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필살기가 있다. 그다지 어렵지도 않다. 상대팀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선수에게 접근해 심판이 듣지 못하게 `속삭여주면` 그만이다. 지난해 독일 월드컵에서 프랑스의 지단 선수도 바로 이 작전에 당했다.

가족의 절대가치에 대한 의문들

꿈의 무대인 월드컵, 그것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결승경기에서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지단은 이탈리아의 마테라치 선수를 들이 받았다. 당연히 퇴장을 당하고 이탈리아는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후 마테라치는 "유니폼을 원한다면 경기후 줄 수 있다"고 하자 지단이 자신을 머리로 받았다고 말했지만, 지단이 그 정도의 말에 흥분했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1년여가 흐른후 마테라치는 자서전을 통해 결승전 당시 "지단의 여동생은 매춘부"라는 욕을 했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보다는 심한 말을, 또 수차례에 걸쳐 발설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한마디로 지단이 열 받을 만 했다는 것이다.

유사한 사건이 안정환에게도 벌어졌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인신공격성 비난이 이어졌다. "부인이 예쁘면 다냐"는 말도 있었다. 뒤이어 더욱 원색적인 발언이 터져 나오자 안 선수는 상대팀 응원석으로 달려가 언쟁을 벌였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스타플레이어로서는 삼가야 할 가벼운 처신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런가하면 가족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발언에 침묵하는 것이야 말로 잘못된 것이라는 의견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참고 참고 또 참아야 한다는 세상사이지만 `가족`에 관한 모욕은 참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이었고, 그런 판단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표한다. 도대체 가족이 무엇이길래.

우리 주변에서는 자신보다 자신의 가족 가문에 대한 불편한 발언이나 비난을 못견뎌 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기업의 총수로 이성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습관화된 김승연 회장도 자식, 곧 가족문제에 있어서는 예외적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좋게 본다면 그만큼 소중하고 각별하다는 의미다. 현행법에 있어서도 가족이 관련돼 있을 경우 다소간 사정을 두고 있다. 아무리 중한 죄를 지은 사람이라 해도 자식이거나 형제일 경우 감싸는 것이 인간의 성정이라는 차원에서다. 또한 가족은 보편적인 상황이 아닌 특별한 관계설정이 인정된다는 취지이기도 하다.

전통적 측면에서 보면 가족이란 부부와 그들의 자녀로 구성되는 기본적인 사회집단으로 규정된다. 이익을 초월한 애정적인 혈연집단이고, 대체로 같은 장소에서 기거하고 취사하는 동거동재 집단이며, 그 가족만의 고유한 기품을 갖는 문화집단이기도 하다. 아울러 양육과 사회화를 통해 인격형성이 이루어지는 인간발달의 근원적 집단이자 사회제도로도 이해된다. 따라서 가족의 해체나 급격한 변화는 상당부분 사회문제로 이어진다.

새롭고 진정한 가족의미 찾아야

문제는 가족이 급격히 진화중이라는 점이다. 기러기 아빠에서부터 미혼모가정, 싱글맘 싱글대디가족, 미스맘(정자은행에 기증된 정자로 임신한 배우자가 없는 여성), 혼혈가정 등으로 세포분열을 하고있다. 동질성과 관계의 특정성을 잃어가면서 가족의 절대적 가치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 과거 같으면 지탄받았을 법한 "가족의 안녕과 행복보다는 나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은 더이상 낯설지 않다. 가족은 그 어떤 것보다 우선해야 한다는데 반기를 든 것이다. 생애주기가 늘어나고 순혈주의가 퇴색하면서 기존의 정명사상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사태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제는 가족문제에 대해서도 교조적인 입장을 버리고 현실을 인정할때다. 가족에 대한 상식 파괴도 다소간 필요할 수 있다. 변화하고 있는 가족의 양태 속에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보는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 다행히도 이번 추석명절은 매우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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