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여름내 푸르렀던 나무들이 초록에 지쳐 붉게 타오르며 단풍이 든다. 마지막 짙은 녹음을 뿜어내는 푸른 숲과 들판에서 익어가는 곡식들은 우리의 마음을 넉넉하게 하고, 고향집 같은 아늑함을 느끼게 해준다. 이렇듯 가을은 우리에게 문득 다가온다.

가을의 서정성을 일깨워 줄 때 ‘문득’처럼 자주 쓰이는 부사어가 없다. ‘문득 하늘을 보다’, ‘문득 그리움이 밀려온다’라는 문장이 가을보다 어울리는 계절은 없다. 변화와 혁신의 주류화(mainstream) 속에 ‘문득 떠오르다’ ‘문득 깨닫다’ ‘문득 생각나다’ 처럼 환영받은 구절도 없다. ‘문득’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생각이나 느낌이 갑자기 떠오르는 모양, 어떤 행위가 갑자기 이루어지는 모양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21세기의 화두는 변화와 혁신으로 시작되었으며, 아직도 인류의 핵심 가치로 진행되고 있다. 변화와 혁신 의식이 교육 현장에 어느 정도 정착이 되면서, 이제는 혁신에서 창조로 교육활동이 변해야 한다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변화와 혁신은 어떤 일을 이루고자 하는 과정이므로 결과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며 그 결과가 ‘창조’임에 신선한 충격을 갖는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FTA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 정부도 선진국 따라잡기를 넘어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한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정책 전환 계획을 지난 9월 발표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산업정책의 기본은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으로 주력산업의 핵심부품과 설비를 해외에서 도입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산업을 발전시켜 왔다. 그 결과 세계 12위의 경제규모와 세계 6위의 기술 경쟁력을 갖추게 됐지만, 최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한 중국 등 신흥 개발도상국의 급성장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핵심원천기술과 인재육성을 기반으로 하는 창조 혁신형으로 전환하겠다는 산업 정책을 밝힌 것이다.

이제 우리 교육도 창조교육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할 때다. 21세기를 주도할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인재 육성을 위해 나름대로 교육 현장도 쉬지 않고 노력해 왔지만, 기업이나 사회 다른 기관의 변화와 혁신의 속도에 비해서 교육계는 지체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창조성을 갖고 태어난다. 신이 우리 인간을 창조할 때 그랬듯, 창조력은 인간의 근본 마음인 사랑에서부터 비롯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창조교육의 으뜸 축은 가정과 학교라고 생각한다. 사랑이 바탕이 되는 것이 창조라면, 21세기 창조 트렌드에는 교육이 기업이나 사회보다 앞설 수 있다는 자신과 확신이 선다.

문득 떠오르게 하고, 문득 깨닫게 하는 일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문득’까지의 과정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교육이 감동어린 사랑을 바탕으로 많은 세월 투자되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대전교육은 영재교육과 창의성교육을 위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시 교육행정이 21세기를 이끌어갈 우리 학생들의 창조적 사고를 저해할 것을 염려하며, 내실 있는 교육환경과 인프라 조성을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창조의 창(創)은 비롯한다는 시작의 의미도 있지만, 상처나다 또는 다치다의 의미도 갖고 있다. 우뚝 선 ‘칼 도방(刂)’에 걸맞게, 기존의 틀을 베어내는 상처의 아픔 없이, 창조는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는 말을 하지 말라고 어느 시인은 말했다.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노래했다. 파란 하늘 아래 곱게 펼쳐지는 가을 능선이 문득 흰 눈으로 덮이는 겨울을 아름답게 맞이하기 위해선, 우리 모두가 창조교육의 계절로 부단히 노력하며 이 가을을 맞이해야 한다. <대전시 교육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본문인용 등의 행위를 금합니다.>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