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그제 열린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제43차 총회에서 국제특허협력조약(PCT)의 국제공개어로 채택됐다. 이번에 우리말과 포르투갈어가 공식어로 채택됨에 따라 PCT 국제공용어는 기존의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8개 국어에서 10개 국어로 늘었다. 우리말이 비록 제한적이긴 하나 세계 선진국의 언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감격적이다. 국제기구에서 우리말이 공식 언어로 처음 채택된 것은 우리말의 세계화를 앞당기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우리말에 대한 자긍심을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어의 국제기구 첫 공식어 등극은 한국이 세계 4위의 특허 출원국이자 세계 5위의 PCT 출원국이라는 점에 힘입은 바 큰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가 지식분야에서 높은 수준을 자랑하고 있는 점이 반영된 셈이다. 한국어가 PCT의 공식어가 됨에 따라 우리말의 위상이 더욱 높아짐은 물론 우리의 지식분야 발전에도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말이 특허 분야 공용어로 사용되면 관련기술 보호가 용이해지고 특허출원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말은 이번 공식어 등극으로 세계인들 사이에 소통되고 교류되는 언어가 될 날을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독일의 언어학자 베르너 사세는 2005년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서양이 20세기에야 이룩한 음운이론을 세종은 5세기나 앞서 체계화했으며, 한글은 전통철학과 과학이론이 결합한 세계 최고의 글자”라고 극찬한 바 있다. 또 소설 ‘대지’의 작가인 펄벅은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훌륭한 글자”라고 높게 평가했다. 우리말은 정보화 시대의 적합성과 정보처리 속도 측면에서도 다른 언어들에 비해 월등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우리말의 이번 공식어 채택을 계기로 우리말을 세계에 더 널리 알리는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국립국어원 이상규 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말로만 우리말이 우수하다고 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말을 국가자산으로 활용할 것인가를 전략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면서 “우리말은 활용 여하에 따라서는 국가와 민족발전에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의미 있는 지적이다. 이번 쾌거를 디딤돌 삼아 우리말의 국제공용어화 및 국력화 노력을 의욕적으로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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