철강●조선●TV 등은 어느 선진국들보다 더 잘 만든다. 사실 지표상으로 볼 때 한국의 선진국진입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지난 96년 소위 선진국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일찌감치 가입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많은 한국인들은 “대한민국이 선진국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하고 있으니 이상한 일이다.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가 아직껏 선진국행세를 못하고 있는 데는 까닭이 있다.

선진국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는 국민소득과 국민이 얼마나 건강하게 사는가, 그리고 문맹률은 어느 정도인가를 따져 만든 인간개발지수를 기준으로 한다. 여기에 민주화와 시장경제체제를 더하고 부정부패, 노사문제, 교육문제 등도 적지 않은 기준이 된다. 사우디나 쿠웨이트 카타르 등 소득 높은 아랍권 국가들이 왜 선진국에 못 끼는지 알 수 있게 한다. 한국이 선진국이 못되는 것은 국가경쟁력이나 위상에 비해 사회청렴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 반부패 NGO인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07부패인식지수는 우리를 실망케 한다. 조사대상 180개국 가운데 한국은 43위에 그쳐 우리보다 훨씬 못사는 말레이시아와 동급이었다니 말문이 막힌다. 북구의 핀란드와 덴마크가 공동 1위이고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4위, 홍콩 14위, 일본 17위다. 노무현정부가 출범당시 내세웠던 2008년의 20위권 진입목표는 물 건너갔다. 경제규모나 국민소득에 걸 맞는 청렴도가 못되고 있음이다.

역대정권마다 부패와 비리를 뿌리 뽑겠다고 외쳐댔지만 깨끗한 사회실현은 멀고도 멀다. 이런 얘기가 있다. 전두환 정부시절은 법으로 안 되는 것도 사소한 것이면 공무원들이 돈 받고 해줬고, 김영삼 정부시절은 법으로 문제가 없는 것도 안 해주고 돈도 안 받았으며, 김대중 정부시절은 법으로 문제가 안 되는데도 돈을 받고 해주지도 않았다고 한다. 조금은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우리나라 공공조직이 과거에 얼마나 부패했는가를 짐작케 한다.

김영삼 김대중 정권은 임기 말 아들들의 비리 등 각종비리가 얼룩진 상태에서 물러났다. “참여정부에 게이트는 없다”며 깨끗한 정권을 자부해온 노무현정권도 변양균●신정아, 정윤재 사건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청와대의 고위인사가 미모의 젊은 여자사기꾼에 놀아나 예산을 축내고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사건은 치욕적이다. 이밖에도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해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조장한다는 공정위직원의 뇌물사건은 분노케 한다.

부패친화적 사회문화 제거 시급

우리사회도 이젠 동사무소에서 담뱃값을 주고 서류를 빨리 떼고, 교통위반스티커를 돈 주고 빼는 습관적 부패는 없어졌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비리와 기업의 비자금조성 비리, 권력형 비리는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국가의 청렴도가 낮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부패공화국’이란 말도 이래서 나온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부패척결 없이는 불가능하다. 부패친화적 사회문화 등 근원적 문제점을 도외시하고는 청렴국가는 요원할 뿐이다.

“감옥에서 10년을 살아도 10억 원을 벌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청소년이 16.8%나 된다는 최근의 한 조사는 가슴을 섬뜩하게 한다. 무엇보다 일회적●단기적 처방에 그치지 말고 부패문화극복을 위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처방이 나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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